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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잘’ 사랑할 것인가… 노부부가 우리에게 묻습니다”

[인터뷰]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PD 김연지 기자l승인2014.11.25 10: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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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이 영화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 CGV에서 열린 시사회에는 2200여 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다양한 연령층에서 고르게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특히 젊은 연령층의 호응도가 높다고 한다. 관객 설문을 통해서도 20~30대가 주 타깃 연령층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이야기가 아니다. 조병만(98세) 할아버지, 강계열(89세) 할머니의 사랑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이야기다.

76년째 함께 산 노부부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DMC 첨단산업센터에서 영화를 만든 진모영 독립 PD를 만났다.

  ▲ 진모영 독립PD ⓒPD저널  
▲ 진모영 독립PD ⓒPD저널
그는 2011년 방송된 KBS <인간극장>을 통해 두 사람을 처음 접했다. 곱게 커플 한복을 차려입고 두 손 꼭 잡은 채 나들이를 가는 노부부. 젊은 연인처럼 가을엔 낙엽을 던지면서 장난을 치고 겨울엔 눈싸움을 하는 이 부부를 보고 진 PD는 “경이로운 한편 의심이 들었다”고 했다. 그들의 모습이 너무 다정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꽃을 꺾어다 선물을 하는가 하면 잘 때는 서로의 살결이 닿아야만 잠이 드는 이 노부부에게 진 PD는 한눈에 매료됐다.

진 PD는 이 영화가 ‘철저하게 부부의 사랑이 주제인 영화’라고 설명한다. 이혼 경험이 있는 그는 ‘부부가 잘 산다는 것’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했다. 사람을 피폐하게 만드는 이혼의 과정을 겪으며 부부의 의미, 사랑의 의미에 대해 반추하는 시간을 가졌다. 두 사람이 부부로 만나 인생을 함께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고민의 답을 노부부를 통해 얻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현대인, 나아가 인류에게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진실하고 강력하게 들려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진 PD는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노부부가 사는 강원도 횡성의 시골 마을로 들어갔다. 숙식은 동네 교회에 딸린 방에서 해결했다. 2012년 9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장장 15개월에 걸친 촬영이었다. 제작비 한 푼 없이 촬영을 시작했고, 그렇게 겨울을 넘겼다.

무모한 시작이었지만 다행히 몇 군데 기관에서 제작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2013년에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제작지원프로그램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았다. 재밌게도 그가 선정된 부문은 ‘신진다큐멘터리제작지원’이었다. 1997년부터 독립 PD로 방송일을 시작해 오랜 기간 영상을 만들어왔지만, 영화감독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성규 PD의 유작인 <시바, 인생을 던져>에는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그래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프로듀싱을 맡은 한경수 PD는 진 PD를 ‘중고 신인감독’이라고 부른다.

  ▲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그의 ‘첫 영화’에 필요한 나머지 제작비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투자회사도 나타났다. DMZ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연이 닿은 투자회사는 영화가 완성되자 제작에 이어 배급도 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개봉에 앞서 대규모 시사회를 추진했다. 보통 만 명 정도가 보면 ‘잘 된 다큐’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PD의 말에 투자자는 “그럼 개봉하기 전에 만 명은 미리 확보합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진 PD는 “운이 좋았다”고 거듭 말하면서도 “이 작품이 흥행하고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단순히 자신의 작품이어서가 아니라, 다른 다큐 제작자들에게도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서다. 한국에서 다큐멘터리는 ‘산업’이라고 할 만한 기반이 존재하지 않는다. 2009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총 관객 수 293만 명을 기록해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역대 흥행 2위를 기록한 <울지마 톤즈>는 44만 명, 다큐멘터리의 ‘칸영화제’라 불리는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장편부문 대상을 받은 <달팽이의 별>은 2만 명을 채우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다큐멘터리는 아직 투자가치가 없는 분야로 여겨지고 있거든요. 다큐멘터리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어요.”

그의 바람이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개봉을 앞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대한 국내외 반응은 나쁘지 않다. 지난 9월 열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선 매진사례 끝에 관객상을 받았다. 덴마크 방송사 DRTV 등에 선판매가 됐고, 해외 배급사도 선정됐다.

영화는 사랑이야기로 시작해 이별로, 이별 후에도 계속되는 사랑으로 끝난다. 진 PD는 조병만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과정은 최대한 절제하려고 했다. “슬픈 장면을 일부러 질질 끌면서 감성팔이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돌아가시는 장면도 촬영은 했지만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영화에 쓰지 않았다. 죽음보다는 삶의 이야기, 사랑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한 장면.
진 PD는 다양한 연령층이 이 영화에 반응하는 것이 기쁘단다. 그는 “젊은 층의 호응이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지만, 애인과 함께 또 보러오겠다, 부모님을 모시고 오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자식들이 부모를 모시고 오고, 부모는 아들과 며느리를 데려오는 다양한 추천의 형태를 보니 서로 사랑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갈망, 더 아끼면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투영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진 PD는 그 마음이 바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진 PD는 이제 차기작 <이방인>을 준비 중이다. 남과 북, 생과 사, 원주민과 이방인 등 끊임없이 경계에서 살아가는 탈북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내년 5월 말쯤 완성 예정이다.

그는 “다큐멘터리에는 실제 이야기가 주는 감동과 힘이 있다”고 말한다. 본질을 드러내는 다큐멘터리만의 전달력은 크고 무거운 화두를 던질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들이 다큐멘터리만의 묵직한 힘과 진솔한 메시지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을까. 그의 첫 영화 개봉이라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연지 기자  onmymind@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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