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문제는 ‘역사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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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이사장으로서의 철학·고민 ‘부재’…도덕성 논란도

국회 국정감사는 끝이 났지만 지난 22일 KBS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인호 KBS 이사장을 둘러싼 자격 논란과 그로 인한 사퇴 요구는 국감 종료 이후 더 거센 모양새다. 국감 출석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편향 역사관 논란만이 이 이사장의 발목을 잡았지만 국감 출석 이후부턴 그가 공영방송의 대표 격인 KBS의 최고의결기구의 수장으로서 최소한의 철학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까지 이어지며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 22일 여의도 한국방송공사(KBS) 신관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인호 이사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노컷뉴스

1. 이사장직 수락 배경, 자기 방어?

이 이사장은 이날 국감 과정에서 방송 문외한임에도 KBS 이사장직 수락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전임 이사장 사표 제출 후 사흘 만에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의 추천을, 그리고 나흘 뒤 대통령 임명까지 받은 상황을 두고 KBS 안팎에서 ‘청와대 낙하산’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다.

이 이사장은 “언론 보도에서 KBS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일부 신문에서 저에 대한 부당한 공격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내가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KBS 이사장직을 반드시 언론 전문가가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한국의 대표 공영방송에 대한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기구의 수장을 맡기로 결정한 배경이 자신을 향한 언론의 비판을 ‘공격’으로 인식한 상황에 있다는 답변은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사상 초유”라고 지적하며 비판 질의를 이어간 배경이다.

2. ‘역사관’ 앞에선 마이동풍

이날 국감에서 미방위원들, 특히 야당 측 미방위원들이 지적은 동일했다. 바로 “이 이사장의 역사관의 옳고 그름을 따지진 않겠지만, 이 이사장의 역사관을 지나치게 강요하다 보면 (대중이 생각하는) 공영방송 중립성에 영향”(정호준 새정치연합 의원)을 미칠 수 있고 “이 이사장의 역사관과 다른 역사 프로그램 제작 시 내부 분쟁을 격화”시킬 수 있으니 외부 강연 등을 포함해 이 이사장의 역사관을 특히 강조하는 태도는 지양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이 이사장은 “프로그램에 적극 개입하겠다고 밝힌 일이 없다. KBS 이사장의 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순 있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라며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직접이든 간접이든 이사장이 프로그램 제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방송법이 별도의 조항으로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규정하고 있는 이유다.

KBS이사장 임기 동안 외부 역사 강연을 자제하라는 요구에도 이 이사장은 자신이 ‘비상임 이사’ 신분임을 내세우고 “공영방송 이사장은 역사관도 갖지 말라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야당 미방위원들은 상임 여부를 떠나 “국민의 역사 인식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언론기관의 공영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거듭 지적했고, 결국 국회의 모든 국감 일정이 끝나고 다음날인 28일 이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여당을 이에 반박하는 성명을 연이어 냈다. 이런 가운데 KBS의 한 관계자는 “본인은 강연 소개 시 KBS 이사장이라는 걸 밝히지 않겠다고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라며 “공영방송 이사장으로서의 철학, 태도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3. 공정방송 이슈는 모른다?

자신의 역사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엔 주저 없이 답을 하고, 심지어 질문 중간 중간 끼어들기까지 하며 의견을 피력하던 이 이사장의 답변이 유난히 짧았던 순간이 있다. 유승희 새정치연합 의원으로부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주요 내용인 특별다수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때로, 이 이사장은 “깊이 생각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지난해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회가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했던 사안이다. 특히 공영방송 이사회 등에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는 부분은 국회에 제출된 여야 의원들의 법안에서 주요하게 정하고 있는 바다. 질문을 했던 유 의원이 “외부 역사 강연을 할 시간은 있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의 이슈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없었나”라며 KBS 이사장으로서의 이 이사장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한 이유다.

4. 당당한 관용차 사적 사용

이 이사장은 KBS 국감 과정에서 취임 이후 관용차를 개인 용무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거리낌 없이 밝혔다.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이사회 개최 유무와 상관없이 지난 9월 11일 이후 같은 달 26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KBS 관용차량을 이용했다. 즉, 논란이 된 외부 역사 강연(9월 23일) 당시에도 관용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이 이사장 역시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당당했다. “역사 강연이 KBS 이사장으로서의 공식 활동인가”라는 최 의원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하고서도 “그럼 관용차량을 사용해선 안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러지 않다고 본다”고 잘라 말한 것이다. EBS 이사장이 관용차량 사적 사용으로 감사원 지적을 받은 사실 등이 언급되자 이 이사장은 “앞으로 (개인 용무에) 안 쓰겠다”고 답했지만, 앞서도 관직을 경험한 이 이사장이 관용 차량의 사적 사용을 당연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을 두고 ‘도덕성’ 지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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