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신문, 군소방송 앞세워 지상파 광고총량제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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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군소PP와 광고주 공유하지 않아”…광고현실 무시 주장 ‘반박’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 8월 4일 정책과제를 발표하며 지상파 방송에 광고총량제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 한 이후 유료방송, 특히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대주주인 조선·중앙·동아·매경에서 비판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자체적으로 작성한 전망·분석 기사부터 매주 열리는 방송·언론 관련 학회와 협회에서 주관한 토론회 중계까지 여러 기사가 나오고 있지만 내용은 비슷하다. “지상파 수익 늘리려 군소 방송사들 위태롭게 해선 안 돼”(9월 16일 <조선일보> 10면), “지상파만 특혜 주는 ‘광고총량제’…중소 PP 다 죽인다”(9월 16일 <매일경제> 10면) 등이다. 하지만 조선·중앙·동아·매경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일련의 주장들이 현실을 반영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상파 광고총량제, 군소PP 고사?= 방통위의 지상파 광고총량제 허용 발표 다음날인 지난 8월 5일 <조선일보>는 익명의 한 방송채널 사업자의 입을 통해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지상파는 연간 최대 1500억~2000억원 규모의 추가수익을 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경우 연간 광고 매출 100억~120억원인 중소 케이블TV 사업자 15~20개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전체 방송광고시장 중 지상파와 지상파 계열 PP(채널사용사업자)들의 점유율이 70.6%(2012년 기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광고총량제까지 허용할 경우 수백개의 나머지 채널들이 더 작아진 광고시장 안에서 각축을 벌이면 결국 경쟁 피라미드의 맨 끝단에 위치한 군소 PP들은 고사할 것이란 문제제기다.

▲ 9월 16일자 조선일보 10면
그러나 방송계 안팎에선 일련의 우려와 문제제기가 시장에서의 광고 집행 구조를 충분히 이해한 데 따른 것인지 반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지난 4일 열린 방송광고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박현수 단국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는 “지상파 광고규제를 완화할 경우 방송 생태계 말단에 위치한 사업자들뿐 아니라 신문의 광고까지 줄어들 것이란 우려들을 하고 있지만 이는 광고 유통 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토대로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문과 군소방송의 광고를 빼서 지상파에 준다는 건 광고계에서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호윤 MBC 광고기획부장은 “군소 PP의 광고는 대부분 보험과 대부업체, 영세업자 등에서 집행하는 반면, 지상파 방송의 광고주는 대부분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지상파와 광고주를 공유하는 곳은 종편과 CJ E&M 정도”라며 “종편의 광고매출 하락을 우려한다면 차라리 이해할 수 있지만, 군소 PP에 영향을 미친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선·중앙·동아·매경 등이 군소 PP에 대한 우려를 앞세우며 지상파 광고규제 완화를 반대하고 있지만, 실상은 이들 신문이 대주주로 있는 종편의 광고매출 감소를 방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로 읽히는 대목이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도 “광고주가 어떤 방송채널에 광고를 한다는 것은 해당 채널의 이미지를 사는 것”이라며 “만약 지상파가 광고규제 완화로 마이너리티 방송 광고까지 수용한다면 현재의 주요 광고주인 삼성 등의 대기업들이 광고채널도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지상파를 계속 선택할 이유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엇갈리는 총량제 기대 효과= 종편 등 유료방송들은 지상파 방송 3사의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를 최대 1500억원으로 보고 있다. 토막광고에 비해 평균 63% 정도 비싼 프로그램광고로의 전환에 따른 단가상승률 등을 계산할 때 상당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단가상승률 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광고시장을 현실을 감안할 때 예측만큼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온다.

현재 지상파 방송은 1시간당 10분 이내에서 프로그램광고 6분, 토막광고 3분, 자막광고 40초, 시보광고 20초 등으로 운용시간과 방법을 제한받고 있다. 하지만 총량제를 도입할 경우 1시간 당 10분(최대 12분)의 광고시간만 지키면 되는데, 이 경우 시청률이 높은 콘텐츠의 경우 프로그램광고를 확대하는 게 가능하다. 토막광고(3분)를 프로그램광고로 전환할 경우 15초짜리 프로그램광고가 최대 12개나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인기 콘텐츠라 하더라도 이렇게 프로그램광고가 늘어나는 것을 광고주가 반기느냐에 있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총량제로 프로그램광고를 늘릴 경우 그만큼 블록(구역)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광고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 전달을 더 방해받을 수밖에 없다”며 “광고주가 기피하는 현실이 만들어지는 만큼, 산술적인 계산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송광고 운영에 탄력성을 부여하는 것이 광고 증대의 효과로 이어질 지에 대한 의문 또한 존재한다. 박원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 연구위원은 방송광고 시장이 정체 상황에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바코가 지난 6월 2일 발표한 29개 광고플랫폼별, 78개 세부 광고유형별 광고비 산출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광고 매출은 2012년 2조 2388억원, 2013년 2조 2992억원으로 가장 높았을 뿐 아니라 증가세를 보인 반면, 지상파 TV광고는 2012년 2조 2304억원, 2013년 2조 1599억원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원기 위원은 “광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린다는 게 광고가 늘어난다는 얘기와 직결되지 않고, (총량제 허용으로)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 프로그램 광고가 줄어든다는 점 또한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 등에선 총량제 허용 등과 같은 규제 완화를 방송업계 내부의 이전투구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호윤 부장은 “코바코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총량제 도입시 MBC의 매출은 연간 146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2조원이 넘는 지상파 TV광고 시장을 감안할 때 이는 적은 액수일 수 있지만, 이 돈으로 <무한도전>을 50~60회 만들 수 있고 50부작의 대작 사극 한 편을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의 질을 담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종민 경희대 교수(언론정보학과)도 지난 15일 한국언론학회 주최 방송광고 정책 관련 토론회에서 “한류 확산에 주도적 역할을 해온 지상파가 계속해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광고규제 완화를 통한 재원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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