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로 성장하는 종편, 입지 좁아진 방송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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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출범 3년] 무너지는 공공플랫폼

“신문시장의 퇴행 속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이라는 기형적 특혜방송으로 돌파구를 찾은 것처럼 지상파 방송도 공공플랫폼으로서 요구받는 모습과 다른 길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1일로 출범 3년을 맞은 종편으로 인한 변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지상파 방송의 한 관계자가 내놓은 답이다. 그의 말마따나 종편은 현재 방송시장 안에서 공공 플랫폼인 지상파 방송을 위협할 만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숫자로 확인되는 부분은 바로 광고 점유율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에 따르면 지난해 종편의 광고매출 점유율은 전년대비 37.8%(1709억원→2355억원) 늘었다. 반면 지상파 방송의 점유율은 5.3%(2조 1833억원→2조 675억원) 줄었고, 종편을 제외한 나머지 PP(채널사용사업자)의 광고매출 점유율 또한 4.5%(1조 770억원→1조 281억원) 하락했다.

정체·축소하고 있는 방송광고 시장에서 유독 종편만이 괄목할만한 증가율을 보였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두 가지 경우의 상정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상파와 일반 PP의 광고 몫이 종편으로 이전됐거나 인쇄매체, 즉 종편의 대주주인 신문에 할당된 광고가 이전된 경우로 김 팀장은 “어떤 쪽이건 종편의 광고 매출은 방송광고 시장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은 증가라는 판단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종편 개국을 한 달 앞둔 2011년 11월 MBC <무한도전>‘TV전쟁’편에서 방송의 무한 경쟁을 비판적으로 그려냈다. ⓒMBC
종편 설립으로 경쟁을 통해 광고시장의 파이를 키운 게 아닌, 한정된 방송재원인 광고를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을 격화시켰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이르기까지 종편은 출범 후 3년 동안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를 판매하는 지상파 방송과 달리 직접 영업을 해왔을 뿐 아니라 의무편성, 중간광고 허용 등 비대칭규제에 따른 특혜를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광고매출 만큼 종편은 프로그램 제작을 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채널A와 TV조선은 지난해 광고·협찬 매출이 각각 153억원, 139억원 늘었지만 자체 제작비는 각각 244억원, 141억을 감액했다. 지상파 독점 구조를 깨트려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던 당초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모습으로, 콘텐츠 생산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의 경쟁력만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는 지상파 방송에 대한 탈(脫)규제 요구와 흐름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광고규제 완화다.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등 광고규제 완화는 지상파 방송의 요랜 요구였고 실제로 이를 허용하기 위한 법 개정 논의는 이전에도 존재했다. 다만 시청자 불편에 대한 지적 등 공공플랫폼으로서의 지상파 역할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말 그대로 논의에 그쳤을 따름이다. 그러나 종편 출범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당장 지상파 방송 측에서 규제 완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종편 출범 이후 1년 4개월이 지난 시점인 지난해 3~6월 사이 지상파 방송 관계자 11인을 인터뷰해 작성한 ‘종합편성채널의 콘텐츠 운용과 비대칭규제에 대한 지상파 종사자들의 인식’이란 제목의 논문은 “지상파 방송에 대한 규제가 과도하며 향후 탈규제의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의견들은 유사한 성격의 종편에 부여된 특혜성 정책으로 더 강도 높게 표출됐다”고 적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는 지난 8월 정책과제를 발표하며 침체된 방송광고와 지상파 방송의 재원안정을 위해 광고총량제를 도입하고 중간광고 허용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고 기반 약화에 따른 공공플랫폼으로서의 역할 축소에 대한 우려는 비단 지상파 방송만의 것은 아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교수(법학과)는 지난 11월 한국광고홍보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비대칭규제의 이유는 후발사업자인 민영방송(종편 등)이 생존에 필수적인 광고재원의 일부를 지상파 방송에 잃게 될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함인데, 이런 이유가 지상파 방송의 공적기능 수행을 저해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 강성남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등이 지난 2013년 10월 종편 특혜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국회 앞에서 벌이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반면 광고규제 완화가 공공플랫폼의 강화를 담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종편에 대한 비대칭규제로 공공플랫폼의 경쟁력 약화를 가속화시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모두 규제완화로 간다고 공공플랫폼 약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추 총장은 “종편이 채널·프로그램 경쟁력과 무관하게 특혜를 통해 지상파 광고 등의 이전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게 확인된 만큼, 건강한 경쟁을 위한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종편 특혜로 인한 풍선효과가 문제를 낳은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으로, 추 총장은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의 광고규제 완화를 말하자 종편과 CJ E&M과 같은 MPP(복수방송채널사업자)는 중간광고의 확대를 요구하는 등 더 큰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김동원 연구팀장은 지난 1일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과 최민희 의원 공동 주최로 열린 종편 3년 평가 토론회에서 “지금처럼 4개 종편 채널 모두의 의무 전송이 아니라 보도채널과 같이 ‘2개 이상의 의무 편성’이라는 선택적 의무전송으로 개정해 사업자 간 협상을 통한 경쟁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성 위반 지적을 계속 받는 질 낮은 콘텐츠와 시사·보도에 편중된 콘텐츠 투자 미비 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종편이 의무편성 지위를 통해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고 매출을 올리는 현재의 환경은 종편 콘텐츠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과) 역시 “의무편성 자체가 필요 없다는 생각이지만 일단 선택적 의무편성 주장에 동의한다”며 “다만 선택적 의무편성이 성공하기 위해선 케이블 등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편성의 독립성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혜선 총장은 “인위적인 광고 집행 구조나 현재의 채널연번제, 황금채널 배정 등의 문제를 깨기 위해선 의무편성의 폐지가 필요하다”며 “이는 종편 자체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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