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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환경변화 대응 수익성 중심 재편’…노조 “공영방송 포기선언”

▲ 23일 서울 MBC사옥 로비에서 언론노조 MBC본부가 교양제작국 해체를 담은 조직개편안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MBC가 교양제작국을 해체하는 조직개편안을 끝내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MBC는 23일 노사협의회 개최를 요구한 노측에 조직개편안을 사실상 통보하고 오는 24일 이사회를 거쳐 곧바로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 이하 MBC본부)는 이같은 조직개편은 “공영방송 포기선언”이라며 강력 반발하면서 23일부터 조직개편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에 돌입했다.

MBC가 이날 MBC본부에 전달한 조직개편안에 ‘교양국’은 없었다. 기존의 교양제작국은 콘텐츠협력국에서 이름이 바뀌는 콘텐츠제작국 산하 ‘다큐멘터리부’와 예능국 산하에 신설된 제작4부로 흩어지게 됐다.

대신 부사장 직속으로 설치되는 특임사업국을 비롯해 뉴미디어포멧개발센터, 신사업개발센터, 드라마마케팅부, 예능마케팅부 등 마켕팅과 사업이 붙은 부서들이 들어선다.

MBC는 이번 조직 개편의 방향을 △미디어 환경변화 대응 강화 △수익성 중심 조직으로 재편 △기능 조정에 따른 조직 효율화라고 MBC본부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 23일 서울 MBC사옥 로비에서 언론노조 MBC본부가 교양제작국 해체를 담은 조직개편안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MBC본부는 23일 낸 성명에서 “사측은 노동조합과의 노사협의회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사원들과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논의도 하지 않았다”며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조차 사전협의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국감이 끝난 뒤 곧바로 조직개편을 시행하는 배짱이나 두려운 것이 없어 보이긴 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MBC는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만큼 그에 따른 공적 책무를 지며 MBC 방송강령이 ‘공익 추구, 사회적 약자 보호, 품격있는 프로그램을 방송 목적으로 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이제 MBC는 더 이상 공적 책무를 지닌 공영방송이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MBC 밖에서도 MBC의 교양국 해체 추진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23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MBC가 공영방송으로 역할을 못하고 있는데 교양제작국마저 해체한다는 건 MBC에 대해 경영진이 사망선고를 내린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로비에서 조직개편안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인 MBC본부는 오는 24일에도 피켓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다음은 MBC본부 성명 전문이다.

결국 공영방송 포기 선언인가?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사측은 오늘(23일) 노동조합이 요구한 ‘노사협의회’를 거부한 채 4장짜리 조직개편안을 통보하고는 내일(24일)자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개편안에 따르면, 30년 동안 MBC의 ‘공영성’을 담보했던 ‘교양제작국’은 전격 해체된다. 다큐프로그램은 외주 제작물을 관리하던 콘텐츠제작국으로, 나머지 조직과 인력은 직제 상 예능 1국의 제작 4부로 간다는 그림이다. 이번 국정 감사에서 교양제작국 해체에 대해, 공영성의 포기에 대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사측은 노동조합에 제시한 설명 자료에서 이번 조직 개편의 방향을 ‘미디어 환경변화 대응 강화’, ‘수익성 중심 조직으로 재편’, ‘기능 조정에 따른 조직 효율화’등 3가지로 요약했다. 바로 그 구호 아래서 없어진 것이 ‘교양제작국’이다. 부사장 직속으로 <특임사업국>을 둔데 이어, 각 부문마다 ‘사업부’ 또는 ‘마케팅부’라는 이름이 붙은 부서들이 생겨났다. 심지어 뉴스를 만드는 보도본부에도 <뉴스 사업부>가 신설됐다. 무조건 돈을 버는 데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업무 연관성이 높은 드라마와 같이 있었던 영상미술국은 이름이 바뀐 옛 ‘기술본부’로 옮겨졌다. 이 같은 조직개편은 곧바로 프로그램 개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는데, <불만제로>등 교양제작국에서 만들어오던 복수의 프로그램들이 곧 사라질 예정이다.

다시 한 번 분명히 하고자 한다. MBC는 공공의 재산인 전파를 사용하는 만큼 그에 따른 공적 책무를 지닌다. MBC의 방송 강령이 ‘공익 추구, 사회적 약자 보호, 품격있는 프로그램’을 방송 목적으로 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시청 시간대 오락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방문진의 지적에 대해 ‘교양 프로그램의 강화’를 약속한 것은 누구였나? 그렇다면 이제 MBC는 더 이상 ‘공적 책무’를 지닌 ‘공영방송’이 아닌가?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사가 아닌가? 이쯤 되면 사측은 ‘공영방송 포기선언’도 함께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사측은 노동조합과의 노사협의회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사원들과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논의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조차 사전협의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국감이 끝난 뒤 곧바로 조직개편을 시행하는 배짱이니, 사실 두려운 것이 없어 보이긴 하다.

지금까지 회사가 전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이른바 ‘인력재배치 계획’도 마찬가지다. 각 부문에 관계없이 일정 비율을 ‘잉여인력’으로 솎아내 재교육과 대기발령을 시킬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지만 사측은 아직도 노동조합과의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법원이 판결을 통해 준엄히 잘못을 지적한 바 있는 ‘신천교육대’를 다시 만들겠다는 얘기인가?

노동조합은 분명히 경고한다. 지금도 넘쳐나는 소송에 또 송사를 더하려고 하는 것인가? 조합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측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을 것이다. 회사가 공영성을 포기하고 사원들을 다시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다면 우리 선택지도 적어질 수밖에 없음을 사측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2014년 10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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