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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 패소 … 법원 “재방비율 시정명령 이행가능성 없어 위법”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에 내린 과징금 처분의 위법성을 다툰 소송에서 패소했다.

종편의 승인 조건 위반이 위법하지 않다는 법원의 판결을 두고 종편의 탄생부터 재승인까지 ‘종편 감싸기’로 일관한 방통위가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지난 14일 사업계획서를 이행하라는 시정명령을 지키지 않아 방통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은 채널A와 JTBC, TV조선, MBN 등 종편 4사가 제기한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종편 4사에 시정명령을 내릴 때 이미 종편 4사 모두 달성해야 할 재방비율을 초과해 현실적으로 재방비율을 이행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종편의 손을 들어줬다. 시정명령을 받은 날부터 재방송을 한 번도 하지 않아도 사업계획을 달성할 수 없다는 종편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재판부는 방통위가 종편에 내린 시정명령 중 콘텐츠 투자 이행 부분에 대해선 “종편이 이행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면서도 이 부분만 따로 떼어 과징금 액수를 산정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방통위가 내린 과징금 처분 전체를 취소했다.

방통위가 적법하게 방송사업자에게 내린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에 재판부가 제동을 건 셈이다. 방송법은 방통위가 승인 조건 위반으로 인정될 때에 방송사업자에게 시정을 명령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판결로 방송사업자를 관리 감독하는 방통위가 ‘종이 호랑이’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리게 된 배경을 따져보면 종편 승인부터 재승인 심사까지 방통위가 보여준 ‘종편 감싸기’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1월 방통위가 종편 4사에 과징금을 부과 처분을 결정할 당시 야당측 위원들을 비롯해 언론계 안팎에선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질타가 나왔다.

종편은 2010년 승인 조건으로 붙은 사업계획서 이행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말 뿐이었다. 종편 4사는 2013년 사업계획서에선 재방송 비율 목표를 16.9~29.2%로 잡았지만 실제 재방비율은 43.5~62.2%나 됐다. 콘텐츠 투자 역시 1609억원에서 많게는 2300억원까지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에선 목표치의 60%도 채우지 못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종편의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해 방통위는 “최초 선정 당시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위반 행위”라면서도 과징금을 물리는 데 그쳤다. 방통위는 2012~2013년도 사업계획을 이행하라는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은 종편 4사에 각각 375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방통위 야당 위원들은 ‘업무정지’에 해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종편 3사의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제기된 종편 퇴출 요구에 대해서도 “일부 종편은 탈락할 수 있다”며 일부 종편의 재승인 탈락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결과는 3곳 모두 무사통과였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6일 논평을 내고 “과징금 부과 당시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종편 재승인에 두 개 정도는 탈락할 수 있다’는 발언과 같은 차원에서 야당과 시민단체를 상대로 ‘눈속임식’ 과징금 처분을 내렸고, 그 결과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방통위의 어리숙한 행위로 합의제 행정기구의 위상이 추락했고 종편이 사업계획 이행 등 승인 조건을 불이행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방통위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기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법원이 승인 조건을 법적으로 지켜야 하는 조건으로 보고도 왜 재방비율은 산술적으로 지키기 어렵다고 본 것인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항소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라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방송시장에서 퇴출되어야 할 종편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며 “방통위가 생색내기용으로 항소를 하더라도 조·중·동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종편 상대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자기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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