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공감의 드라마 시대를 대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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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방송결산] ④드라마

올 한해 지상파 3사의 드라마 농사는 흉작에 가깝다. 3사는 1년 동안 드라마를 100편 가까이 쏟아냈지만, 인상에 남는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올 초에 열풍을 일으킨 SBS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뒤를 잇는 화제작은 tvN의 <미생>이었다.

정통 사극의 저력을 입증한 KBS <정도전>, 주인공 대신 조연이 ‘국민 악녀’로 조명을 받은 MBC <왔다 장보리> 등이 시청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올 한 해 동안 정치와 정의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드라마가 유독 많았다는 점도 특징이다.

▲ KBS <정도전>ⓒKBS
정치와 정의 의미 되묻는 드라마= 사극과 현대극 가릴 것 없이 정치와 정의는 단골 소재였다. 조선왕조를 설계한 정도전의 이야기를 다룬 KBS <정도전>은 정통 사극의 묵직한 감동을 안겼다. 조선왕조 건국을 둘러싼 정쟁은 현실 정치를 보는 듯했고, ‘민본주의’를 부르짖는 정도전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꼈다는 시청자 평가가 많았다. 사도세자의 비극적 죽음에 상상력을 가미한 SBS <비밀의 문>도 ‘공평한 세상’을 주창했던 사도세자와 영조와의 갈등을 중심축으로 극을 이끌어 갔다.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사도세자를 미화했다는 논란이 지속되면서 그리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SBS <피노키오>와 KBS <힐러>는 기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불의한 세상과 기성세대에 맞선다. <피노키오>는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로 가정이 풍비박산이 난 수습기자 기하명과 기성 언론인의 표상인 송차옥과의 대결 속에서 ‘기레기’라는 조롱을 받는 언론의 현실을 되돌아본다.

월화극 1위를 지키고 있는 MBC <오만과 편견>은 힘없고 돈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검사들이 주인공이다. 직장 내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나설 수 없는 비정규직, 사회 진출조차 가로막힌 취업준비생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 정의를 되새긴다.

지난 6월 종영한 KBS <골든크로스>도 음모에 휘말려 가족을 잃은 소시민 주인공이 절대권력을 쥔 고위 경제관료와 기득권층의 비밀조직 ‘골든크로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다뤘다. ‘권선징악’은 드라마에 담긴 보편적인 주제의식이지만 갈수록 경기 불황과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공감의 폭을 넓혔다는 해석이다.

▲ SBS <별에서 온 그대>. ⓒSBS
■1년 내내 ‘별그대 신드롬’= <별그대> 종영 10개월이 넘었지만 ‘별그대 효과’는 중국으로 번지며 하반기까지 이어졌다. 외계에서 온 도민준(김수현)과 톱스타 천송이(전지현)의 유쾌한 로맨스를 그린 <별그대>는 판타지 요소가 강한 이야기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금세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별그대>는 한 해 동안 방송된 주중 미니시리즈 34편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25.4%) 기록했다. 중국까지 번진 ‘별그대 신드롬’은 천송이가 즐겨 먹던 ‘치맥’을 중국 현지에 전파하는가 하면 김수현은 6개월 동안 30개가 넘는 상품 광고를 찍으면서 명실상부한 한류 스타로 발돋움했다.

내년에는 미국 ABC에서 미국판 <별에서 온 그대>을 방송할 예정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담으면서도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를 적절하게 가미한 게 해외 시장에서도 통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중국내 <별그대> 열풍은 콘텐츠 불법 유통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도 남겼다. <별그대> 영상이 동영상 사이트로 불법 유통된 경우가 많아 <별그대>를 방송한 SBS는 큰 수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막장드라마의 진화, 시청률 지상주의= MBC <왔다 장보리>는 화제만큼 문제작으로 꼽힌다. <왔다 장보리>는 결말을 4회 앞두고서는 일일시청률이 37.3%까지 치솟는 등 MBC에서 1년 동안 방송된 드라마 중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20.8%, 닐슨코리아 집계)을 기록한 ‘효자’ 드라마였다.

<왔다 장보리>의 인기는 연민정을 맡은 이유리가 ‘국민악녀’라는 수식어를 얻을만큼 실감나는 연기를 펼친 덕분이었다. 이유리는 연말에 있을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 수상자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렇지만 <왔다 장보리>는 친딸과 양딸의 신분이 뒤바뀌면서 두 딸과 두 어머니가 겪는 갈등이 큰 줄거리로 막장드라마의 요소를 모두 갖춘 드라마다. 출생의 비밀뿐만 아니라 연민정이 친모와 딸을 버리고 살인미수까지 저지르는 자극적인 설정이 난무했다. 비현실적인 악행으로 시청자들의 입길에 오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작품성에선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 이유다.

하지만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막장드라마들이 꾸준하게 인기를 끌면서 막장드라마의 재생산을 계속되고 있다. 임성한 작가는 지난해 MBC <오로라 공주>를 썼다가 상식 밖의 전개로 연장 반대 서명운동까지 받았지만 일년도 채 지나지 않아 MBC <압구정 백야>로 다시 돌아왔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방송된 지상파 프로그램 중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작품은 막장드라마 논란이 일었던 KBS <왕가네 식구들>(42.2%)이었다.

반면 참신한 소재로 시청자의 호평을 받으며 신인 작가와 배우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온 KBS 단막극 <드라마 스페셜>은 내년부터 대폭 축소된다. 그동안 내부에서 비용 절감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드라마 스페셜>은 축소, 폐지 논란에 휩싸였다.

▲ tvN <미생>. ⓒCJ E&M
■‘미생’ ‘나쁜 녀석들’ 케이블 드라마의 약진= 케이블 드라마의 약진도 돋보였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미생>은 직장인의 애환을 사실감 있게 그려내면서 화제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케이블 드라마라는 한계를 딛고 지난 20일 방송된 마지막회는 8%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주인공 장그래를 연기한 임시완을 비롯해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 주조연이 모두 스타덤에 올랐다. <미생>이 종영하자마자 시즌 2를 기다리는 ‘미생 폐인’이 한둘이 아니다.

OCN <나쁜 녀석들>은 <뱀파이어 검사>, <특수사건 전담반 TEN>, <신의 퀴즈> 등의 장르물을 선보였던 OCN드라마가 한단계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줬다.

<나쁜 녀석들>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모아 더 나쁜 악을 소탕한다는 내용으로 ‘나쁜놈 어벤져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상중과 마동석, 조동혁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과 반(半)사전제작 제도를 도입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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