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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연 대가로 병원 협찬”…여성민우회, 협찬 금지 등 제재 건의

성형수술을 ‘인생 대반전’의 기회라고 강변한다.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신체부위에는 여과 없이 클로즈업이 들어간다. 성형수술로 바뀐 출연자의 외모에는 환호와 탄성이 쏟아진다. 수술 이전의 모습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물론이다. 어느 메이크오버 프로그램(미용과 성형을 통해 출연자의 외모를 바꿔주는 프로그램)의 장면들이다.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에도 <Let美人>(Story on), <미녀의 탄생 : 리셋>(Trend E), <박나래, 장도연의 도전! 신데렐라>(비욘드동아), <소원을 말해봐>(MBC QueeN) 등 메이크오버 프로그램들은 시즌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의 성행이 위험한 건 외모지상주의를 이용해 영리추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이하 민우회)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의견서를 내고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우회는 앞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단체공동협력사업으로 성형 및 다이어트를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하고,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제작자, 출연자 등을 심층 인터뷰하고 이들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분석한 한 바 있다.

그 결과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다수가 시청자에게 왜곡된 의학 상식을 전달하고, 특정 수술과 시술, 병원에 대한 의료광고를 무분별하게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의 한 장면. ⓒ화면캡쳐
이런 문제의 배경에는 방송사의 기형적인 제작 관행이 있다. 방송사나 제작사는 자극적인 구성으로 시청률이 담보되고 병원을 통해 제작비를 협찬 받을 수 있는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을 큰 부담 없이 제작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성형외과 입장에서는 제작협찬을 통해 큰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방송과 출연자를 ‘홍보물’로 이용하는 셈이다. 이런 제작관행에 방송의 공공적 역할은 사라진지 오래다. 민우회는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이 성형외과가 투자하고 연출하는 한 편의 성형외과 광고로 전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민우회는 방심위에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에 병원 협찬을 금지하는 협찬 관련법 개정과 출연 기준 마련 등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의 규제 강화를 제안했다. 민우회는 “방심위가 프로그램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며 “방심위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의료광고가 방송을 통해 무분별하게 퍼져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이 방송에서의 의료광고를 금지하는 의료법 제56조 제4항과 ‘방송사업자는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 구성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는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제5조(광고효과의 제한) 제1항을 모두 어기고 있다는 게 민우회의 주장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의사에 대한 엄격한 출연 기준을 마련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협찬비에 따라 병원과 의사를 선택하는 현재의 제작 관행으로는 출연 의사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의 한 장면. ⓒ화면캡쳐
또 민우회는 “성형외과 시술을 통해 주사되는 방식의 제품을 다른 의약외품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심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의약외품 방송광고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성형외과 의사는 “애초에 협찬비는 방송 출연의 전제조건”이라며 “돈을 내느냐 안 내느냐에 따라 출연 여부가 결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출연한 의사들 중 대리수술 등으로 문제를 일으킨 의사가 수두룩할 뿐만 아니라 화장과 의상으로 실제보다 수술효과를 과장하는 등 출연자와 시청자를 기만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박영진 기획이사는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을 보면서 분노하는 양심적인 성형외과 의사들이 많다”며 “방송사에서는 시청률 때문에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하려고 하지만 공정성과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는 의료 사고가 있었거나 탈법‧불법 행위를 한 의사들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없도록 규정한 내부 가이드라인이 있다. 여기에는 ‘검증되지 않은 시술 혹은 학문적으로 뒷받침이 없는 시술에 대해 방송을 하지 않는다’, ‘환자 유치 알선 행위가 농후한 방송 등의 출연 및 무분별한 인터넷 광고를 자제한다’, ‘검증되지 않은 시술(수술포함)의 광고행위는 하지 않는다’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박 이사는 “가이드라인을 지키도록 요구하는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라며 “시민단체와 언론에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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