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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PD협회 미래방송 간담회 ②] 인터넷 시장에서 바라본 KBS, 지상파의 미래

KBS PD협회(회장 안주식)가 방송의 미래에 대한 준비와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미래준비위원회를 설립해 지난 9월부터 매달 한 번 미디어업계의 미래를 고민하는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두번째 간담회 주제는 ‘인터넷 시장에서 바라본 KBS 그리고 지상파 방송의 미래’다. 지난 11월 5일 서울 여의도 KBS PD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이번 간담회에는 판도라TV 김경익 대표를 초청해 인터넷 동영상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고찬수 KBS PD협회 미래준비위원회 부위원장와 대화를 나눴다.  <PD저널>은 지난 11월 13일자 <KBS PD협회보>에 게재된 간담회 내용을 소개한다.<편집자>

1.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와 방송의 미래
2. 인터넷 시장에서 바라본 KBS, 지상파의 미래
3. 웹드라마는 드라마의 미래인가?
4. 라디오의 미래
5. 한류와 해외 콘텐츠 시장
6. 스마트TV
7. 소셜TV와 빅데이터 TV
8. 무인자동차-웨어러블 시대의 미래방송
9. Zero TV vs TV Everywhere
10. 한국에서도 미디어 분야의 혁신이 가능할까?
11. 미래를 위한 방송사의 준비
12. 토크콘서트 : 1년 결산

▲ 지난 11월 5일 서울 여의도 KBS PD협회 사무실에서 KBS PD협회 미래방송 간담회에 참석한 판도라TV 김경익 대표와 고찬수 KBS PD협회 미래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KBS PD협회
고찬수: 안녕하세요. 판도라TV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최초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한 회사인데요. 판도라TV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김경익: 우리나라가 인터넷을 시작한 지 올해로 딱 20년이에요. 저는 인터넷 초창기에 레떼닷컴(lettee.com)이라는 인터넷 카드 사업을 해서 인터넷의 급격한 성장을 경험했고 그 이후 찾아온 닷컴 버블도 지켜봤어요. 그 때 ‘앞으로 인터넷은 어떻게 변할까?’ ‘인터넷 미디어가 어떻게 될까?’라는 것들을 생각해봤는데, 저는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했어요. 첫 번째는 검색.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된다. 그렇다면 검색은 더욱 중요해 질 것이고 영원히 갈 아이템은 검색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커뮤니티(지금의 소셜)다. 당시 싸이월드가 잘되고 있었는데 개인과 개인의 접점을 이어주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미래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세 번째가 동영상이었어요. 망이 고속화 되고, 장비 값이 내려가고 하면 소비자들의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인터넷 기반으로 늘어날 것이다. 검색과 소셜은 사업자가 이미 있고, 세 번째 동영상은 사업자가 아직 없으니 우리가 이것을 하자고 해서 레떼에서 판도라로 큰 변화를 준 것이죠.

사업을 시작한지 10년이 된 지금 판도라TV는 다시 큰 고민에 빠져있어요.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이 지금은 모바일 기반으로 다 바뀌었는데 모바일에 최적화 되어 있지는 않아서 위기의식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새로운 플랫폼 환경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죠. 이것이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인데, 저는 KBS도 마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의 벽돌마켓(굴뚝산업)과 지금이 다른 것은 이런 고민의 주기가 적어도 10년 만에 한 번 씩은 오고, 적어도 5년에 한 번은 플랫폼에 대해 계속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죠. 플랫폼에 대한 고민은 다른 말로 바꾸어서 말하면 결국 고객, 즉 소비자에 대한 고민이에요. 소비자는 플랫폼의 접점이거든요. KBS도 마찬가지인 것이죠. 지상파라는 것이 플랫폼이잖아요. 이 플랫폼 위에서 소비자들이 TV수상기를 통해서 사용을 했던 것인데, 이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죠.

고찬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작했던 판도라TV보다 유튜브가 동영상 콘텐츠의 거대 플랫폼이 되었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김경익: 우리가 처음에 판도라를 만들었던 플랫폼은 한국적이었고, 잘 했었요. 예컨대 지금 유튜브가 하는 콘텐츠와 마케팅들은 10년 전에 저희가 다 했던 것들이죠. 대단히 많은 스타들이 나왔고, 동영상 놀이문화를 판도라가 다 휩쓸고 지나갔었죠. 그래서 판도라가 국내 인터넷 랭킹 8위까지 갔어요.

