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도리 저버린 언론, 더는 언론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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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왜곡하는 보수언론 규탄 기자회견…유가족도 울분 토해

“언론이 힘 있는 정치권의 눈치만 보고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외되고 힘 없는 사람을 대변하고 위로와 격려를 해 주는 것이 언론 아닙니까. 제대로 된 언론이 되어 주십시오.” (고 이창현 단원고 학생 아버지 이남석 씨)

수백명 아이들의 죽음 속에 담긴 진실을 알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간절한 외침이 일부 언론들에 의해 ‘떼쓰기’ 내지는 정치적 행위로 매도되고 있다. 또한 40일 넘게 ‘단식’을 하면서 건강이 악화된 세월호 유가족을 둘러싼 루머는 사실 확인 없이 신문과 TV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사 앞에 선 고 이창현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 이남석 씨는 “왜 언론이 어렵고 힘든 서민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지, 왜 언론은 침묵하고 왜곡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시민단체는 29일 낮 12시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죽음을 각오한 아빠 마음 폄훼하고 세월호 민심 왜곡하는 기레기 언론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었다. 언론·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연 것은 <조선일보>·<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40일 넘게 단식을 벌여온 고 김유민 양 아버지 김영오 씨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등 악의적 보도로 거센 비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 고 이창현 단원고 학생 아버지 이남석 씨가 29일 낮 12시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하는 언론에 대해“제대로 된 언론이 되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25일자 신문에서 ‘유민 외가 “저 사람 지금 이러는 거 이해 안돼”’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싫어 김 씨의 단식과 특별법 제정 요구에 흠집내기를 시도하는가 하면, 같은 날 <동아일보>는 ‘유민 아빠 '아빠의 자격' 논란’이라는 기사에서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사실무근의 루머를 보도하면서 김 씨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들의 단식 농성을 폄하하는 태도를 보였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뿐 아니라 이들 신문의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과 채널A의 보도 태도도 신문과 같은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TV조선은 지난 26일 “정치성향 논란…보육료 공개” 보도에서 유민 아빠가 박근혜 대통령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면서 “이들 동영상이 빠르게 퍼지면서 김 씨의 단식 농성에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채널A도 TV조선과 마찬가지로 “나와 박근혜 누구 고집 센지 보여 줄 것”이란 보도를 통해 박 대통령을 언급한 유민 아빠의 타 언론사 인터뷰 내용과 진도실내체육관 모습을 보여주면서 김영오 씨가 박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처럼 보도했다.

이 같은 일부 언론들의 보도 태도에 대해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참으로 불쌍하고 가엾은 아버지에 대해 언론이 보인 행위는 유민 아빠의 사소함을 갈기 갈기 찢고 마음대로 꿰맞춰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도저히 언론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조선일보>, <동아일보>, MBC는 인간 이하의 보도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을 하는 것에 대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쓰레기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부끄러운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들 언론의 ‘비언론적’인 태도가 계속될 경우 매체 추방 운동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도 기레기 언론의 퇴출이 한국 사회 ‘정상화’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기레기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면 ‘천인공노(天人共怒)’라는 한자성어가 딱 어울린다. 민주주의에서 건전하고 합리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게 언론의 역할인데, 지금의 언론은 분열적·갈등적·반민주적 여론을 형성시키고 있다”며 “조선·동아·TV조선·채널A가 어떻게 사람들을 괴물로 만들지 두렵다. 언론노동자, 언론관련 시민단체 뿐 아니라 현장 기자, 시민 모두 떨쳐 일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시민단체는 세월호 이후 ‘기레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언론이 여전히 반성하지 않은 채 진실 규명조차 멀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중단하라. 반성하고 제대로 보도하라”며 현 정권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국민의 요구 앞에 겸허히 나서서 다시는 이 땅에 이와 같은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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