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세월호법 거리두고 ‘언론 챙기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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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의 날’ 축하연 MBC 사옥 이전 기념식 연달아 참석

▲ 2일 방송의 날 51주년을 맞아 서울 서울 63컨벤션센에서 열린 축하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축사를 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
박근혜 대통령의 노골적인 ‘언론 챙기기’ 행보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지근거리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의 면담을 외면하면서도 방송사들이 주최한 행사에 연달아 참석한 모습을 두고 정부와 언론과의 밀착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과 2일 이틀 연속으로 지상파 방송들이 주최한 행사에 얼굴을 비쳤다. 2일 한국방송협회가 51주년 방송의 날을 맞아 개최한 축하연에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석했다. 그는 이날 “방송을 창조경제와 미디어 산업의 핵심으로 육성하기 위해 각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나가겠다”고 축사를 했다. 역대 대통령 중에 방송의 날 행사를 해마다 챙긴 대통령은 드물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열린 신문의 날 기념행사에도 모두 참석했다.

MBC가 하루 전인 지난 1일 상암동으로 사옥을 옮긴 것을 기념해 마련한 ‘상암동 시대 개막 기념식’에도 박 대통령은 참석했다. MBC 내부에서도 “대통령이 직접 올 줄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방송에 각별한 관심을 보내고 있는 박 대통령을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국회가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와중에 이어지고 있는 박 대통령의 친언론 행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KBS가 지난달 31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세월호 특별법 관련 여론을 조사한 결과 대통령이 세월호법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52.1%)이 넘었다. 대통령이 유가족을 만나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60.6%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실에선 유가족들이 세월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 용지를 청와대에 전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방송의 날’ 축하연 행사가 열린 이날 서명용지 130여만장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삼보일배를 하면서 청와대로 향한 유가족들을 경찰은 가로막았다.   

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방송의 날 축하연 행사가 열린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에게 “세월호 유가족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다면 유가족 단식농성장부터 찾아 위로와 유감을 전하는 게 예의가 아니냐”고 따져 물은 까닭이다.

▲ 2일 방송의 날 51주년을 맞아 축하연이 열린 서울 63컨벤션센터 앞에서는 언론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켜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
더군다나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자인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KBS 이사 임명장을 받는 과정에서 또다시 청와대의 ‘공영방송 장악’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박 대통령은 2일 이길영 KBS 전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한지 일주일만에 이 교수를 KBS 이사로 임명했다. 이런 연유로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방송의 공정성’이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성주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대통령이 대선 전에 약속한 방송 공정성 확보와 해직 언론인 문제 해결이 구체화된 게 없고 KBS 이사장 문제까지 불거진 작금의 상황을 보면 박 대통령이 MBC 개막식에서 강조한 방송 공정성 확보라는 말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프레스 프랜들리’에는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기능을 상실한 언론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상파 3사는 박 대통령의 MBC 개막식 발언과 방송의날 축하연 참석 소식을 모두 메인뉴스에서 다뤘다. 광고 규제 완화 등을 정부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방송 3사는 지난 1일 MBC 개막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 일제히 “방송산업 분야 규제 혁신”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2일 낸 논평에서 이같은 보도 행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혁신을 언급하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확성기를 자처하고 나섰다”며 “시급히 개혁해야 할 방송의 병폐의 근원에는 ‘언론 장악’과 미디어 사유화 정책이 똬리를 틀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박 대통령이 언론을 챙기는 모습에서 세월호법처럼 불편한 사안과 자리를 피하고 자신이 부각되는 자리만 찾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며 “언론이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판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깔려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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