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개편 ‘청와대 책임’ 말 못하는 지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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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에 없는 지상뉴스]

연말정산부터 건강보험료 개편 백지화까지 이어지는 증세 논란에 민심이 들끓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증세없는 복지’는 온데 간데 없이 서민 증세 논란만 격화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무임승차’하는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려고 한 건강보험료 개편 논의가 중단된 것도 결국 ‘고소득자 눈치보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올해 안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을 만들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다음날 “백지화가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여론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지지층 챙기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겁니다.

‘건강보험료 개편 백지화’에 대다수 언론도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건강보험료를 소득 중심으로 바꾸는 개편안 발표 하루 전에 보건복지부장관이 말을 바꾼 걸 두고선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습니다.

▲ JTBC <뉴스룸> 1월 29일자 보도.
JTBC는 지난 29일 <뉴스룸>에서 건강보험료 개편 백지화의 배경과 갈팡질팡하는 정부 정책의 문제를 짚었습니다. ‘발표 전날 수상한 백지화’ 리포트에선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에 참여한 전문가들조차 백지화 발표를 사전에 전혀 몰랐다”며 “반발 여론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가 복지부에 압박을 넣었단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습니다.

▲ <조선일보> 1월 30일자 3면 보도.
<조선일보>도 30일자 신문 1면과 3면에 걸쳐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번복하는 정부의 ‘무소신’과 ‘무책임’한 모습을 꼬집었습니다. 정부가 중요한 정책을 내놓았다가 여론을 살펴 백지화하거나, 당정협의가 제대로 안돼 문제가 생기면 네 탓을 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지상파 3사 보도에선 이번 사태의 책임을 청와대에 묻는 보도를 찾기 어렵습니다.

▲ SBS <8뉴스> 1월 29일자 보도.
SBS <8뉴스>는 “건강보험료 개선 논의가 중단됐다는 소식에 지역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면서 “제도 개선이 중단없이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지역가입자들의 불만을 전했습니다.

아울러 “노숙자 85살 김 모씨에겐 매달 보험료 3만 6000원이 부과되는데 집이 두 채 이상이지만, 자녀나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보험료를 내지 않은 사람은 120만명이나 된다”며 건보료 부과체계의 형평성 문제를 다시 짚는 데 그쳤습니다.

▲ KBS <뉴스9> 1월 29일자 보도.
KBS <뉴스9>는 “정부가 부담이 늘어나는 고속득층을 과도하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며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의 입을 빌어 “국정운영자로서 박근혜 정부가 당연히 해야될 일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23번째로 건보료 개편 백지화 소식을 “건보료 개편 백지화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전했습니다. 기자 리포트도 “청와대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이 ‘백지화된 것은 아니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해서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는 청와대 해명을 충실하게 전했습니다.

▲ MBC <뉴스데스크> 1월 29일자 보도.
또 이날 ‘심층 취재’ 코너에선 증세의 필요성에 힘을 싣기도 했는데요. <뉴스데스크>는 ‘법인세·부가세 오르나’ 리포트에서 “세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재정을 메울 돈이 부족해지자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복지 지출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증세 논의는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습니다.

<뉴스데스크>는 보건복지부가 건보료 개편을 백지화한 지난 28일에도 ‘남다른’ 보도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뉴스데스크>가 톱뉴스로 전한 ‘소득 기준 건보료 개편 연기’ 리포트의 제목은 ‘고소득자 건보료 인상 돌연 백지화’(SBS <8뉴스>), ‘소득 중심 건보료 사실상 백지화’(KBS <뉴스9>) 등 지상파 방송과 조간신문들이 정부 방침을 ‘백지화’로 판단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입니다.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원회도 지난 29일 낸 보고서에서 지난 28일 <뉴스데스크>가 건보료 백지화 배경을 다룬 ‘연말정산 트라우마’ 리포트에 대해 “(건보료 개편은) 박근혜 정부의 중요한 국정 과제, 민생 이슈 중 하나였기 때문에 결정이 바뀐 내용과 함께 왜 결정이 바뀌었는지 배경 설명이 필요한 뉴스였는데 배경을 설명하는 내용이 없다”며 타사와 대조적인 뉴스였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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