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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포기하지 말고 채찍질해주세요”

[인터뷰] 세월호 100일 특집 KBS ‘KBS 파노라마-고개 숙인 언론’ 이윤정 PD 최영주 기자l승인2014.07.30 15: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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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100일을 맞아 KBS <KBS 파노라마>에서는 두 편의 특집 방송을 마련했다. 지난 24일 제1부 ‘18살의 꿈, 단원고 2학년 3반’ 편(연출 우경도, 글 황정연)은 사고 이후 처음으로 학교를 찾은 학생들의 모습을 담았고, 지난 25일 제2부 ‘고개 숙인 언론’ 편(연출 이내규·이윤정·김민정, 글 신지현)에서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드러난 언론의 비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조명했다.

제2부 ‘고개 숙인 언론’ 편을 연출한 이윤정 PD(사진)는 “언론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또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 근처 카페에서 이윤정 PD를 만나 참담했던 언론의 100일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KBS <KBS 파노라마> 제2부 ‘고개 숙인 언론’ 편(연출 이내규·이윤정·김민정, 글 신지현). ⓒ화면캡처  
▲ KBS 제2부 ‘고개 숙인 언론’ 편(연출 이내규·이윤정·김민정, 글 신지현). ⓒ화면캡처
방송은 100일 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비난받는 언론과 국민 앞에 고개 숙인 언론인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전원 구조” 소식에 안심했던 학부모들은 언론의 ‘오보’였다는 사실 앞에 눈물과 함께 무너져 내린다.

늘 그래 왔듯 정부의 발표를 받아 쓴 언론의 오보는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400여명의 목숨만큼의 무게가 더해진 오보. 결국 이날 이후 언론에 대한 신뢰는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았고,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바다 속에 잠긴 세월호처럼 언론에 대한 신뢰 역시 국민들의 분노 속에 잠겨있다.

이윤정 PD는 취재를 다니면서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언론에 대한 불신감이 얼마나 가슴 깊숙이 새겨져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팽목항에는 수백 명의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었지만 정부 발표를 앵무새처럼 읽어대는 모습을 보고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해경의 초동 구조 미흡, 진도VTS 태만 문제 등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뒤늦게 언론들의 반성이 이어졌다. 하지만 유족들은 반성을 한 언론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 PD와 인터뷰를 하고 나서 자신들의 이야기가 제대로 방송될 지 의문을 제기하는 가족도 있었다고 한다. “유족들은 사실 언론을 포기한 상태”라고 이 PD는 전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기에 이 PD는 더욱 더 언론이 얼마나 정치적인 힘에 의해 움직이고, 왜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낱낱이 짚어야 했다. 한국 언론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솔직하게 설명해줘야 국민이 그만큼 언론을 제대로 감시할 수 있다는 게 이 PD의 설명이다.

“권력을 감시하는 게 언론이라면 언론을 감시하는 건 국민이에요. 그리고 그게 언론이 살 길이죠. 우리가 방송하는 게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언론에서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국민에게 감시해달라고 호소한 거죠.”

  ▲ 이윤정 KBS PD.  
▲ 이윤정 KBS PD.
이 PD는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욕을 먹으며 세월호 현장을 누볐던 많은 기자를 만났다. 이 PD는 기자들을 취재하면서도 그들이 속한 언론계의 생태와 내부 문제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마음이 무거웠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한 해직언론인은 “잘못된 기사가 나가도 지적할 수 없는 위치에 있어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PD가 이번 프로그램에서 비판을 받았던 많은 언론 가운데 KBS 문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 것은 비판의 정점에 ‘국민의 방송’이라고 말하는 공영방송 KBS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8일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안산에서 KBS로 항의방문 온 모습을 바라보는 KBS 내부 구성원들의 심정은 말 그대로 참담했다. 이날 이 PD도 집에 있다가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 나왔다. 이 PD는 “언론인으로서의 의무와 사명을 계속 깨워야 했는데, 자기 통제를 잃어버린 건 결국 언론인 스스로였다”며 “5월 8일은 언론인에게, 특히 KBS 구성원을 각성시키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와 5월 8일은 무기력감에 빠져 있던 PD 개개인에게도 반성의 시간이 됐다고 한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낙하산 사장이 방송사에 오면서 오욕의 역사는 되풀이됐다. 시사 프로그램이 대거 폐지되고, 정부에 비판적인 아이템이 차단되면서 PD들의 ‘자기 검열’ 역시 강화됐다. 이 PD는 ‘학습된 무기력감’이라고 표현했다.

“프로그램에 다 담지 못했지만 길들여진 것 역시 문제라고 봐요. 방송에서 시사 프로그램의 문제를 많이 다루지 못한 것은 PD가 잘해서가 아니라, 세월호와 관련해 ‘PD저널리즘’의 각이 무뎌지고 뉴스 보도와 다른 가치를 보여주거나 아젠다를 제시한 게 없었기 때문이에요. 현장을 지키고 세월호를 다루자는 열정적인 목소리가 많이 사그라든거죠.”

결국 언론의 모든 치부를 드러내고 반성하게 만든 것은 ‘세월호’다. PD 사회에서도 ‘반성문’을 쓴 만큼 이제는 방송으로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언론으로 인해 상처받은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 역시 언론이 세월호 침몰과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주길 원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이번 방송을 만들면서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물론 단시간에 흡족할 만큼의 변화를 보여드리지는 못하겠지만, 언론인들이 이번 사건에서 깨달은 바가 워낙 크기에 분명 변화는 생길 겁니다. 국민께서도 언론을 포기하지 말고 감시하고 채찍질해주었으면 해요.”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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