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종편에도 방심위는 “아직도 걸음마” 두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편 심의 건수는 늘었는데 제재는 반토막…“방심위가 종편 대변인 노릇”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 출범한지 햇수로 3년째다. 아직 성장단계라는 점에서 (막말방송 등을) 자신들 스스로 개선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윤석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이 지난 19일 전체회의 당시 채널A <박종진의 쾌도난마>의 막말 방송에 대해 심의하는 과정에서 제재수위 경감 의견을 제시하며 근거로 내세운 건 ‘종편 햇병아리’ 주장이었다. 종편들이 막말·편향 등의 방송을 계속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있는 만큼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방심위원들, 특히 종편 탄생의 근거가 된 방송법 개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현재의 여권에 의해 추천된 위원들(9인 중 6인) 사이에서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또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심의에서도 윤 위원이 이런 의견을 제시하자 박효종 방심위원장은 “종편이 책임 있는 방송을 해야 하는 건 맞지만 윤 위원 얘기처럼 아직 정착이 잘 되지 못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결국 이날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대한 제재수위는 여권 추천 위원 6인 중 5인의 뜻에 따라 법정제재 중 가장 낮은 수위의 ‘주의’(벌점 1점)로 결정됐다.

이날 방심위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은 <박종진의 쾌도난마>에서 문제가 된 내용은 지난 5월 19일과 26일 각각 방송된 부분이었다. 5월 19일 방송 당시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세월호 참사에서 미흡했던 해경의 초동 대처와 관련해 “선체 인양 보험을 노려서 일이 이렇게 어그러졌다는 견해가 상당히 많아지고 있다”, “청해진해운과 해경 내 이해당사자들이 결탁한 음모로 보는 시선들이 있는데” 등의 사실 확인이 어려운 출연자 발언을 그대로 방송했다.

또 5월 26일 방송에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관계를 주제로 얘기를 하며 구원파에서 게시한 ‘우리가 남이가’ 등의 플래카드에 대해 출연자가 “당신이 나 비호해놓고 이제 버릴 수 있어? 그 비호는 뭐죠? 뇌물 주고받은 거죠” 등 객관적 근거 없이 단정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을 내보냈다.

현 정권에 대해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내용을 내보낸 해당 방송은 법정제재 중 가장 낮은 수위의 ‘주의’ 처분이긴 하지만 어찌됐건 중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야권과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들에 대한 종편 출연자와 진행자들의 막말과 편향발언 등에 대한 심의과정에서 여권 추천 위원들은 특히나 더 관대해지는 모양새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 가능하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호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9일 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2012~2013년 종편에 대한 방심위의 제재율은 심의건수 대비 50%를 상회한 반면 올해(8월 기준)의 경우 24.5%로 반토막이 났다.

눈에 띄는 부분은 심의건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방심위는 종편과 관련해 80건을 심의해 42건(52.5%)에 대해 제재를 했고 2013년에는 105건을 심의해 53건(50.4%)에 대해 제재를 했다. 반면 올해의 경우 8개월 동안 102건에 대해 심의를 했지만 제재는 26건(24.5%)에 그쳤다. 종편의 막말·편파 방송 등에 대한 시청자들의 문제제기는 해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방심위의 제재는 오히려 ‘솜방망이’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방심위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과 국정원의 여론조작을 비판하는 시국미사를 개최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해 “조폭사제단”이라고 한 출연자의 발언을 그대로 방송한 MBN <시사스페셜>에 대해 “개인의 견해일 뿐”이라며 ‘문제없음’ 판단을 했고, 채널A <정치이야기 시시비비>에서 나온 “민주당 집권 당시 국가정보원이 김정일 비자금 심부를 했다”는 출연자 발언도 “사실을 종합해 소개한 것”이라며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다.

그밖에도 종편 프로그램에서 참여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전 장관에 대해 “싸가지”라고 말한 출연자의 발언을 그대로 방송했지만 방심위는 “해학적 소개”라며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고, 종편에서 방송한 “야권정치는 김정일 유훈정치”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특정세력을 단정해 폄훼한 게 아니다”라며 제재의 필요성을 부인했다.

정 의원은 “뉴스 진행자가 ‘민주당은 동물원’이라고 비웃는 장면을 내보면 종편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대변하는 등의 모습을 보면 방심위가 아닌 종편의 대변인으로 의심될 정도”라고 비판했다.

한편 방심위의 고위 관계자는 “3기 방심위가 6월 중순에 출범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서 언급된 내용은 2기 방심위 당시의 모습”이라고 설명한 뒤 “2기 방심위에서부터 종편 심의 기준 등과 관련한 내부 검토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결과물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