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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음악다방]

몇 달 전부터 LP의 부흥을 의미심장하게 다루는 글들이 자주 보인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LP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음악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LP를 구입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LP 붐은 그저 ‘느낌적인 느낌’이 아니다. 지난달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한 잭 화이트의 <Lazaretto> 앨범은 발매 첫 주 판매량이 13만 8000장이었다. 그 중 음원은 약 5만 6000장, CD는 대략 4만 1000장이었는데 LP가 약 4만장이었다. 이 앨범은 ‘닐슨 사운드스캔(Nielsen SoundScan)’이 LP 판매량 조사를 시작한 1991년 이후 최고의 주간 LP판매량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미국에서의 LP 판매량은 2007년에 100만장 판매를 기록한 후 꾸준히 늘고 있다. 2009년 250만장, 2012년에는 450만장, 2013년에는 610만장을 기록했다. 무서운 속도의 상승세다. 이런 LP 붐에 대해서 여러 입장이 엇갈리기도 하는데, 대체로 음질이 더 좋다거나 아날로그적 감성이 담겨 있다는 식의 의견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레코딩 전문가들은 이것이 오해나 편견이라고 말한다. 애초에 아날로그 장비로 녹음하지 않는 한 별 의미없다는 얘기다. 다만 직접 재생 방식인 LP와 간접 재생방식인 CD의 매체 차이에 따른 소리의 차이는 존재한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LP의 한계로 여겨지던 재생 시의 잡음이 지금은 오히려 LP의 특성 혹은 향수의 기반이 된다는 게 의미심장할 뿐이다.

▲ Jack White - Lazaretto, 소니뮤직
미국의 LP 판매량은 왜 늘고 있을까? 2007년 이후 급증했다는데 주목해보자. 2006년은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한 해고, 2008년은 아이튠즈가 음악 산업 매출 1위를 차지한 해다. 미국의 음악 산업 구조는 이때부터 디지털로 전환되었다. 음반에서 (디지털)음원으로 시장 구조가 바뀌었다는 것은 물건에서 저작권으로 수익구조가 변환되었다는 뜻이다.

21세기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저작권 관리 체계로 꾸준하게 바뀌고 있다. 이때 음반과 같은 ‘상품’은 희소가치나 소장가치가 더 중요해진다. 잭 화이트의 <Lazaretto>를 플레이하면 홀로그램으로 새겨진 천사 이미지가 떠오른다. 가운데 스티커가 붙는 곳에 ‘히든 트랙’도 숨어 있다. B면 첫 곡의 인트로는 어쿠스틱과 전자음악 두 종류로 녹음되었는데 어느 쪽이든 나머지 부분과 자연스럽게 결합된다. 시각적 효과와 음악적으로 재미있는 실험이 LP라는 매체의 특성에 담기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하나 가지고 있을 만 하다.

사실 음악은 영화 같은 다른 대중문화 분야에 비해 개인과 더 밀접하다. 라디오의 등장은 음악을 사유화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공공장소에서 듣던 음악을 가정으로 옮긴 것이다. 카세트플레이어(워크맨)의 등장은 음악을 개인화시켰다. 혼자 듣는 음악 시장이 발명된 것이다. 그에 비해 디지털 다운로드나 스트리밍은 음악 청취라는 행위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이때 중요한 건 ‘음악적 경험’이다. 하나의 음반을 찾기 위해 거리를 헤매던 기억, 쇼핑몰을 클릭하던 경험, 비닐을 벗기고 케이스를 열어 속에 든 음반을 꺼낼 때의 촉감, 플레이어에 LP나 CD를 넣고 플레이버튼을 누르던 때의 감각. 이런 감각이 바로 음악적 경험이다. 그렇다면, 흔히 말하듯 LP에 대한 지금의 높은 관심은 디지털 음원 시대에 대한 반작용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이런 음악적 경험을 통해 물리적 음반이 디지털과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 볼 필요가 있다. 큼직하고 아름다운 LP는 음악적 경험의 극대화일지 모른다. 반면 ‘반영구성’과 ‘깨끗한 음질’을 내세웠던 CD는 어쩌면 가장 짧은 역사의 매체가 될 수도 있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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