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KBS 이사장, 역사관 해명 요구에 “사상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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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이사들 17일 이사회 ‘보이콧’ 파행 장기화 우려

이인호 KBS 이사장이 역사관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야당 추천 이사들의 요구를 ‘사상검증’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거부해 당분간 이사회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이사장은 대신 오는 17일 열리는 임시이사회에서 ‘논란에 대해 해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야당 이사들은 이날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앞서 야당 추천 이사 4명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뉴라이트 역사학자 출신인 이 이사장에게 우편향 역사관 논란 등에 대해 답변해달라고 공개질의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일제강점기와 반민주 독재정권에 대한 (이 이사장의)이념과 역사관 등은 건강한 상식을 지닌 시민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나치게 편향적이어서, 공영방송 이사회의 대표 자격이 없다”고 “그동안 제기된 의혹과 KBS와 이사회에 대한 입장을 17일 이사회 전까지 밝혀달라”고 했다.

이들은 공개질의서에는 이 이사장 조부의 친일 행위에 대한 견해, 이승만 전 대통령 등 과거 독재 정권에 관한 견해,  KBS이사(장)이 된 과정 및 절차에 대한 입장 등을 물었다.

▲ KBS이사회 야당 측 이사들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긴급 이사회에 앞서 이인호 신임 이사의 이사장 선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이름을 올라 있는 조부의 친일 행위를 옹호하거나 과거 군사정권의 독재를 미화하는 등 그동안 이 이사장이 언론 인터뷰 보도와 강연 등에서 한 발언을 놓고 보면 KBS 이사장에 적합하지않다는 게 야당 측 이사들의 판단이다.

이같은 요구에 이 이사장은 답변은 거부에 가까웠다. 이 이사장은 15일 “질의에 서면으로 답변해달라는 이사들의 요구는 사상검증”이라며 17일 이사회에서 구두로 답변하겠다는 취지의 회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야당 추천 이사는 “KBS 이사장의 역사관을 밝히는 일은 개인에 대한 사상검증이 아니다”며 “대중이 궁금해하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이사들 앞에서만 밝힐 게 아니라 국민 전체에 알려야 한다”고 이사장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 이사장의 역사관을 둘러싸고 갈등이 지속되면서 이사회 파행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7일 열리는 임시이사회는 이 이사장이 이사장으로 호선된 뒤 처음 주재하는 회의다. KBS 이사회는 추석연휴 전날인 지난 5일 긴급 임시이사회를 소집해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불참한 가운데 이인호 이사를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이사회에서 말하겠다’는 이 이사장의 답변에는 야당 이사들의 이사회 복귀를 유도하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야당 추천 위원들의 불참 속에 이 이사장을  KBS 이사로 추천한 이후 지속되고 있는 ‘반쪽 이사회’를 조속히 정상화하겠다는 속내다.

하지만 야당 측 이사들은 이사회 파행의 책임은 이사장에게 있다는 입장이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17일 이사회 개최에 앞서 이사회에 불참하기로 한 배경과 이 이사장의 답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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