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MBC 인가? 중요한 선택이 이 재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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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심 최종공판 치열한 최후 변론…선고 4월 1일

“이 사건 파업의 정당성에서 가장 핵심은 과연 공정방송과 제작 자율성이 공영방송 MBC 구성원들의 근로조건이냐? 이 한 문장으로 압축될 것입니다. 우리는 피고(사측)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공정방송과 제작 자율성이 공영방송 MBC 기자들의 근로조건이 아니라면 도대체 근로조건은 무엇입니까? 돈 받고 일하는 겁니까?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고(노조)측 신인수 변호사-

2012년 MBC 구성원들이 170일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담긴 20여분짜리 동영상과 파업이 얼마나 불법적이었는지 주장하는 17여분짜리 동영상. 원고(노조)와 피고(사측)가 증거로 제출한 두 개 동영상에 대한 검증이 끝난 후, 해고무효확인 등에 대한 2심 소송의 마지막 공판에서 파업이 정당했느냐를 놓고 벌인 양측 변호인 간의 최종 변론은 치열했다. 공방의 결론은 오는 4월 1일 서울고등법원 서관 제305호에서 판가름 난다.

지난 16일 고법 서관 제305호 법정에서 열린 해고무효확인 등에 대한 2심 소송 최종 변론일은 말 그대로 긴장감이 가득했다. MBC 구성원들이 170일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받느냐, 아니면 MBC 사측의 해고 등 징계가 정당했느냐를 판가름하는 2심 재판의 최후 변론일이기 때문이다.

이날 법정에는 해직 언론인이 된 정영하 전 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이용마 기자, 강지웅 PD, 박성호 기자,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 등이 참석했다. 그리고 법정 한 쪽에서는 1990년 노조위원장 지냈으며 현직 간부로 파업에 동참한 안성일 전 심의평가국 부국장이 안타까운 얼굴로 변호인 간 공방을 지켜봤다.

▲ 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제작한 <파워업 피디수첩2탄-피떡수첩!> 중.
피고 측 변호사 “방송 공정성 구호는 방송사 파업에 장식품처럼 등장”

피고(MBC) 측 장상균 변호사는 최후 변론에서 2012년 파업은 “사장 퇴진이라는 쟁의 행위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문제를 놓고 방송을 볼모로 잡아서 장장 170일간 불법 정치 파업을 벌인 것이 이 사건의 실체”라며 위법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장 변호사는 “방송의 공정성 보장이라는 구호는 방송사 파업에서는 흔히 장식품처럼, 배경화면에, 바탕화면에 등장하는 그런 구호에 불과하다”며 “법정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이 사건 노조는 진보 정치 세력과 연대해서 노동자 민중의 정치 세력화를 추진한다는 목적을 천명할 만큼 정치적 편향성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특히 장 변호사는 ‘방송의 공정성’이 파업의 대상이 될 수도 없으며, 방송사 구성원들이 방송법상의 공정방송의 주체가 아니라 ‘방송사업자’, 즉 사장 등 경영진에 있다고 주장하며 1심 법원에서 방송근로자가 공정방송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한 부분에 대해 “원심의 판단은 그야말로 독장적인 견해이자 심각한 법리왜곡”이라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MBC노조의 파업이 매우 지능적이고 교묘한 방법을 통해 심리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취했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 노동자들을 폄훼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장 변호사는 “이렇게 지능적인 파업을 본 적이 없다. 금속노조 소속? 블루칼라 근로자들? 단순하다. 그냥 높은 데 올라가서 자기 외침을 한다”며 “하지만 이러한 인텔리 계층에 속하는 화이트칼라 노동조합원들은 모욕, 저주, 조롱, 이 삼박자를 갖춰서 한 편의 드라마를 찍듯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 변호사는 “2012년 이 사건 파업으로 인한 불신과 갈등이 너무도 컸기 때문에 그 상처는 완전히 치유되지 못했고, MBC는 아직도 종전의 영업 경쟁력을 완전히 되찾지 못하고 있다”며 “노조가 방송의 내용과 편성을 좌우하는 노영방송의 어두운 그림자가 깨끗이 지워지고 MBC가 환골탈퇴해서 그야말로 공영방송의 본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2012년 MBC 170일 파업 당시 해고된 MBC 언론인 5명이 지난해 6월 27일 법원으로부터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고 지난해 7월 7일 서울 성암로에 위치한 MBC 신사옥으로 출근을 시도했지만 사측의 출입문 봉쇄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박성제 전 기자, 이용마 전 홍보국장, 정영하 전 MBC본부장, 강지웅 전 사무처장, 이상호 전 기자.(사진 좌측부터) ⓒ언론노조
원고 측 변호사 “방송 공정성과 언론의 자유, 언론인에게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

반면 원고(노조) 측 신인수 변호사는 “헌법과 방송법에 규정돼 있는 것처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직업적 소명으로 가지기 때문에 이들의 정체성이자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이라며 2012년 170일의 파업은 이 같은 언론인의 기본이 되는 근로조건을 지키기 위함이었다고 변론했다.

신 변호사는 이번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MBC가 거듭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방송을 사유화하려는 것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 정영하 전 MBC본부장 외 43명은 MBC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고, 같은 해 단체협약 40조에 근거해 MBC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을 신청에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들에 대한 전원 복직을 명령했다. 그러나 MBC는 이들에게 ‘임시 사원증’을 발급하다 이후에 정식 사원증을 주고 일산 드림센터 ‘201호’라는, 업무도 없는 사무실로 사실상 ‘무늬만 출근’을 하도록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우환, 한학수 PD를 비롯한 비제작부서로 발령을 받은 기자와 PD 100여명이 법원에 전보발령효력정지가처분을 내고 승소했지만, 지난해에도 기자와 PD들에 대한 비제작부서 발령은 계속됐다.

신 변호사는 “그렇게 해서 피고들이 만들려는 방송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한 장의 사진을 제시했다. 지난 1일 드라마 <압구정 백야>에 이진숙 MBC 보도본부장이 뉴스 앵커 역할로 등장해 극 중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 인터뷰 하는 모습으로, 해당 방송 이후 극의 전개와 무관한 장면에 시청자의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 지난 1일 드라마 <압구정 백야>에 이진숙 MBC 보도본부장이 뉴스 앵커 역할로 등장해 극 중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 인터뷰 하는 모습.
신 변호사는 “극 전개와 아무런 상관없이 이진숙 본부장이 나와서 방송하는 장면을 2분이나 튼다. 왜 그럴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라며 “방송이 내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 PD들은 스케이트장 관리로 쫓아내거나 이미 해고됐고, 방송이 내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내가 출현하고 싶을 때 방송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 변호사는 “여기(사진 속에) 있는 이진숙 본부장과 지금 (법정에) 앉아 있는 원고 최승호는 입사 동기”라며 “TV 드라마에 나오는 이진숙 보도본부장의 MBC냐, 아니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PD인 최승호 PD의 MBC냐. 그 선택의 중요한 갈림길이 이 사건 재판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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