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토토가’ 3040세대에게 통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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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넘어선 감동과 위안 전해…마지막 장면 최고 시청률 경신

“보면서 같이 눈물을 흘렸다”는 반응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볼 필요도 없이 <무한도전>은 보지 않을 것 같았던 내 주변 40대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20, 27일과 지난 3일 세 차례에 걸쳐 방송된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편(이하 ‘토토가’)은 1990년대를 향유했던 시청자들에게 ‘추억’을 넘어선 ‘공감’과 1990년대에 대한 ‘고마움’의 시간이었다.

MBC <무한도전> ‘토토가’ 편은 김건모, 지누션, 쿨, 김현정, 엄정화, 터보, 조성모 등 1990년대를 휩쓸었던 가수들을 불러 모아 당시 무대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공연을 보러 온 시청자들의 옷차림 역시 1990년대로 ‘리턴’했다. 방송 이후 출연 가수들의 음원은 음원 차트 100위권 안에 들고, 일부 음악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편. ⓒ화면캡처
<무한도전> 시청률도 전성기 때로 돌아갔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지난 3일 방송분은 수도권 시청률 29.6%, 전국 시청률 24.1%로 나타났다. 특히 모든 출연자들이 무대 위로 나와 관객들과 함께 즐기는 마지막 장면은 수도권 시청률이 35.9%까지 치솟으며 시청률 30% 벽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06년 5월 6일 <무한도전>이 첫 방송한 이래 세 번째로 높은 시청률이다.

지상파 드라마는 물론 예능의 시청률이 10%를 넘기기 힘든 상황에서 30%대를 달성한 배경에는 3040 세대들이 다시금 TV 앞으로 모였다는 데 있다. 1990년대 음악과 가수들을 통해 과거를 추억해보는 재미도 있었겠지만, ‘토토가’ 편이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는 이유는 즐거움 속에서 변화한 시간을 담담히 인정하고 그 안에서 함께 공감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명수는 12살’ 편, ‘TV는 사랑을 싣고’ 편, ‘텔레파시 특집’ 편, ‘비긴 어게인’ 편 등을 통해 종종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또 ‘변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온 이들과 소통했다.

‘토토가’ 편 역시 마찬가지다. 1990년대 1020세대였던 이들은 지금은 3040세대가 됐다. 이것은 가수 뿐 아니라 그들의 팬과 시청자도 마찬가지다. 섭외 과정, 가수들의 ‘셀프 카메라’를 통해 세월의 흐름을 보여준 것 역시 <무한도전>답다.

▲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편. ⓒ화면캡처
그 속에서 TV에 보이지 않는 시간 동안 가수들도 우리처럼 나이가 들고, 누군가는 가정을 꾸리는 등의 변화를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S.E.S의 멤버이자 이제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슈가 공연을 준비하면서 세 아이를 돌보는 모습, 자신을 불러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흘릴 때 시청자들도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것은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온 동년배에게 보내는 인사이자 스스로에게 보내는 인사인 것이다.

또한 <무한도전>은 가수들과 3040 세대들에게는 찬란했던 1990년대를 다시 만나게 해주면서 그 시절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전한다. “뭉클뭉클해요. 지나고 나니까 모든 게 정말 소중하구나 느껴요”(엄정화), “옛날 생각나요. 옛날에는 일주일에 한 번 보지만, 그 동안에 못했던 이야기 나누고, 각별하게 지냈는데…”(김건모)라는 출연자들의 소감처럼 지나온 시간으로 인해 2014년과 2015년에 재현된 1990년대가 소중한 우리의 일부분이었음을 일깨워준다.

<무한도전> ‘토토가’ 편은 1990년대를 그리워하게 만든다. 추억하게 만든다. 그러나 1990년대로 돌아가자고 하기 보다는, 그때는 그랬지 하면서 지나보니 소중하고 다시 만나 반가운 1990년대를 그때 그 사람들과 함께 잠시 즐기자고 제안한다. 그래서 즐겁게 웃으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그래서 ‘토토가’는 어느 때보다도 더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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