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에 도전한 MBC 프로그램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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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미국 10부작’ 등 성과 뒷전·교양국 해체

MBC 교양제작국의 해체로 사실상 MBC의 시사교양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빠졌다. 앞으로 정치권력과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시사프로그램과 공익성과 공영성이 강한 다큐멘터리의 제작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1984년 신설된 MBC 시사제작국은 명품 다큐멘터리와 교양 프로그램의 산실이었다. MBC 대표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을 비롯해 <경찰청사람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휴먼 다큐 사랑>, <아마존의 눈물> 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 사시제작국에서 탄생했다.

<경찰청 사람들>, <PD수첩> 등을 연출한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도 교양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KBS에 이어 MBC에도 1984년에 (시사)교양국을 만들게 됐다”며 “이후 교양국은 시청률로 평가 받는 예능·드라마와 달리 공영성이 강한 프로그램 제작을 맡으면서 공영방송 MBC의 근거지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1990년대 <PD수첩>과 함께 MBC를 대표하는 시사프로그램이었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방송된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한국현대사에서 금기시됐던 사건을 재조명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방송 초반부터 제주 4·3항쟁, 보도연맹, 산청 양민학살 등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어 대규모 학살을 자행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반미가 곧 친북’이라는 등식을 깨고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주한미군 문제 등을 통해 한미 관계를 되돌아 보기도 했다.

▲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또 ‘실미도 특수부대’, ‘삼청교육대’, ‘녹화사업 희생자들’편에서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과 인권탄압을, ‘문세광과 육영수’ 편 등에선 권력 비사에 읽힌 죽음의 배후를 추적했다. 1980년 언론통폐합과 1000여명이 넘는 언론인 강제 해직을 다룬 ‘언론통폐합’편에선 신군부가 언론사 사장들에게 ‘경영 포기 각서’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성역없는 현대사 조명으로 호평을 받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당시 각종 언론상을 휩쓸었으며 참여정부 시절 설치된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조사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2002년 9월 8일부터 방송된 <MBC 스페셜-연속기획 10부작 미국>은 미국에 대한 집중 보고서다.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항상 친미 혹은 반미라는 양극단으로 존재해 왔던 미국에 대한 객관적인 성찰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 내에 불고 있는 맹목적인 애국주의 열풍과 그것을 부추기는 언론과 군산복합체의 문제를 비롯해 이민자에 대한 불평등 그리고 총기 문제 등 10편에 걸쳐서 방송했다.

범죄 재연 프로그램 <경찰청 사람들>은 1990년대 교양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시청률이 40%에 육박하면서 높은 인기를 얻었다. <경찰청 사람들>은 모방범죄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범죄 예방 효과가 크다는 평가가 더 많았다. MBC는 지난 3일 <경찰청 사람들>를 잇는 범죄재연 프로그램 <가디언즈>를 파일럿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휴먼 다큐멘터리-사랑>은 2006년부터 가족의 달마다 찾아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적셨다. 간암 말기의 부인과 남편의 절절한 사연을 담은 ‘너는 내 운명’편(2006), 위암말기 환자로 두 아이를 키운 싱글맘의 이야기를 그린 ‘풀빵엄마’ 편(2009) 등은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희아’편(2006)과 ‘해나의 기적’(2013)은 ‘뉴욕 TV페스티벌에서 휴먼 프로그램 부분 금상을 받기도 했다.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MBC <아마존 눈물>은 2009년 방송 당시 25%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마존의 눈물>의 성공으로 MBC는 <아프리카의 눈물>(2010), <남극의 눈물>(2011) 후속 ‘눈물 시리즈’를 선보였다.

MBC 한 시사교양 PD는 “다큐멘터리나 <PD수첩> 등의 프로그램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PD들도 처음에는 시사교양국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방송 철학을 정립하고 경험을 쌓는다”며 “교양제작국의 해체는 열매를 맺지 못하도록 토양을 갈아엎은 것과 같은 의미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공익성이 강한 프로그램은 나오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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