그런데 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냐면, 외부적인 요인으로는 199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잖아요. 그때 저희가 투자를 더 이상 할 수 없었어요. 두 번째는 내부의 요인인데 플랫폼을 확장해나가는 전략에 있어서 태생적으로 한국지향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 당시에 우리는 좋은 화질을 서비스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유튜브는 그런 것 보다 화질은 낮지만 필리핀·말레이시아 등 모든 나라에서 1등 깃발을 먼저 꼽는 전략을 사용했죠. 그리고 지금 그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화질을 서비스하고 있어요. 결과는 이렇게 다르죠. 인터넷 세상에서 컴퓨터와 IP기반의 플랫폼을 글로벌하게 키워나가는 방식을 우리는 몰랐던 것 같아요.

고찬수: 유튜브 이외에도 많은 경쟁 상대들이 존재하는 동영상 시장에서 판도라TV의 미래 전략은 무엇인가요?

김경익: 아프리카TV나 네이버 동영상 서비스는 저희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어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유튜브가 저희의 경쟁 상대죠. 저희 회사는 쌓인 많은 동영상들을 빅데이터와 새로운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 즉 새로운 동영상 광고시장을 어떻게 개척할 것인가 하는 것을 고민해요. 그것이 저희들의 주 관심사예요.

고찬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현재 동영상 시장에는 광고 이외의 유의미한 수익 모델이 거의 없잖아요?

▲ 김경익 판도라TV 대표
김경익: 우리나라 시장만 특별히 그런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유료 콘텐츠 시장 중 잘 되는 곳이 없어요. 하지만 팬이라고 하는 충성도가 있는 소비자들이라면 다른 현상을 만들어낼 수가 있죠. 예컨대 일본은 팬클럽에 들어가는 것도 유료화 되어 있어요. 그러한 교훈은 트위치(맨 아래 Tip 참조)에서도 배울 수 있었어요.

동영상 광고시장도 역시 밖에서 보는 것과 많이 달라요. 처음 시작할 때는 겨우 광고단가가 CPM(1000번 노출 시 단가)으로 2000원이었어요. CPM단가가 2000원이라는 것은 1번 노출에 2원이라는 것이죠. 지금은 CPM 단가가 7~8000원 정도 해요. 산술적으로 4배 올라간 것이죠. 그리고 광고상품은 진화하면 RTB(Real Time Bidding, 맨 아래 Tip 참조)상품으로 바뀌어요.

구글이나 네이버 키워드 검색이 높아진 이유는 RTB모델이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RTB가 되려면 매체가 힘이 있어서 광고주들이 붙어야 경쟁이 되는 것이죠. 남아돌면 RTB가 작동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지금은 동영상 광고도 RTB 단계까지 갔어요.

요즘은 또 CPV단가(1회 플레이 시 단가)로 파는데 단가가 50원 까지 갔어요. 여기서 스킵(skip)버튼을 누르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CPM으로 따지면(1000번 노출된다면), 1회 노출에 50원이니까 5만원이 되는 거예요. 스킵버튼을 누르지 않는 확률, 즉 ‘컴플릿트(complete)율’이라고 하는데, 컴플릿트율이 50%라고 하면 노출당 50원이기 때문에 50%를 할증을 해보면 CPM으로 따지면 노출당 25원이 되니까 25000원짜리 상품이 되는 것이죠. 정말 요즘 컴플릿트율이 50%는 나와요. 이렇게 된 것을 보았을 때에 CPM단가가 초창기 광고 시장과 비교하면 10배까지 커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고찬수: 인터넷 동영상도 수익 모델로서 의미가 있는 시장으로 발전을 했군요.

김경익: 시장이 변하고 있는 중이고, 아직까지는 많이 어렵죠. 동영상은 많은 코스트를 유발해요. 사실 아직까지도 코스트(비용)가 레비뉴(수익)와 균형을 이루지가 쉽지 않아요. 판도라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일정한 레비뉴(수익)를 유지했던 것과 동영상 관련 모든 기술을 내부에 다 가지고 있어서 코스트 매니지먼트가 가능했기 때문이에요.

