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KBS ‘문창극 보도’ 중징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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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측 위원 3인 ‘관계자 징계’ 의견… KBS 기자 “후보자 역사인식 보여주고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김성묵, 이하 방송소위)가 27일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등의 발언을 보도한 KBS <뉴스9>에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의 중징계를 예고했다.

방송소위 소속 5인 위원 중 여권 추천 위원 3인인 고대석·김성묵·함귀용 위원은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발언이 담긴 교회 강연 동영상을 보도한 KBS <뉴스9>가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1·2항, 제14조(객관성) 등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야권 추천 위원 2인인 박신서·장낙인 위원은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제20조(명예훼손) 1항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안건은 전체회의에 회부돼 제재 수위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앞서 KBS <뉴스 9>는 지난 6월 11일 ‘문창극 “일 식민지배는 하나님 뜻” 발언 파문’ 리포트에서 문 후보자가 교회 강연에서 일제 식민지와 남북 분단 등을 모두 “하나님의 뜻”으로 언급하는가 하면 제주도 4·3사건에 대해 “폭동사태”라고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게으르고 자립심 부족…민족 DNA”’ 리포트에서는 문 후보자가 민족 비하 발언과 친일파 윤치호를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KBS 제작진 “문 후보자 발언으로 역사인식 검증하고자”

이날 제작진 의견 진술을 위해 참석한 용태영 KBS 보도국 주간과 당시 리포트를 취재한 김귀수 현 보도국 북한부 소속 기자는 문창극 후보자 검증 보도가 공정성·객관성·명예훼손 조항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제작진은 오히려 문 후보자의 문제적 발언들이 과연 공직자 후보로서 적절했는지에 대한 공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김귀수 기자는 “공정성 여부는 관점에 따라 필연적으로 달라지지만 취재팀은 민주적 의사 결정과 정상적인 데스킹에 따라 보도를 제작하고 편성하고자 했다”며 “문 후보자의 강연 내용도 고위 공직자 후보자로서 역사인식을 보여주는 핵심 발언을 뽑아 쓴 것 인만큼 왜곡과 편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용태영 주간도 “지난 3월 <TV조선>에서 박창신 신부의 연평도 포격 발언을 보도하면서 반론도 없었고, 사실관계도 왜곡했지만, 당시 심의 내용은 왜곡 보도 여부보다 영상 출처를 밝히지 않아 권고가 나왔다”며 “(KBS 보도는) 언론의 균형감각에 입각해 선택된 팩트를 보도했고, 출처도 밝혔고, 반론권도 보장했다는 점을 참고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2014년 6월 11일 KBS <뉴스9> ⓒKBS

“역사관 드러내는 핵심 발언 보도” vs. “강연 전체 맥락 못 담은 보도”

제작진의 의견을 청취한 방송소위 위원들은 KBS 보도의 공정성 및 객관성을 위반 여부에 대한 입장이 확연히 엇갈렸다. 여측 위원들은 KBS 보도가 문 후보자의 강연 전체 내용을 담아내지 못했다며 문제 삼았고, 야측 측 위원들은 공직자 검증 보도에 대한 지나친 심의는 취재와 보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맞섰다.

여권 측 고대석 위원은 “‘일제 식민지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보도만 보면 (문 후보자가) 친일파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막상 강연 전체를 보면 그렇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함귀용 위원은 “신앙인들이 나라를 위해서 어떤 기도를 해야 하는지를 담은 강연”이라며 “강연 끝에 기도 제목만 봐도 주님을 통해 각성하고, 가난하지 않고, 나라를 사랑하게끔 해달라는 의도가 핵심이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KBS가 제기한 문 후보자의 민족 비하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함 위원은 “우리 국민이 조선시대 아전의 수탈로 근로 의욕을 상실했다는 게으름의 원인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근면하게 일하니까 우리나라가 발전했다는 내용도 빼면서 전체 강연 맥락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용태영 주간은 “보도는 강연의 내용을 요약하는 게 아니라 일제 식민까지 하나님의 사관으로 말하는 문제되는 부분을 짚는 것”이라며 “나라 사랑하는 부분을 전달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공직 후보자로서 모든 발언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역사 인식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여권 측 위원들의 의견을 반박했다.

이에 여권 측 위원들은 반론권 보장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청문회에서 답하겠다”는 문 후보자의 발언만 실은 KBS 보도가 반론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함귀용 위원은 “문 후보자가 한 시간 넘게 강연한 내용을 기억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일제 식민지가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로 보도될 거라 생각했겠느냐”라며 “구체적으로 기사의 멘트를 전했다면 (문 후보자가) 해명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취재진은 문 후보자의 공보 담당을 통해 대여섯 차례 연락을 취했고, 전화 또는 문자로도 입장을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용태영 주간은 “(KBS 보도 이후 문 후보자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힌 내용의 경우) 사태가 일단락될 때까지 관련 후속 보도에서 문 후보의 입장으로 매번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여권 측 위원들이 KBS 보도가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했다고 강하게 주장했지만 야권 측 위원들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장낙인 위원은 “(KBS가) 무엇을 검증하고자 했느냐를 두고 바라보는 시각들은 다르지만 결국 문 후보자의 강연 내용 중 역사 인식이 무엇인지 살펴보겠다는 의도는 공영방송이 마땅히 해야 할 일로 존중하는 게 마땅하다”며 “특히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역사관을 검증하는 보도에 심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취재와 보도의 자유를 억압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신서 위원도 “후보자의 대표적인 발언들을 통해서 후보자의 역사인식과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언론에서 관심을 가질 사안”이라며 “언론 본연의 역할이 ‘감시견’ 기능인데 그 부분을 심의한다는 것 자체가 (방심위 기구) 스스로 모순이 될 수 있다”며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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