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신임 KBS 이사장의 편향 역사관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공영방송 KBS를 관리·감독하는 기구의 수장으로서의 자격 시비 또한 계속되고 있다.
16일 국민TV <뉴스K> 보도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지난 2006년 1월 19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주최 강연에서 제주 4·3 사건에 대해 대한민국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한 사건이었다고 주장했다. <뉴스K>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 이사장은 “지금 다시 조명되는 제주 4·3사태라든가, 여수 순천 사건이라든가 그런 것이 공산당의 체제전복 시도에서부터 비롯됐다는 것은 명명백백한 역사에서 다 나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다만 그런 것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양민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것이 또 끝까지 굉장히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지만, 대한민국을 지키는데 그런 식의 일이 필요하게 됐다고 하는 것이 우리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 특별법을 제정해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를 설치하고,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채택한 진상보고서를 통해 무고하게 희생된 주민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과와 희생자 지원을 건의했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국가 차원의 잘못을 공식 사과한 사건임에도 이 이사장은 불가피성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이 이사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진행된 정부 차원의 과거사진상규명 활동을 폄훼하는 발언도 했다.이 이사장은 2013년 10월 29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주최 강연에서 “역사청산위원회라는 것들이 해서는 안 될 짓을 모두 했다. 제주 4·3 사건, 광주 사건(5·18 민주화운동) 모든 것을 정부가 잘못했고 정부에 항거해서 일어난 소위 민(民)이 국민이고 그쪽이 헌법기관이다, 이따위 식의 조사보고서나 재판결과들이 나왔다”며 “대한민국 전복은 이미 그때부터 공공연하게 시작됐고, 정부가 거기 앞장을 서고 돈을 댔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유혈사태”라고 표현하며 “(당시) 정보통제 때문에 사실을 잘 알 수 없었는데, 그 틈에 흑색선전 같은 것이 사실 이상으로 몇 백 명 죽은 것을 몇 천 명 죽었다는 식으로 되고 나서 학생들의 분위기가 너무 격앙돼서, 제가 운동권 커리큘럼을 보니 기가 막힌 게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또 이날 강연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4·19로 불미스럽게 물러나셨지만 어떤 독재자들같이 탱크를 가지고 국민에 맞서거나 4·19에 봉기한 사람들이 잘못됐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젊은이로서 참 잘하는 것이라고 병원에까지 위문한 분을 천하에 없는 독재자로 (사람들은)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구 선생 암살과 관련해 “김구 선생을 (이승만 전 대통령이 개입해) 암살했다는 것은 아주 오해지, 이승만 박사의 그동안의 행적이나 모든 것으로 볼 때 김구 선생은 정치적 위협이 될 리 전혀 없었고…”라고 이 이사장은 말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2008년 9월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에서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측면을 일부 언급한 KBS 역사다큐멘터리를 비판하며 “검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1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인호 이사장은 지난 2008년 9월 <동아일보>에 게재한 칼럼에서 KBS 역사다큐멘터리 <한국사傳(전)> ‘이승만 2부작’ 편에 대해 언급했다. 해당 칼럼에서 이 이사장은 “의도적으로 왜곡된 또는 무의식적으로 편향된 견해가 엄격한 학술적 검증의 여과 없이 공영방송이라는 막강한 매체를 타고 온 나라에 방영되는 일을 방치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방송국 자체가 검증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역사를 왜곡해 역사 앞에 큰 죄를 짓는 일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그야말로 <한국사傳>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 소개한 것”이라며 “그런데 원로 역사학자인 이인호 이사장이 이 프로그램을 지극히 편향된 눈으로 보고 일방적인 매도와 비난을 쏟아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이 이사장이 <동아일보>에 이 같은 칼럼을 게재한 당시는 이명박 정권이 온갖 탈법과 불법을 동원해 정연주 KBS 사장을 축출한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자, 후임 낙하산 사장으로 청와대가 이병순씨를 임명한지 10여일이 지난 때로 뉴라이트와 보수 세력들의 ‘KBS 길들이기’가 절정을 이루었던 시기”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런 때에 KBS의 프로그램을 문제 삼아 ‘KBS를 방치할 수 없다’, ‘검증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른바 ‘KBS 길들이기’에 동참한 인물이 6년이 지난 지금 KBS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수장이 된 것”이라며 “이 이사장은 자신이 KBS 이사장 자리에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즉각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