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품에 안긴 방송사 윈윈(win-win)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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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SBS 등 7개사 TV캐스트 입점…편성권 갖고 온라인 광고 ‘직접 판매’

MBC와 SBS를 비롯한 주요 방송사업자들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업무계약을 체결하고 온라인 광고 시장에 진출하면서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송계 안팎에선 온라인 광고 시장으로 눈길을 돌린 이번 시도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지,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될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달 스마트미디어렙과 네이버가 체결한 계약의 내용은 이달부터 MBC와 SBS, JTBC를 비롯한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4사, CJ E&M 등 7개사가 프로그램 하이라이트를 네이버 TV캐스트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네이버와 방송사업자들이 단순하게 콘텐츠를 주고받는 거래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계약의 내용과 배경을 들여다보면 그 의미가 간단치 않다.

방송사들은 내부적으로 네이버와 영상 콘텐츠 거래에서 주도권을 가져온 계약이라고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전에는 네이버에 영상 클립을 무작위로 퍼갈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방송사들은 이번 계약을 통해 TV캐스트에 영상을 올리는 시기와 내용 등을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됐다. TV캐스트 내의 영상 클립 편성권을 갖게 된 것이다. 7개 방송사업자들은 네이버 TV캐스트에 해당 프로그램이 방송된지 24시간 내에 프로그램당 3개 이상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올리기로 했다.

11일 현재 TV캐스트 메인화면을 보면 네이버도 전날 방송된 KBS <내일도 칸타빌레>, JTBC <비정상회담>,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등을 ‘추천동영상’으로 전면 배치하면서 이용자들의 ‘클릭’을 유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의 배경을 두고 유튜브가 독식하고 있는 국내 동영상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는 네이버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커지는 온라인 시장, 수익 배분 불만 증폭 = 방송사들의 입장에선 이번 계약의 핵심은 광고 사업권이었다. 지난 6월 MBC와 SBS가 각각 10억원씩 출자해 세운 온라인광고 판매대행사인 스마트미디어렙은 이번 계약으로 본격적으로 온라인 광고 판매에 나서게 됐다. TV캐스트에 7개 방송사업자들이 올리는 영상클립에 대한 동영상 광고 판매를 대행하게 된 것이다. TV캐스트에 입점한 방송사들이 영상 클립을 판매하고, 수익이 나면 네이버와 나눠 갖는 구조다.

그동안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등에 영상을 제공해온 방송사 사이에서는 콘텐츠수익 배분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방송 콘텐츠의 소비가 늘고 있기 때문에 방송사입장에서도 온라인에 주력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방송사들이 포털사이트에 영상을 제공한 것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는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사들이 온라인 광고판매로 얻는 수익은 광고주가 지불하는 광고비의 30% 수준이었다. 예컨대 5000만원짜리 동영상광고를 팔더라도 방송사가 손에 쥐는 광고 수익은 1500만원에 불과했다. 온라인 광고 대행사나 폴랫폼사가 갖는 수수료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 등이 판매를 대행하는 방송광고는 코바코 등이 갖는 수수료의 비중은 14%가량이다.

무엇보다 방송사들이 온라인에 눈을 돌리게 한 건 광고 시장의 변화였다. 인터넷 광고 시장 규모는 2012년 이미 지상파 방송을 뛰어 넘어 그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올해 전체 광고비에서 지상파가 차지하는 비율은 19.1%에서 18.8%으로 소폭 감소한 반면 모바일 광고비는 4.8%에서 7.8%까지 늘어난다.

이은우 스마트미디어렙 공동대표는 “시청자들이 TV수상기를 통해 프로그램을 보는 게 아니라 모바일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라면서 “지상파의 본방송 시장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광고 수익도 줄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컸다”고 말했다. 이해관계가 다른 지상파와 종편, CJ E&M 등이 이번 계약에 참여한 배경에는 방송계 전반에 퍼진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 “장기비전 없는 대응”지적도 =그렇지만 온라인 광고 시장의 진출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스마트미디어렙은 유튜브와 포털사이트 다음 등과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PIP(플랫폼 인 플랫폼) 형태의 계약과 광고 수익권, 편성권을 동일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동영상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튜브가 국내 방송사업자들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네이버가 동영상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지 못하면 네이버와 한배를 탄 방송사가 얻는 효과도 미미할 수밖에 없다.

방송사의 주먹구구식 환경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지상파 N스크린서비스로 선보인 ‘푹’에 대한 평가와 TV캐스트 서비스와 실시간 본방송과의 상관관계 등을 면밀하기 고려하지 않고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광고를 대행하는 미디어렙사 한 관계자는 “지상파 본방에 기반을 두고 N스크린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바람직한데 현재 방송사들의 온라인 시장진출은 방송과 분리되어 있다”며 “결과적으로 신문처럼 모든 권한을 내주고 네이버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대한 대처가 미온적이었는데 직접 광고대행사를 세우고 이용자들을 직접 파악하려고 시도한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방송사들이 중장기적으로 어떤 디지털 플랫폼 전략을 갖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아 이런 시도가 얼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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