최승호 PD 해직사유도 모르는 방문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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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자 복직 모르쇠, ‘말로만’ 세월호 반성 등 논란

MBC가 법원으로부터 근로자 지위를 확인받은 해직자들의 회사 출입을 막았던 데 대해 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이사장이 15일 “MBC가 잘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그러나 법원의 근로자 지위보전 명령에 대해선 “복직과는 다른 의미”라고 주장했다.

반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최성준 위원장과 김재홍·고삼석 상임위원 등은 공정방송을 위한 MBC노조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사측이 파업 참여를 이유로 언론인들을 해고한 것은 무효라고 한 일련의 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문진 이사장 “MBC, 해직 언론인 출근저지 잘한 건 아니지만…”

김문환 이사장은 이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홍문종, 이하 미방위) 전체회의에 업무보고를 위해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이사장은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부터 MBC가 그간 해직자들의 회사 출입을 막았던 데 대한 질문을 받고 “MBC가 잘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2년 공정방송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 등 6인은 지난 1월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무효 확인 소송에서 승소한 뒤 이를 근거로 근로자 지위보전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 6월 27일 이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했다. 이후 MBC 해직자들은 지난 7일부터 출근을 시도했다. 하지만 MBC 사측은 지난 일주일 동안 이들의 출근을 막아섰고, 지난 14일 사원증이 아닌 임시출입증만 발급했다.

이에 대해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근로자 지위를 보전하라는 것으로, 사실상의 복직 판결”이라며 “MBC는 임시출입증을 발급할 게 아니라 (이들을) 정식 사원으로 인정하고 인사발령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도 법원의 가처분 결정 직후부터 해직자에 대한 인사명령과 밀린 임금지급 등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 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 2013년 10월 2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노컷뉴스
그러나 김 이사장은 “법원 판결은 (해직자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했을 뿐 인사발령을 내거나 부서배치를 하라는 게 아니다”라며 “근로자 지위보전 결정은 복직보다 낮은 단계”라고 주장했다. 또 “2심 재판 결과는 바뀔 수 있으니 그때까지 임시 신분증(출입증)을 준 것으로, 이는 법원 판결에 맞는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6개월 동안 내려진 4건의 법원 판결이 공정방송을 앞세운 MBC노조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파업을 이유로 MBC가 노조원들을 해직·징계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 이사장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이날 전체회의에 업무보고를 위해 출석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김재홍 상임위원은 MBC가 일련의 법원판결을 수용하지 않는 데 대해 “방통위에서 3년 뒤에 있을 재허가 심사에 엄정히 반영하겠다는 뜻을 미리 공지할 필요가 있다”며 관리·감독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말했다. 앞서 최성준 방통위원장도 지난 10일 국회에 출석해 “MBC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세월호 보도 질타, 뼈를 깎는 개선 요구했다”더니 “MBC만 잘못한 게 아니다” 정당화

김문환 이사장은 이날 업무보고 인사말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MBC 보도로 상처받은 유가족들에게 사과한다”며 “MBC 관리·감독기관으로 MBC 경영진에게 세월호 보도를 질타했고 뼈를 깎는 개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개선을 요구했는지에 대한 질문엔 제대로 답변을 못했다. ‘말로만’ 반성하고 있는 태도라는 지적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송호창 새정치연합 의원은 “MBC는 세월호 침몰 직후 ‘전원구조’ 오보를 냈고 또 구조작업이 한창일 때 사망 보험금을 계산한 보도로 유가족들을 상처 입히고 국민적 분노를 샀다”며 “(이사장이) 뼈를 깎는 개선을 요구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일일이 말하기 어렵다”고 답하다가 송 의원의 계속된 요구에 “이런(재난) 방송을 할 때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잘못이 있었으니 열심히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열심히 하라는 게 뼈를 깎는 개선 요구인가. 인사말과 다르다”고 지적한 뒤 “뼈를 깎는 반성을 한다면 MBC가 국회에 출석해 어떤 잘못을 했고 개선점은 무엇인지 등을 말했어야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MBC는 지난 7일 국회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정조사특위) 출석 요구에 대해 “언론자유 침해”를 말하며 불응했다.

▲ 2012년 MBC 170일 파업 당시 해고된 MBC 언론인 5명이 지난달 27일 법원으로부터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고 지난 7일 서울 성암로에 위치한 MBC 신사옥으로 출근을 시도했지만 사측의 출입문 봉쇄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박성제 전 기자, 이용마 전 홍보국장, 정영하 전 MBC본부장, 강지웅 전 사무처장, 이상호 전 기자.(사진 좌측부터)ⓒ언론노조
그러자 김 이사장은 “MBC뿐 아니라 모든 방송사가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실책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모든 방송사가 그렇게 했으니 MBC도 했다는 말이냐”며 말로만 반성을 말하는 김 이사장의 태도를 질타했다.

김 이사장은 MBC 관리·감독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MBC 상황에 대해 사실과 다른 발언도 계속했다. 대표적인 게 최승호 PD의 해직 사유다. 송 의원은 해직자 복직과 관련한 질의를 하며 “이사장이 인사말에서 MBC가 우수한 인력을 기반으로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고 했지만 높은 시청률과 신뢰도를 기록했던 <PD수첩>의 최승호 PD 등을 법원의 해고무효 판결에도 여전히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최승호 PD의 해고는 <PD수첩> ‘광우병’ 관련 보도에서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일부 허위사실을 방송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승호 PD는 2012년 6월 MBC노조 공정방송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잠깐의 말실수가 아닌 것이 김 이사장의 답변에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이 “최승호 PD의 광우병 보도에 문제가 있어 해고한 건 정당하다는 말이냐”라고 확인하자 김 이사장은 “잘못이 있다. MBC가 사과방송을 내게 하지 않았냐”고 거듭 당위성을 말했다. 수년째 MBC 해직자 문제가 국회에서 지적되고 있음에도 김 이사장은 해직 사유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MBC에 대한 관리·감독기관의 수장으로서의 자격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MBC에 대해 너무 모르는 방문진 이사장?

‘이중 잣대’ 발언도 나왔다. 김 이사장은 우 의원으로부터 “최승호 PD가 방송한 내용에 일부 문제가 있어 해고가 됐다는 김 이사장의 주장대로라면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를 낸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제재를 받기도 했다”는 질문을 받고 “가치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이 “오보를 냈는지 여부가 해고 기준으로 정당하다고 한 만큼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이중 잣대’를 지적하자 김 이사장은 “MBC 경영진에서 판단할 문제다. 저를 몰아세우면 안 된다”라고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해직 언론인들이 법원으로부터 근로자 지위를 확인받고 출근하려 했지만 MBC 사측이 이를 막아왔던 상황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발언을 했다. 우상호 의원이 “해직 언론인들의 근로자 지위를 확인하는 가처분 결정이 났음에도 MBC가 이들의 출근을 막았다”고 지적하자 김 이사장은 “출근 저지는 직원들(청원경찰)의 자유”라는 답변을 내놨다. 우 의원이 “청원경찰이 자의로 해직자들의 출입을 막았다는 얘기냐”라고 거듭 확인에 나서자 “직원들이 자의로 사장 출근을 막았다는 말”이라며 전혀 다른 발언을 했다.

우 의원이 “질문을 제대로 알아들은 거냐”며 다시 한 번 질문 내용을 설명하자 “잘못 알아들었다”고 했지만, 최근 MBC에서 발생한 출근저지 상황은 해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경우밖에 없다는 점에서 김 이사장이 MBC 사태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 결국 김 이사장은 최민희 의원으로부터 “보청기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쓴소리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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