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KBS·EBS 공공기관 지정 ‘직접통제’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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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소속 의원 158인 중 155인 참여…“20대 총선까지 KBS 핸들링 속셈”

새누리당이 KBS와 EBS를 공공기관에 지정할 수 없도록 한 내용을 삭제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영방송인 KBS와 EBS를 국영방송화 하려는 수순 밟기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현재 의원 등 155인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13일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 발의에는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홍문종 의원과 간사인 조해진 의원 등도 참여했다. 158인의 소속 의원 중 155인이, 그것도 당 지도부까지 모두 참여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당 차원의 개정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제4조로, 공공기관 지정과 관련한 내용이다. 현행법은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법인·단체 또는 기관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적고 있는데 △정부 출연 기관 △정부지원액이 총수입액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기관 △정부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나 3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임원 임명권한 등을 갖고 있는 기관 등이다.

또한 현행법은 제4조 2항에서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는 기관을 적고 있다. 바로 △구성원 상호 간의 상호부조·복리증진·권익향상·영업질서 유지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고 운영에 관여하는 기관 △방송법에 따른 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따른 EBS 등이다. 즉, KBS와 EBS의 공공기관 지정은 법에서 허락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현재 의원 등이 제출한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은 현행법에서 제4조 2항을 삭제했다. 또 제4조 1항을 수정해 기재부 장관으로 하여금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법인·단체 또는 기관 중 정부가 직접 또는 다른 기관과 함께 사실상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관을 공공기관혁신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고쳤다.

또, “공공기관을 지정할 때에는 법령상의 근거, 출연 등 재원구조, 지분보유, 정부보증, 사실상 지배력 확보 등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되 그 기준과 절차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규정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결국 KBS와 EBS의 공공기관 지정을 가능케 하는 규정들이다.

또한 개정안은 제7조 2항(공공기관의 해산)을 신설해 퇴출 규정을 마련했다. △설립 목적의 달성, 존립기간의 만료, 그밖에 정관으로 정한 사유의 발생 △합병 △파산 △법원의 명령 또는 판결 △이사회 결의 등을 통해 공공기관을 해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방송의 사회적 역할을 감안할 때 가능성은 낮지만 개정안대로라면 KBS와 EBS도 원칙적으로 예외일 수 없다. 다만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비스 범위가 전국적이며, 서비스 중단시 이를 대체할 별도의 대체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등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 주무기관의 장과 협의해 한시적으로 해산을 유예할 수 있다’는 내용에 따라 해산이 유예될 수 있을 뿐이다.

KBS와 EBS를 공공기관에 포함시키려던 시도가 과거 존재했지만, 시도에 그쳤다는 점에서 여당의 이번 개정안 발의의 배경에 대한 의구심을 짙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사실 KBS와 EBS를 공공기관으로 적용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법은 지난 2006년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기획예산처(현 기재부)가 공영방송 운영에 광범위하게 개입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당시 언론·시민단체들의 반발 끝에 2007년 4월 KBS와 EBS는 공공기관 지정에서 유보되고, 2008년 현행법의 4조 2항, 즉 KBS와 EBS를 공공기관에 지정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신설한 개정안이 최종 마련됐다.

일련의 과정 끝에 KBS와 EBS는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음에도 새누리당이 또다시 논란을 반복하려는 데 대해 KBS 구성원들은 “20대 총선(2016년)까지 KBS 길들이기를 통한 직접 통제를 예고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는 18일 성명을 내고 “KBS와 EBS는 이미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 감사원 및 각종 위원회로부터 중층적인 규제와 외부 감시의 틀 속에 들어가 있고, 국회의 경우 예산 결산과 국정감사, 기금심사 등을 통해 경영과 운영 전반을 1년 내내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155명이나 되는 여당 의원들이 개정안 발의에 참여했다는 건 김무성 지도부의 조직적 작업 하에 남은 19대 국회 임기 내내 KBS를 괴롭혀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고도의 정치술수에 다름 아니다”라며 “20대 총선이 치러지는 2016년까지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놓고 KBS와 국회는 지루한 줄다리기를 할 것이고 KBS 경영진은 정권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KBS본부는 “박근혜 정권 역시 KBS 경영진을 꼭두각시로 삼아 20대 총선과 대선에서 KBS를 정권 연장의 불쏘시개로 삼으려 호시탐탐 야욕을 드러내고 있고, 그 첫 시도가 KBS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는 공공기관법 개정안 발의”라며 “공영방송을 국영방송화 하고 정권의 발 아래 두려는 음모에 맞서 한 판 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날 허영일 부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두 공영방송은 예산 통제는 물론 보도와 프로그램 제작 통제, 이사장·사장 선출에 대한 청와대 개입 노골화 등으로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공영방송이 권력의 시녀의 전락해 또다시 국민들이 ‘땡전뉴스’에 이어 ‘땡박뉴스’를 보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 해선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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