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국 폐지→ 인력 분산 배치→교양 없는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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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개편 ‘예고된 수순’ …2010년부터 교양PD 뽑지도 않아

논란이 일고 이는 MBC의 이번 인사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배제와 고립이다. 인사발령을 받은 120여명 가운데 내부에서 ‘부당 인사’라고 보고 있는 30여명은 기존의 업무와 조직에서 차단된 곳으로 발령을 받았다. MBC가 2013년 4월 파업 참가자에 대한 인사 발령은 무효라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54명에게 원직복귀 인사를 낸지 1년 6개월 만이다.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의 파업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부당 인사 논란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달 조직개편에서 해체된 교양제작국 소속 직원들의 인사에서 뚜렷하다. 교양제작국에 속해 있던 30여명은 이번 인사발령에서 7개 국·센터·부서로 뿔뿔이 흩어졌다. 기존 교양제작부에 몸을 담고 있던 PD들은 교양제작국의 기능이 분리된 콘텐츠제작국과 예능국뿐만 아니라 사업관련 부서인 신사업개발센터, 경인지사와 편성국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프로그램 제작과 취재를 하던 이전의 업무와는 동떨어진 곳이다.

보도국에선 이미 한 차례 취재부서에서 인터넷뉴스부와 SNS로 밀려난 기자들이 매체전략국,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으로 다시 이동했다. 허유신 기자 등 <시사매거진 2580>에 있던 기자들도 뉴미디어포맷센터로 전출됐다.

▲ 안광한 MBC 사장이 지난 7월 14일 상암동으로 사옥을 옮긴 뒤 처음으로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MBC 공식블로그 M톡
■“원칙없는 교육발령, 모욕감 주려는 의도”=이번에 부당 인사로 거론되는 이들 상당수는 2012년부터 반복적으로 부당과 징계, 소송을 겪고 있다. 편성국으로 발령을 받은 조능희 PD는 올해만 두차례 징계를 받았다. 2008년 방송된 <PD수첩> ‘광우병’편 책임CP였던 조 PD는 사전 고지 없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진행해 회사 명예를 실추시키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 4월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조 PD는 당시 1심과 항소심에서 징계 무효 판결을 받고도 회사가 판결 내용을 일부 인용해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리자 이를 비판하는 취지의 인터뷰를 가졌다.

이번에 교육발령을 받은 이춘근 PD와 이우환 PD는 2012년에 각각 정직 3개월과 교육발령 6개월을 받았다. 편성국으로 자리를 옮긴 김재영 PD도 2012년 정직 3개월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김재철 전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렸다가 정직 6개월을 받은 이용주 기자는 복귀 이후에도 SNS뉴스부서에 근무하다가 이번에 교육발령을 받게 됐다. 2013년 상반기 업적평가에서 하위 등급인 R등급과 N등급을 받은 이들 중에 2명은 교육발령을, 2명은 비제작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MBC는 교육 대상자를 ‘인사 고과 등을 반영해 결정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한 업적평가가 업무배제의 근거가 되는 식으로 부당한 인사조치가 특정인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교육발령을 통해 모욕감을 주고 공영방송 의지를 꺾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다큐스페셜’ 등 축소 불가피= ‘찍어내기’ 인사가 교양PD들에게 집중되면서 프로그램의 제작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MBC가 보도국 취재기자를 최근 2년 사이에 채용한 경력기자로 대폭 교체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교양 시사 프로그램은 자연소멸 수순을 밟고 있다. MBC의 대표적인 교양 프로그램인 <불만제로>는 지난달 29일 방송을 끝으로 폐지됐다. <생방송 원더풀 금요일>도 오는 17일 개편을 앞두고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큐스페셜> 팀도 이번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으로 규모가 줄었다. 기존 20명을 유지하던 연출진은 이번 인사발령으로 16명으로 축소됐다. < 다큐스페셜> 팀에서 창사특집 등을 준비하고 있던 김환균·조능희·한학수 PD등은 모두 다른 비제작부서로 발령을 받았다.

김학영 MBC 콘텐츠제작국장은 “이전에도 사정이 생겨 기획한 PD가 제작에서 빠지는 일이 있었는데 준비 중인 건 차질없이 방송이 나가도록 할 것”이라며 “(프로그램 제작 역량 등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MBC 전체의 슬림화에 기조에 따라 이뤄진 결정인 만큼 이후에도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양 조직과 인력의 축소로 ‘교양없는 MBC’가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석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재영 MBC본부 민실위 간사는 “MBC가 자체적으로 만든 프로그램 품질지수(QI) 지수가 <왔다 장보리> 등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불만제로>의 제작진은 폐지 이틀 전에 통보를 받았고, <불만제로>로 상을 받은 PD가 교육을 받고 있는 상황을 보면 경영진에게 MBC의 경쟁력과 브랜드는 중요한 게 아닌 것 같다”며 “이미 2010년부터 교양PD도 뽑지 않고 있어 ‘교양 없는 MBC’의 재생산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PD연합회는 4일 낸 성명에서  “제작진의 자율성을 송두리째 빼앗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만 만들겠다는 불순한 의도이며, 공적영역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MBC의 이번 인사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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