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최고 기관인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이니까 냉정에 냉정을 찾기를 기대를 해 봅니다. 이 상황을 냉정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상황들을 아주 긴밀하게 바라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혹시라도 흥분을 하거나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네요.”(TV조선 <뉴스특보> 중 엄성섭 앵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19일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해산심판청구 선고에서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의 찬성 의견으로 통진당의 해산 및 소속 의원 5명 전원의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TV조선은 <뉴스특보>를 통해 ‘냉정’하라고 주문했지만 정작 방송은 냉정을 찾지 못하고 월드컵 방송 마냥 흥분된 모습을 보였다. 더군다나 앵커의 웃음소리가 그대로 방송에 노출되기도 했다.
TV조선은 19일 <뉴스특보>를 통해 헌재 판결 전후 소식을 전하면서 최병묵 <월간조선> 편집장,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이기도 한 차기환 변호사, 이상휘 세명대 석좌교수, 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을 스튜디오로 불러 헌재 판결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엄성섭 앵커는 통진당 해산 소식을 전하면서 앵커답지 않게 차분하지 않은 큰 목소리로 “무려 재판관 8명이 정부 측의 입장에 찬성을 했습니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은 오늘 역사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됐습니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결론이었습니다”라며 “유사 정당은 다시는, 다시는 이 땅에 설 수가 없습니다”라고 멘트를 했다.
이어 엄 앵커는 스튜디오에 나온 패널들에게 “박한철 소장이 주문을 쭉 읽어 내려가는데 방송을 보는 줄 알았어요”라며 “우리가 했었던 이야기들, 이석기와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통합진보당의 비민주적인 이야기들을 헌법 재판관 8명이 다 받아들이시는데요”라고 말했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내란 관련 사건에서 피청구인 구성원들(이석기 의원 등 관련자)이 북한에 동조해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성을 배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TV조선은 이 같은 내용이 그간의 자사 보도 내용과 유사하다고 한 것이다.
최병묵 <월간조선> 편집장은 통진당 해산이 ‘종북’ 활동을 했기 때문이라며 통진당 해산 문제를 ‘종북논란’으로 몰고 갔다.
최 편집장은 “조금 전 이정희 대표가 격한 감정을 토로하면서 ‘진보 정치가 다 죽은 계기가 됐다’고 이야기했는데 이 대표가 생각을 잘못한 것”이라며 “통진당 해산은 진보 정치를 가장해서 ‘종북’을 해서 헌법적 질서를 파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방송에서는 9명의 헌재 재판관 중 유일하게 기각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에 대한 비난이 집중되기도 했다.
공영방송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이기도 한 차기환 변호사는 이번 결정에 대해 “이념적인 갈등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역사적 의미가 큰 판결”이라고 의미를 짚으며 “기각 의견을 내신 재판관께서 기록을 유심히 봤는지 그것조차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차 변호사는 “김이수 재판관께서 나름 기록을 보셨다고 하겠지만 외부적으로 나온 것만 봐도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식 사회주의와 다르다고 기각 의견을 냈는데, 다르다. 다른데, 문제는 김일성, 김정일이 말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식 사회주의로 가기 위한 전 단계”라며 “한반도 전체를 공산주의 혁명을 하기 위한 전 단계에서 주장하는 건데 그게 다르기 때문에 (해산) 이유가 없다는 것은 기록 자체를 꼼꼼히 읽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은 김이수 재판관의 기각 의견에 대해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전 전 차장은 “한 분이 소수 의견을 냈는데, 안타깝게 생각한 것은 교과서에 나오는 자유 민주적 정치 체제의 성격이 뭔지, 북한의 사회주의 성격이 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상당히 부족한 상태에서 이번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라며 “한국에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굉장히 잘못 봤다는 점에 상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