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 도를 넘어선 ‘유민아빠’ 흠집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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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확인 악성루머까지 기사화…김영오 측 “허위사실 유포, 법적 대응할 것”

<조선일보>·<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일 넘게 단식 중인 고 김유민 양 아버지 김영오 씨에 대한 악의적 보도로 비난을 사고 있다. ‘유가족 책임론’을 제기해 온 보수언론이 김영오 씨의 사생활을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오 씨 측은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23일 ‘유민이 삼촌’이라고 밝힌 윤 모씨의 댓글에서 시작됐다. 윤 모씨는 세월호 관련 기사에 “단식 중인 김영오씨가 지난 10년간 자녀를 돌보지 않았다”는 댓글을 달았다. 해당 내용이 삽시간에 인터넷상에서 확산되자 윤 씨는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며 댓글을 삭제했다. 김영오 씨는 지난 24일 의혹에 대한 해명 입장을 밝혔다. 김 씨의 둘째 딸 유나 양도 같은 날 언론 인터뷰에서 삼촌의 주장을 반박했다.

▲ <조선일보> 2014년 8월 25일자

하지만 <조선일보>는 25일자 ‘유민 외가 “저 사람 지금 이러는 거 이해 안돼”’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면서 김 씨를 흠집내는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은 유민 양 외삼촌 윤 모 씨가 인터넷 상에 남긴 댓글과 함께 외가 인사들을 만나 김 씨에 대한 불만을 인터뷰로 실었다. 김 씨가 유민이 어머니와 이혼한 뒤 양육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조합원 소속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조선은 외가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김 씨의 입장을 전하면서도 “김 씨가 실제로는 이혼 후 딸들을 잘 보살피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김 씨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지만 김 씨와 관련된 여러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김 씨가 작년 전통 활쏘기인 궁도 초단을 딴 것을 두고 ‘비싼 여가 생활’을 했다는 네티즌의 의혹을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보도해 또 다른 의혹을 키웠다.

<동아일보>도 같은 날 ‘유민 아빠 '아빠의 자격' 논란’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는 “김영오 씨에 대한 ‘아빠의 자격’ 논란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고 밝힌 뒤 김 씨의 해명에 대해선 “김 씨는 단식의 진정성 논란도 의식한 듯 유민 양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애정’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수언론은 김 씨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단식농성에 돌입한 배경이나 정치공방으로 얼룩진 특별법 제정의 쟁점을 짚기보다 김 씨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등 ‘낙인찍기’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 조선은 26일자 ‘“내 고집이 센지, 박근혜 고집이 센 지 보여준다”’라는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에 대해 지나친 적대감을 드러냈다”며 김 씨를 묘사했다.

동아의 송평인 논설위원은 같은 날 ‘동력 떨어진 유민 아빠의 단식’이라는 글을 통해 “(김 씨는) 단식 중 여러 대중행사에서 보여준 주눅들지 않는 태도를 보면 직장 일이나 가정 밖에 모르는 순진한 아빠는 아닌 듯 했다”며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조합원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는 내용을 뒤이어 강조했다.

▲ <동아일보> 2014년 8월 26일자

이 같은 보도행태를 두고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언론사가 국민의 알 권리를 핑계로 누군가의 사생활을 캐는 보도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며 “특히 보수언론들의 사생활 보도는 예전만 해도 정치적 입장이 맞지 않는 대상을 향한 공격 수준이었다면 (김 씨의 경우)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치는 수준의 보도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이날 논평을 통해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유가족안이 왜 문제인지 사실에 근거해 비판해야 한다”며 “하지만 보수언론은 합리적 반론을 펼치는 대신 국민을 편 가르고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심지어 사건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인신공격성 보도까지 내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오 씨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민아빠에 대한 각종 음해성 의혹제기에 대하여’라는 글을 올려 각종 의혹을 반박했다. 김 씨는 “이혼 후 계속해서 양육비를 제공해왔습니다”라면서 “떨어져 지냈고, 딸들이 청소년기여서 함께 살아도 아버지와 서먹할 수 있는 시기인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통장내역, 둘째 딸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세월호 유가족 법률대리인 원재민 변호사는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을 확인해 진위를 밝혀야 하는 언론 중에도 본연의 임무를 외면하고 의혹 확대에 가담하는 일들이 있었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하는 것이 그렇게 이기적이고 무리한 요구인가”라고 반문했다.

원 변호사는 “아버님이 교황을 만났을 때 ‘세월호 유가족’이라고만 표현했던 한 방송사는 (유민이 외삼촌의) 댓글은 한 자 한 자 읽어주듯이 자세히 밝히면서 아버님의 반박글은 간단히 소개했고, ‘김영오 씨가 이혼한 뒤 전처에게 양육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허위사실까지 덧붙였다”고 말했다.

이어 원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법률지원단에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모욕에 대해 응분의 법적 책임을 물게 할 것”이라며 보수언론에 대한 법적 대응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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