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민 PD의 진정성 몰라준 MBC에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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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BC 권성민PD 해고 철회 청원운동 나선 이인호 교사

“상당히 분개했습니다. 개인적인 관계를 떠나서 앞뒤 맥락을 아는 국민이라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거예요. ‘유배문학’(유배된 사람이 겪은 일과 감정 등을 문학화한 작품)이 있다는 걸 모두 아실 겁니다. 자기가 하던 활동 현장에서 벗어나 사실상 ‘좌천’됐는데, 그걸 ‘유배’라고 표현했다고 해고한 것은 정말 억지로 갖다 붙인 것 ‘생트집’이라 볼 수밖에 없어요.”

‘유배’라는 표현을 웹툰에 쓰며 MBC(사장 안광한)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권성민 MBC PD는 지난 21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권 PD 해고 다음 날인 지난 22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MBC 권성민 PD의 해고 철회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서명운동이 올라왔다. 아이디 ‘인호’, 바로 권 PD 고교 시절 은사인 이인호 천안 청수고등학교 국어교사(만 58세)다. 권 PD가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인 지난 2004년 천안 중앙고등학교에서 문학 수업을 담당하며 인연을 맺은 이 교사는 권 PD 해고 사태에 대해 “참담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 교사는 26일 <PD저널>과의 통화에서 “개인적인 친분이나 사제 간의 관계를 떠나 해고 자체가 너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해고 사태는 전반적인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었고, 이를 사람들과 같이 공유하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해서 청원글을 올리게 됐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 지난 22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MBC 권성민 PD의 해고 철회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서명운동을 올린 권 PD 고교 시절 은사인 이인호 천안 청수고등학교 국어교사(만 58세). ⓒ이인호 교사
“MBC 세월호 보도 사과글, 언론인의 ‘자성’이자 국민과의 ‘소통’”

이 교사는 앞서 권 PD가 받은 ‘정직 6개월’의 중징계의 사유가 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게시된 글도 읽어봤다. 지난해 6월 예능본부 입사 3년차이던 권 PD는 “엠XX PD입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통해 MBC 세월호 보도에 대해 사과하고 국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 교사는 권 PD가 글을 올렸던 당시를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세월호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기자들의 취재를 거부할 정도로 불신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회상했다.

이 교사는 “언론이 제 몫을 못하는 상황에서 권 PD는 PD로서,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에 대한 ‘자성’이자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진솔한 글을 올렸던 것”이라며 “그러한 글을 올렸다는 것만으로 ‘정직 6개월’을 받았다는 것을 듣고 부당하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 권성민 MBC PD의 예능국 이야기 웹툰.
“권성민 PD 해고, 언론인 위축시키는 사례로 남을 것”

이 교사는 정직보다 높은, 최고 징계 수위인 ‘해고’를 받게 된 원인인 권 PD의 웹툰도 봤다. 내부 고발의 내용도 아니고, 예능본부 안에서 일하는 PD들의 이야기, 권 PD의 현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그려낸 ‘웹툰’을 사유로 회사가 해고를 결정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며 이 교사는 전화 통화 내내 헛웃음을 지었다.

“좌천이라고 흔히 부를 수 있는 자신의 마음, 활동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더군다나 언론이 이렇게 쉽게 해고를 했다는 것은 개인에 대한 탄압 이전에 정말 언론의 ‘횡포’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학교에 있으면서 교육의 문제에 대해 글로 쓰기도 하고, 지금 연극반을 지도하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작품 속에 담아서 표현하고 공연도 해요. 이번 해고 사태는 언론인으로서의 임무를 다하려는 사람을 위축시키는 나쁜 사례가 될 수 있어요.”

문제가 된 ‘유배’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이 교사는 “정직 6개월이라는 게 작지 않은 처벌을 받은 이후 본인이 하던 일도 아니고 희망한 바도 아닌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발령한 것은 일종의 ‘좌천’”이라며 “이에 대해 ‘유배’라고 표현을 했다고 그것이 결코 수원총국 근무자들을 폄하했다고 볼 수 없다. 이를 괘씸하다, 불쾌하다 생각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권력의 눈치를 보기보다 국민을 위하는 언론인이 되기를”

이 교사는 10년 넘게 지켜봐 온 자신의 제자이자 30년의 나이 차가 나는 어린 벗인 권 PD가 이번 해고 사태로 위축되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이어나가길 바랐다.

“권 PD는 주변에 여러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이러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콘텐츠를 내용 있게 만들어 낼 사람이에요. 이번 일에 대해 권 PD가 두려워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언론인보다 국민들을 위하고 언론 본연의 가치에 충실하면서 그렇게 자신이 하려는 것들을 계속 꾸준히 했으면 좋겠어요.”

▲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MBC 권성민 PD의 해고 철회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서명운동에 26일 오후 3시 20분 기준 1611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화면캡처
다음은 이인호 교사가 언론인 지망생에게 바치는 글 전문.

