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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대항한 민변· 언론 ‘손보기’

[분석]‘그것이 알고 싶다’ PD 수사… “연이은 간첩사건 무죄 판결에 대한 보복” 박수선·최영주 기자l승인2014.11.18 20: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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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간첩 사건’과 관련한 이번 검찰 수사의 칼끝은 민변을 향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불똥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도 튀었다. 결과적으로 공권력에 대항하는 민변과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프로그램 성격상 취재원의 항의를 받고 법적 소송으로 이어진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지난 7월에 방송된 ‘아가와 꼽새, 그리고 거짓말-여간첩 미스터리’편에 대해선 방송이 나간 뒤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다.

제작진에 따르면 간첩사건의 신고자로 알려진 탈북자 A씨도 <그것이 알고 싶다> 담당 PD를 고소하기 전까지 방송 내용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았다. 제작진은 “A씨 인터뷰를 두 번했는데 두 번째는 제보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인터뷰했다”며 “방송 이후에 공식적인 항의를 받은 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제시한 혐의도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이번 수사를 처음으로 보도한 <국민일보>를 비롯한 언론은 검찰과 A씨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국정원 수사보고서를 노출하면서 제보자의 신원을 공개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고 보도했지만 제작진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제작진은 “방송에서는 ‘탈북자 A 씨로부터’라는 표현만 공개됐을 뿐이고, 해당 표현의 출처는 국정원이 제작진에 제공한 ‘북한 보위부 여간첩 이 00 사건 설명 및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 지난 7월 26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아가와 꼽새, 그리고 거짓말-여간첩 미스터리’ 편. 화면 속 국가정보원 수사기록에는 조사 대상 등의 이름이 지워져있으며, 또 다른 자료에는 A씨로 표기돼 있다. ⓒSBS  
▲ 지난 7월 26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아가와 꼽새, 그리고 거짓말-여간첩 미스터리’ 편. 화면 속 국가정보원 수사기록에는 조사 대상 등의 이름이 지워져있으며, 또 다른 자료에는 A씨로 표기돼 있다. ⓒSBS
실제 해당 방송분을 다시 확인해 본 결과 방송에서 신고자 실명은 찾아볼 수 없다. 신고자는 가명으로, 서류에서 신원이 노출될 수 있는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결국 검찰과 경찰이 여간첩 사건 변호를 맡았던 장경욱·박준영 변호사의 혐의 입증을 위해 무리하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수사 대상에 올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검찰은 여간첩 사건의 변호사들이 법정에 증거로 제출된 수사보고서 사본을 방송사에 넘긴 것으로 보고 유출 경위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검사가 증거로 제출할 서류 등을 사건 또는 소송 준비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타인에게 교부·제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266조 16항이 근거가 됐다.

검찰이 사문화됐다는 평가를 받는 규정을 끄집어 낸 배경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등 간첩사건을 무죄로 이끈 민변에 대한 앙갚음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은 민변 출신 변호사들이 변론을 맡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과 ‘직파 간첩 사건’에서 연달아 무죄 선고를 받고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검찰이 최근 민변 출신 변호사들이 피소된 사건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대한변호사협회에 이들에 대한 징계를 신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검찰이 지난달 말 민변 소속 변호사 7명을 징계해달라고 대한변협에 신청해 “유신검찰로 회귀”(민변)라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과 ‘직파 간첩 사건’에서 변호인으로 활동한 장경욱 변호사는 징계 대상자 명단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에 여간첩 사건으로 수사까지 받게 됐다.

박준영 변호사는 이번 수사 논란에 대해 “방송에 대한 탄압이자 간첩사건 변호인에 대한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국정원이 피의자에게 유리한 자료를 감췄고 이 같은 부당한 내용을 알리기 위해 공익적인 차원에서 SBS에 제보를 했다”며 “언론이 공권력을 감시하는 당연한 역할을 했음에도 수사를 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이런 방송을 할 수 없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라고 지적했다.

언론계에선 이번 수사를 언론 자유를 위축하는 ‘언론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PD연합회는 18일 성명을 내고 “공안당국이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 등 연이은 간첩 조작 사건으로 국민들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자 적반하장격으로 변호인들과 언론을 공격함으로써 궁지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며 “SBS PD에 대한 수사 방침은 박근혜 정부 하에서 벌어진 언론탄압과 공안몰이의 연장선상”이라고 비판했다.


박수선·최영주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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