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MBC가 세월호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하는 다섯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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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좋은 친구’라던 MBC가 원성과 분노, 조롱의 대상이 됐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의 응어리진 가슴에 ‘왜곡된 보도’로 또다시 못을 박았다. 세월호 사건이후 재난보도준칙까지 만들어 모든 신문, 방송사들이 지키기로 약속했건만, MBC는 역설적으로 이 사건보도로 또다시 규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MBC 보도책임자는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요구하는 사과를 하지 않았고, 만나주지도 않았다. 세월호 관련뉴스를 만드는 MBC의 입장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사과도 만남도 거부한 데는 나름 상반된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제3자의 입장에서 MBC가 사과해야만 하는 이유를 다섯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지키기로 합의한 ‘재난보도준칙’을 위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가 모든 재난보도준칙의 가장 중요한 사항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다. 이미 1차 사건사고로 참사를 당한 피해자나 유가족들을 자극하거나 자극할 수 있는 보도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재난보도준칙은 사고당시, 그 이후 모두 유효하게 적용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 최근 ‘4·16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대한 여·야의 합의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MBC가 대입특례 부분만을 부각시켜 보도한 것을 두고 세월호 유가족들이 “왜곡보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시행이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그것도 마치 유가족들이 대학특례를 요구한 것처럼 보도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유가족들을 자극하는 편집, 보도행태는 명백하게 ‘재난보도준칙’ 위배에 해당된다.

▲ MBC <뉴스데스크> 1월 6일자 리포트 “단원고 2학년 대입특례…‘세월호 배·보상 특별법’ 최종합의”. ⓒ화면캡처
둘째, MBC는 인간의 도리,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MBC는 세월호 피해자들을 자극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편집, 방영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 의도도 없었고 보도기자 개인의 일탈행위라고 강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세월호 피해자들을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과를 하든 하지않든 그것은 그 다음의 문제다. 일단 보도로 인해 상처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만나서 해명이든 변명이든 해야 한다. 그것도 하기싫다면 그들의 응어리진 가슴에서 나오는 항변이라도 들어줘야 한다. 이것은 언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써 갖춰야 할 예의, 도리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MBC 사장, 본부장도 자식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그들의 입장을 헤아려야 한다. 언제까지 MBC 사장하고 본부장할 것인가. 인간의 가슴을 잃어버린 공영방송사 간부라면 이미 자격상실이다.

셋째, MBC는 잘못된 보도를 반복하면서 유가족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다. ‘전원구조’같은 오보야 함께 ‘베껴쓰기’ 하다보니 MBC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MBC TV는 지난해 사고당시, 아직 실종자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데 벌써 보험금을 계산해 상세하게 각 개인당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보도하는 행위는 슬픔에 잠긴 유가족이나 생사를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의 입장에서는 분통터지는 뉴스다.

MBC는 4월 16일 <특집 이브닝뉴스> 리포트 ‘"2달전 안전검사 이상 없었다"…추후 보상 계획은?’에서 “먼저 인명피해가 났을 경우 한 사람당 최고 3억 5천만 원, 총 1억 달러 한도로 배상할 수 있도록 한국해운조합의 해운공제회에 가입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그때도 피해자들은 가슴을 쳤고 지금도 멍든 가슴을 또 다시 치게하는 잔인한 보도를 반복하고 있다.

넷째, MBC는 한국 언론 전체의 이미지와 신뢰를 격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보도로 한국언론은 신문, 방송을 가리지 않고 불신과 원망의 대상이 됐다, 오죽하면 ‘기레기’라는 수치스런 용어가 만들어졌겠는가. 재난보도준칙을 만들고 모든 언론사들이 지키자며 합의한 이면에는 실추된 신뢰, 이미지를 회복하자는 결의가 담긴 것이다. 그런데 MBC가 이런 식으로 고춧가루를 뿌리면, 이것은 한 방송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비판하지 않거나 외면하는 언론사도 공범으로 손가락질 받는 법이다.

▲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마지막으로 MBC가 이대로는 안 되기  때문이다. MBC는 한때 시대의 양심, 역사의 증언자로 막중한 책임을 함께 했다. ‘관영방송’ KBS에 실망한 시청자들이 그나마 MBC에서 위안을 찾았던 시기가 있었다. ‘낙하산보다 더 심각한 MBC 내부 경영진’의 오만함과 독선은 오래갈 수 없다.

한학수, 박성제, 이용마, 정영하 등 유능한 저널리스트들이 해고를 당했거나 비제작부서에서 설움받고 있는 현실은 MBC 경영의 실패를 증거한다. 그래도 공영방송 MBC를 포기할 수는 없다. 이런 비극이 언젠가는 멈추고 사필귀정의 시대가 오도록 미디어 소비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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