동영상 플랫폼의 핵심은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코스트 매니지먼트 그리고 콘텐츠죠. 콘텐츠가 절대 우위에 설 수 없어요. 비즈니스 모델과 코스트 매니지먼트, 이것은 생존의 문제니까요. 이것이 해결 되어야 비로소 콘텐츠를 말할 수 있는데, KBS와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은 콘텐츠를 앞에 이야기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대처가 어려워지는 것이죠. 콘텐츠를 가두느냐 내보내느냐만 계속 이야기하기 때문에 플랫폼의 근본 문제에 다가갈 수 없는 것이죠.

고찬수: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로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김경익: 미국의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플랫폼의 핵심 가치 즉 핵심 논리는 ‘고객을 애큐지션(획득)하는 것이 머니타이즈(수익화)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이에요. ‘고객을 애큐지션(획득)해 놓으면 언제든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마이스페이스도 고객을 많이 확보했는데 왜 페이스북처럼 되지 못했냐면 고객 애큐지션(획득)의 방법이 다르고 가치가 달랐던 것이죠. 까놓고 보니 별 볼일 없던 거예요. 그렇다면 그것은 진정한 고객을 모은 것은 아니죠. 플랫폼 사업을 할 때에 우리가 제일 신경써야하는 것은 가격-품질-편리성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제품으로 고객을 제대로 애큐지션(획득)하는 것 이예요.

KBS는 거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고 훌륭한 기업이에요. SBS, MBC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고객들이 떠나가고 있어요. 왜 그럴까요? 한국의 방송 콘텐츠는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다 인정해줘요. 문제는 콘텐츠가 아니에요. 콘텐츠 품질에 대한 이야기보다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해요. 새로운 플랫폼의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소비자가 참여하고 호흡해 가면서 만들어 지는 것이죠. 공급자가 완벽하게 완성된 제품을 만들어서 내보내야 한다는 옛날 생각을 하는 것이 KBS와 <뉴욕타임즈> 그리고 전체 미디어 거대 기업들의 한계예요. 본인들이 다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콘텐츠는 불안정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 것이죠.

고찬수: 그렇다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김경익: 아주 큰 변화 한 가지를 말씀 드릴게요. 인터넷이 모바일로 왔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모바일에서 답을 찾자고 하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모바일 시대가 끝났어요. 다음 단계인 소셜 시대로 넘어갔어요. 이 둘은 다른 거예요. 이미 모바일은 5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이 충분할 만큼 썼고 성숙한 상황에 도달해 버렸어요. 이제는 소셜에서 어떻게 소비되느냐가 관건이 됐는데 우리는 여전히 모바일을 얘기하고 있는 거예요. KBS의 콘텐츠들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 등 소셜서비스와 얼마나 연결되어 있을까요? 저는 거의 없다고 봐요. 소비되지 않죠. 회자되지 않는 거예요. 동영상 플랫폼에서 유튜브의 시대도 끝나가고 있어요. 자료에 의하면 페이스북과 유튜브의 동영상 포스팅 개수가 거의 같아졌어요. 그리고 소셜 인터렉션은 이제 유튜브보다 페이스북 쪽이 더 많아요.

이런 새로운 변화 속에서 우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분하게 우리의 플랫폼을 만들어야 해요. 그런데 새로운 플랫폼을 할 때에 가장 어려운 점은 조직이에요. 조직이 결국 새로운 일을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기업들의 새로운 도전이 안 되는 이유는 잘 가다가 경영진들이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죠. 경영진들은 성과중심이고, 단기적인 성과들에 집착을 하죠. 하지만 KBS는 다른 사기업들과는 다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KBS는 반드시 장기적인 계획을 가져야합니다.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혁신적인 IT기업들과 힘을 합치면, 적은 비용으로도 많은 실험을 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어요. 물론 미래의 방향은 소셜과 글로벌이죠.

[Tip]

* 트위치TV(TwitchTV) : 게임 전용 인터넷 개인 방송 서비스. 2011년에 저스틴TV의 게임 부분이 독립해서 시작. 트위치 이용자 시청시간 하루 평균 106분(유튜브 이용자 동영상 시청시간 하루 평균 11분). 2014년 아마존닷컴이 9억 7,000만 달러에 인수.

* RTB(Real Time Bidding) : 광고를 실시간으로 경매하는 시스템. 광고를 노출하면 가장 효과가 있다고 판단이 되는 사용자가 보고 있는 웹페이지에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광고주가 광고를 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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