이런 카페(다음 ‘언론인을 꿈꾸는 카페–아랑’)가 있는 줄 오늘 알았어요. 권성민 PD 관련 글 검색하다가…

저는 다음 아고라에 권성민 PD 해고철회 이슈청원한 고등학교 때 국어교사 이인호입니다. 지금도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있고 정년이 많이 남지 않았어요. 고3 담임하고 있고요.

대학생 분들이나 졸업생, 그리고 고등학생들도 있겠지요? 회원이 엄청 많네요. 지금 다 활동하는 회원은 아니겠지만…

암튼 그만큼 언론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분들이 많다는 얘기도 되겠네요. 솔직히 글 올리는 건 청원 좀 많이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그보다 조금 권성민 PD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싶고 정말 언론이 바로 서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저는 권성민 PD에게서 많은 걸 배웁니다. 읽고 쓰고 움직이고 무엇보다 남의 얘기를 잘 들어줘요. 그래서 만나면 차 한 잔 마시며 몇 시간 얘기를 해도 시간 가는 줄을 잘 모르겠어요.

이런 일이 있는 줄도 잘 모르고 고등학생들 뭐 작품 준비하는데 도움이 필요해 얼마 전에 요청을 했더니 오늘 직접 와서 학생들에게 맥락을 짚어주고 구체적 도움 뿐 아니라 관련된 작품 소개까지 줄줄이 해주더라고요. 저도 메모하며 배웠죠. 그리고 평상시처럼 밥 먹고 차 마시고 서로 사는 얘기 나누고…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권성민 PD의 MBC PD 합격수기를 읽어보신 분이 많을 겁니다. 혹시 아직 안보셨다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저는 수업교재로 쓰거든요. 그걸 보시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오늘의 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구체적 정보와 자신의 답안까지 공개했으니 실질적 도움도 되겠고, 그가 꿈꾸는 ‘몸과 마음이 가난하지 않은 삶’에 대해 잠시 생각할 기회도 갖게 될 겁니다.(http://www.cyworld.com/miracleofgiving)

사족을 달자면 그 글을 올리고 권성민 PD가 염려했던 것이 앞만 보고 언론고시 준비에 올인하는 분들에게 혹시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는 것만 덧붙이고 싶어요. 오유(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쓴 글도 다시 한 번 읽어보시면 2014년 세월호 참사 뒤 기레기라 욕을 먹고 취재거부를 당하던 때라 생각하면 그 글, 정말 상식적으로 느껴지지 않나요? 무슨 엄청난 내부고발을 했나요?

이번 웹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인이 되고 싶어 하고 전공하시는 분들이니 더 잘 아실 것 같아 더 이상 주제넘은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권성민 PD가 해고된 게 그렇게 걱정되지 않아요.

지금 같은 MBC 상황에서 그에게 참고 버티라고 말할 수 없어요. 자존감을 잃은 노동에서 무슨 창의성이 나오고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요? 합격과 동시에 1월부터 7월까지 최장기 파업을 지켜봤던 파업둥이 PD에게 지금의 MBC에서 어떻게 버티라고만 할 수 있겠어요?

그러나 저는 통째로 그들의 손에 넘어가는 걸 알면서 자기만 혼자 뛰쳐나와 선명하게 싸우고 영화나 다른 콘텐츠를 하라고 하진 못하겠어요. 공중파 방송의 영향력이 줄어들겠지만 종편을 생각하면 역사가 있는 방송이고 정말 외부 상황이 변화되었을 때 내용을 채울 사람들이 없으면 안 될테니 영 팽개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언론인들이 힘들게 싸우고 지키고 당하고 있는 걸 대략이나마 아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작은 응원이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아고라 정도에 청원 서명 한다고 많이 바뀔 거라고 생각할 만큼 세상물정 모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작은 목소리라도 내고 싶었어요. 권성민 PD ‘고등학교 은사’(이말 엄청 낯간지러워요. 별로 가르친 게 없거든요)라서가 아니라 그를 10년 넘게 지켜본, 젊은 세대에게 희망이 있는 나라를 원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말입니다.

이 카페에 이미 링크가 되어 있네요. 이 곳 회원 분들이 많이 서명도 해주신 것 같아요. 나이 든 사람이, 그것도 60이 다된 사람이 뭐 할 말이 많겠어요. 다만 자존감을 지키며 나눔과 연대를 위해 꼼지락거리는 노교사지만 젊은 언론학도 여러분이 같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을 해주신다면 고딩들과 더 즐겁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러분들이 원하는 언론인, 방송인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정말 고생한 만큼 보람과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언론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도 같이 노력하겠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청원서명사이트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petition/read?bbsId=P001&articleId=162452

모바일
http://m.bbs3.agora.media.daum.net/gaia/do/mobile/petition/read?bbsId=P001&articleId=162452&objCate1=1&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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