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9시 31분께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를 앞두고 광화문 광장에서 카퍼레이드를 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족 400여명이 모여있던 광화문광장 끝에 멈춰섰다.
이들 속에는 김영오씨가 '저는 제 딸이 왜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 알기 위해 34일째 단식 투쟁 중입니다'라고 쓴 노란 손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차에서 내려 그에게 다가갔고, 두 손을 잡아줬다. 김씨는 허리를 깊이 숙여 교황에게 인사했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도와주시고 기도해주십시오"라고 말한 뒤 "제가 편지 하나 전해드려도 되겠습니까"라고 요청했다.
통역을 통해 김씨의 뜻을 전해 들은 교황이 고개를 움직여 승낙의 뜻을 나타내자 김씨는 "잊어버리지 말아주십시오, 세월호"라며 노란 봉투에 담은 자신의 편지를 건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편지를 직접 받아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김영오씨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달고 있던 노란 리본이 살짝 비뚤어져 있자 바로 잡아주기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교황은 미소를 지으며 김씨에게 악수를 청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전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미사 전에 교황을 만난 유족들은 그에게 노란 리본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의 앨범을 건네며 참사를 잊지말아달라고, 또 유민 아빠를 만나달라고 부탁했고, 교황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교황, 방한 내내 세월호 유족들 계속 위로
이 모습을 지켜본 단원고 박성호군 어머니 정혜숙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더할나위 없이 많은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로 사제의 길을 걷고자 했던 성호군 역시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다렸다. 정씨는 "성호가 기다렸던 분인데 없어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그래도 교황님과 많은 신자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위로받았다"고 말했다.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교황이 "많이 대비된다"고도 했다. 정씨는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보호받지 못한다는 가슴앓이가 너무 컸다"며 "교황님은 저희에게 해줄 수 있는 만큼 다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넉 달이 넘도록 아무리 외치고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단식을 해도 묵묵부답이고, 약속도 지키지 않으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반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족들과 함께 하고 있는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교황과 김영오씨의 만남을 환영했다. 세월호 국민대책위원회 박래군 공동위원장은 "(이 만남이) 국민들이 다시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특별법 제정에도 힘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내내 계속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그는 방한 첫날인 8월 14일, 공항에 마중 나온 유족들에게 "(세월호 참사를)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15일에는 고 김웅기 학생의 아버지 김학일씨와 고 이승현 학생의 아버지 이호진씨가 도보순례 때 함께 했던 나무십자가를 전달받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십자가를 바티칸으로 가져가 희생자를 위한 미사를 집전하겠다고 약속했다(관련 기사 : '노란 리본' 단 프란치스코 교황 "세월호 희생자들 성모님께 의탁한다").
그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내내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서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