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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통합방송법 실효성 의문

독과점 폐해 막을 장치는 제외…시청자 권익 보호 내용 실종 박수선 기자l승인2014.10.28 23: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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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과 IPTV법을 하나로 묶는 통합방송법이 정부의 ‘유료방송사업자 눈치보기’로 누더기 법안으로 전락할 공산이 커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해부터 연구를 진행해 온 통합방송법의 윤곽을 28일 공개했지만, 통합방송법의 전제가 되는 시장 획정이나 동일서비스 동일원칙의 핵심인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 등 알맹이가 빠져 있어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통합방송법 제정은 현재 방송법과 IPTV법을 통합해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논의가 이뤄져왔다. 지난 28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유료방송 규제체계 정비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는 양 부처가 지난 3월부터 운영해온 공동연구반의 논의 결과를 처음으로 내놓은 자리였다.

토론회에서 이종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디어시장분석그룹장은 ‘유료방송 규제체계 정비 방향의 기본 원칙으로 이용자(시청자) 권익 증진, 미래지향적 규제체계 수립, 사업자간 규제 형평성 실현, 규제 실효성 확보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법안의 방향을 보면 이같은 원칙이 무색할 정도로 사업자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반영해 규제를 완화하거나 민감한 쟁점에 대해선 판단을 유예하는 식으로 일관된 기준이 보이지 않았다. 규제 완화에는 요금제도를 기본 상품 이외의 VOD와 부가서비스에 대해서는 신고제로 전환할 수 있게 하고, 사업자간의 인수 합병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 과천정부청사 미래창조과학부. ⓒ노컷뉴스  
▲ 과천정부청사 미래창조과학부. ⓒ노컷뉴스
이와 달리 방송계 안팎에서 유료방송 공정 경쟁과 독과점 폐해를 막기 위해 정비 필요성이 제기된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합산규제는 통합방송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종원 그룹장은 “특수관계자 합산규제는 법안이 계류 중인 국회의 논의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이유를 댔다. 시장점유율 합산 규제는 현재 가입자 상한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스카이라이프 가입자를 시장점유율 규제에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이번 통합방송법의 최대 정잼이었다. 스카이라이프가 DCS(접시없는 위성방송)를 통해 유료방송 독과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통합방송법에 어떤 형태로든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양 부처는 결국 국회에 책임을 넘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의 초안에는 규제 철학과 전체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찾아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에 연구반의 판단이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방송법은 공익법 성격이 강하고 IPTV법은 산업을 활성하기 위한 측면이 강한데 성질이 다른 법안을 어떻게 합칠 것인지 연구반의 초안에는 전혀 나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의 규제체계 정비가 지상파 방송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등은 논의의 대상도 아니었다. 연구반은 통합방송법에서 다루는 범위는 국정과제 대상인 유료방송으로 제한했다. 이 본부장은 “지상파 방송에 대한 공적 서비스 방송에 대한 정립과 역할 규정이 중요하지만 유료방송 시장 질서 확립 이후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토론회에서 나왔다. 김윤철 TV조선 전략기획실 부국장은 “유료방송과 무료방송은 하나의 풍선 안에 있기 때문에 한쪽이 움직이면 다른 쪽도 영향을 받는데 시장 획정을 하지 않고 유료방송의 규제체계 정비가 실익이 있을까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남표 MBC 전문위원도 “지상파 방송부터 규제체계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논의의 앞뒤가 바뀌었다”고 했다.

정부와 별개로 공공성 회복을 위한 통합방송법안 마련 작업에 들어간 언론시민단체는 통합방송법 논의에 시민사회단체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법안의 기본 원칙으로 시청자 편익을 강조했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채널 선택권을 넓히는 것을 시청자 권익의 확대로 받아들이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통합방송법안은 이런 식으로 서두를 게 아니라 미래부와 방통위, 범시민사회가 참여한 상태에서 법안의 기초를 만들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11월 통합방송법안 공청회를 개최한 뒤 내년에 본격적인 법령 개정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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