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 현실정치 꾸짖는 정치사극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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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정국', 진상규명 억울한 죽음 등 대사로 풍자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을 그린 SBS <비밀의 문>이 현실 정치를 반영한 대사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2일 방송을 시작한 <비밀의 문>은 ‘궁중 미스터리’로 소개됐지만 2회부터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대치정국을 풍자한 대사로 ‘정치사극’ 면모가 두드러지고 있다.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에서 모티브를 얻은 <비밀의 문>은 영조(한석규)와 노론간의 결탁을 담은 비밀문서 ‘맹의’에 얽힌 ‘신흥복 살인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이 큰 줄거리다. 신흥복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주체로 특검을 내세우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좌포청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증거를 조작하는 부분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국가정보원 증거조작 의혹이 떠올리는 시청자가 적지 않다.

“힘없는 백성이 의문의 죽음을 당했는데, 그 진상규명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주도권 다툼만 벌이는 당신들이 역도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역도란 말입니까”(세자, 이제훈)나 “진실이나 정의 따윈 관심도 없는 험한 세상이 문제”(서균, 권해효) 등은 현재의 집권 여당을 겨냥한 대사로 들린다.

또 “반성없는 권력은 미래도, 희망도 없다”(영조), “적어도 백성의 목숨이 자신의 목숨만큼은 귀이 여겨야 정치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냐”(세자) 등 정치와 정치인의 자격을 담은 명대사로 꼽히고 있다. 강한 왕권을 지향하는 영조와 공평한 세상을 주창하는 세자의 정치관이 대립하는 장면에서 현실의 정치와 이상적인 정치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 SBS <비밀의 문> ⓒSBS
SBS 드라마 관계자는 “맹의를 둘러싸고 극의 긴장감이 더해가는 와중에 이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려는 세자 이선의 백성을 향한 속마음도 잘 드러나고 있다”며 “비록 이선의 대사가 사극 속 대사이긴 하지만 현재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많이 공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 초반에 세책을 금기시하는 조정의 분위기나 ‘신흥복 살인사건’을 실마리를 풀어가는 창작의 인물로 소설가 서지담(김유정)을 내세운 점도 오늘날의 세태를 반영한 대목으로 읽힌다. 드라마의 배경인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언로의 차단과 표현의 자유 침해를 떠올리게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비밀의 문> 속 ‘촌천살인’ 대사에 인터넷에는 “현실 정치를 반영하는 주옥같은 대사다”, “정치권의 행태를 꼬집는 대사에 속이 시원하다”는 소감평이 줄을 잇고 있다. 반대로 드라마에서 정치 문제를 떠올리는 대사를 보는 게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엇갈리는 반응은 시청률 등의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정치색 짙은 대사와 낯선 궁중용어로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는 <비밀의 문>은 지난 6일 7.5%를 기록, MBC <야경꾼 일지> 9.5%에 월화극 1위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뉴스 구독 순위와 버즈 순위 등을 측정하는 콘텐츠파워 지수(CPI)에선 1위를 차지했다. 6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와 CJ E&M에 따르면 <비밀의 문>은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된 콘텐츠 파워 지수 조사에서 287.2CPI로 1위를 기록했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비밀의 문>을 쓴 윤선주 작가는 <불멸의 이순신> 등의 전작에서 정치 문제를 은유적으로 담았는데 이번에는 그 표현이 직접적”이라며 “하지만 제작진의 의도와 별개로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대사를 큰 울림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현실 정치에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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