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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뉴스타파>의 ‘권은희 후보, 남편 수십억대 부동산 보유 축소 의혹’(7월18일) 보도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뉴스타파>는 권은희 후보가 자신과 배우자의 총재산이 5억 8000만원이라고 선관위에 신고했지만, 이는 실제보다 축소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권 후보 남편이 지배주주(40%)로 있는 법인이 소유한 상가 7채와 유일주주(100%)로 있는 법인이 소유한 상가 2채를 밝혀냈다.

이 보도가 나간 후에 <뉴스타파>는 집중 공격을 당했다. 주로 야권지지 성향의 누리꾼들이 공격했다. ‘법대로 했다는데 뭐가 문제냐?’ ‘지금 권은희 후보를 공격할 때냐’ ‘뉴스타파가 친노언론이라 공격하는 것이다’ 등 다양한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뉴스타파>는 이에 굴하지 않고 후속보도를 내보냈다. 후속보도에서는 권 후보 남편이 지배주주로 있는 법인이 보유 상가가 7채가 아니라 16채라는 사실, 권 후보 부부는 법인 명의의 오피스텔에 아무 계약도 없이 거주했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권 후보는 <뉴스타파>의 보도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심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심의위원회는 “공직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도는 사회적 공기로서 언론이 반드시 수행하여야 할 기본 역할 중 하나”라면서 “공직 후보자의 재산신고와 관련한 해당보도의 취재과정과 당사자의 반론도 통상적 수준에서 적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했음”이라며 정정보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다만 선거 시점에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도를 했다며 <뉴스타파>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 권은희 후보 관련 중앙선관위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 심의결과와 이에 대해 뉴스타파 측이 지난 23일 입장을 밝힌 동영상 ⓒ뉴스타파
심의위원회의 판단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이를 보고도 <뉴스타파>가 옳았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권 후보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그다음이다. 재보선 출마자들의 불성실 재산신고가 이슈가 되면서 오마이뉴스는 수원병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가 자신이 매입한 땅에 건물을 올리고 그 건물로부터 매월 임대료를 받고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이 정도의 누락은 당선이 되어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불성실 신고다).

심의위원회가 <뉴스타파> 주의 조치를 내린 것은 ‘신청인(권은희)이 관련 법 규정에 따라 등록대상 재산신고를 했음’이라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심의위원회가 권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것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현행 공직후보자 재산신고 제도가 미흡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부동산 임대법인을 설립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임대 수익을 올리더라도 보유한 법인 주식의 액면가대로만 신고하는 현행제도로는 실제 재산을 파악할 수 없다.

선거 기간 동안 여야는 권은희 후보의 재산신고 축소 의혹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어떻게 저런 후보를 공천하느냐’며 공격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신들은 더했다’며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선거 이후다. 이번 논란으로 확인된 것은 후보자가 선거법상 재산신고 방식대로 신고하더라도 실재 재산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보완하는 제도의 수정이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흔히 우리나라 상속세법의 발달은 삼성가 탈세방법 발달과 궤를 같이한다는 얘기를 한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거쳐 이재용 부회장에게 지분이 전달되는 과정에 각종 불법· 탈법· 편법의 탈세와 절세 방식이 동원되고, 나중에 이를 파악한 세무당국이 이를 막을 수 있도록 세법을 바꾼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 말할 수 있지만 이런 개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삼성의 방식이 일반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결론을 도출하느냐다. 선거가 끝난 뒤에 ‘뉴스타파가 옳았느니, 권은희가 옳았느니’이런 도돌이표 논쟁은 무의미하다. 저널리즘은 법의 빈틈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삼성가가 “우리는 법대로 했다. 법이 미진할 뿐”이라고 했을 때,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돌아서는 언론인은 없다. 법과 법 사이에 어떤 빈틈이 있는지를 파악해 제도를 보완하게 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역할이다.

선거가 끝난 뒤, 권 후보를 공격했던 새누리당과 권 후보를 옹호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함께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권은희법’을 만드는 것이다. 부동산을 개인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법인을 만들어 법인이 소유하는 방식으로 숨길 수 없도록 법인의 유가등록 액면가로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법인이 소유한 자산과 부채를 따져 보유한 지분만큼 신고하게 하는 것이다. 권 후보가 이번 선거에 당선된다면 발의자가 되어 제안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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