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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반성문 왜 올렸냐고? 기자들, ‘치욕의 시간’ 견디고 있다”

[인터뷰] '예능국 이야기' 카툰 올려 해고된 권성민 전 MBC 예능PD 오마이뉴스 권우성·유성애 기자l승인2015.02.04 10: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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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사(害社)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MBC 예능국 소속 권성민PD. ⓒ 권우성  
▲ '해사(害社)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MBC 예능국 소속 권성민PD. ⓒ 권우성
“사실 근데 뭐, 해고당한 기분은 되게 담담하고요. 하하.”

만 28세, 곱슬곱슬한 앞머리 탓에 나이보다 더 어려보이는 청년이 멋쩍게 웃었다. "회사의 경영을 명백히 위협하는" 해사(害社)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21일 해고가 결정됐고, 인사위 재심에서도 재차 해고가 확정된 권성민 전 MBC PD의 모습이었다(관련기사: MBC 재차 '해고' 확정... 권PD "말도 안 되는 결정").

권 전 PD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아래 MBC노조)의 총파업 결정 바로 다음날인 2012년 1월 31일 입사했고, 입사 만 3년을 채우기 하루 전인 2015년 1월 30일 해고됐다. 지난 2일 밤,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사하며 "저는 명함이 없다"고 겸연쩍게 웃는 그를 서울 마포구 동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해고 후 언론사와 만나서 한 첫 인터뷰다.

파업 중 입사해 한동안 사내에서 '파업둥이'로 불렸다는 권 전 PD. MBC는 입사 후 6년 간 조연출(AD) 기간을 거쳐야 하는 탓에 자기 이름으로 된 프로그램 한 번 만들지 못한 채 해고당한 터였다. 그럼에도 권 전 PD는 꽤 차분했다. "가족도 있고 커리어도 있는 선배들보다는, 잃을 게 적은 제가 (징계당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면서도 회사의 해고가 왜 부당한지, 자신이 꿈꾸는 MBC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등을 풀어놓았다.

이번 해고의 직접 사유는 그가 직접 그려 페이스북 등에 올린 '예능국 이야기' 카툰이다. 여기엔 권 전 PD가 비제작부서로 인사발령을 받은 뒤 생활, 이전에 근무했던 예능국의 일상 등이 담겨있지만 사측은 그 중 권 전 PD가 '유배 중'이라고 쓴 것을 문제 삼았다. "정당한 인사 조치를 사적인 감정으로 비방했다"는 것이다.

  ▲ 이번 해고의 직접 사유는 그가 직접 그려 페이스북 등에 올린 '예능국 이야기' 카툰이다. 여기엔 권 전 PD가 비제작부서로 인사발령을 받은 뒤 생활, 이전에 근무했던 예능국의 일상 등이 담겨있지만 사측은 그 중 권 전 PD가 '유배 중'이라고 쓴 것을 문제 삼았다  ⓒ 권성민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 이번 해고의 직접 사유는 그가 직접 그려 페이스북 등에 올린 '예능국 이야기' 카툰이다. 여기엔 권 전 PD가 비제작부서로 인사발령을 받은 뒤 생활, 이전에 근무했던 예능국의 일상 등이 담겨있지만 사측은 그 중 권 전 PD가 '유배 중'이라고 쓴 것을 문제 삼았다 ⓒ 권성민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MBC는 또 그가 지난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실명으로 올린 '엠XX PD입니다(링크)'란 글도 "근거 없는 비방"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해당 글을 이유로 '정직 6개월'이란 중징계를 받았지만, 정직이 끝난 후 경인지사 수원총국으로 전보 조치됐다.

"예전에 오유(오늘의유머)에 글 올렸을 때는 사실 어느 정도 각오했었어요. 회사가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만화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예능국 일할 때도 짬 나면 선배들 캐리커처 그려 놓고 (동료들과) 보면서 닮았다고 깔깔거렸고, 제가 수원에 있으니까 선배들도 보고 싶어서…. 그래서 재미로 그린 건데, 회사가 이걸 해고 사유로 삼으리라곤 저도 선배들도 예상 못 했죠."

“다시 예능국 동료들과 일하고 싶다” 그가 꿈꾸는 ‘MBC 프리덤’

  ▲ '해사(害社)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MBC 예능국 소속 권성민PD. ⓒ 권우성  
▲ '해사(害社)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MBC 예능국 소속 권성민PD. ⓒ 권우성
권 전 PD는 "다만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이제 화도 안 난다, 그냥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다"며 "회사는 제게 '회사를 비방해 유명세를 얻었다'고 하지만, 절 유명하게 만든 건 오히려 회사 아닌가"라 되물었다. 또 "수원에서 제가 한 일은 사실상 영업"이라며 "수 년차 경력을 지닌 아나운서·기자들에게 이런 일을 시키면서 유배가 아니라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차분히 얘기하다가, 이따금씩 예능국 생활을 떠올리며 웃기도 하던 권 전 PD의 눈빛이 흔들린 것은 '사람들'을 얘기할 때였다. 그는 특히 "제 해고로 인해 예능국 선배들이 굉장히 괴로워하고 있고 (…) 얼굴 모르는 선배들에게서조차 '나 몇 사번인데, 미안하다'며 문자가 온다"고 말하면서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 (해고)결과에 대해서는 담담합니다. 제 생활이나 정서적인 문제만 잘 감당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오히려 동료들이나 MBC노조가 '막내사원 하나 지키지 못한 무력한 노조'라는 식의 비판을 받게 되는 것… 또 절 돕기 위해 뭐라도 하고 싶은데, 그렇게 못해 막막해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사실 저에게는 더 큰 어려움입니다. 그게 제일 어려워요."

예능국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잠시 숨을 고르던 권 전 PD는 "그래도 아직 MBC 구성원 대다수는 '마봉춘'"이라고 말했다. '마봉춘'은 한 때 누리꾼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MBC에 대한 애정 어린 별명이다. 그는 "그런 사람들이 내부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공영방송 MBC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예능국 선후배들과 함께 다시 일하고 싶다는 것, 그가 해고무효소송을 준비하는 가장 큰 이유다.

권 전 PD는 이날 오른쪽 손목에 'MBC FREEDOM' 문구가 새겨진 '파업 팔찌'를 하고 왔다. 지난 2012년 파업을 마치며 당시 노조가 만든 갈색 낡은 팔찌다. 권 전 PD는 "(팔찌가) 가죽이라서 냄새가 많이 난다, 선배들 중에도 차고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 웃으면서도, "제가 MBC에서 퇴직하는 날까지는 차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 권 전 PD는 이 날 오른쪽 손목에 'MBC FREEDOM' 문구가 새겨진 '파업 팔찌'를 하고 왔다. 지난 2012년 파업을 마치며 당시 노조가 만든 갈색 낡은 팔찌다. 그는  
▲ 권 전 PD는 이 날 오른쪽 손목에 'MBC FREEDOM' 문구가 새겨진 '파업 팔찌'를 하고 왔다. 지난 2012년 파업을 마치며 당시 노조가 만든 갈색 낡은 팔찌다. 그는 "가죽 팔찌라서 냄새가 많이 난다"고 웃으면서도, "제가 MBC에서 퇴직하는 날까지는 차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 권성민 PD 제공
다음은 그와 만나 나눈 대화를 1문 1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우리는 치열하게 싸웠다... '마봉춘'의 사람들은 지금도 견디고 있다”

 - 본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웹툰을 사유로 해고당했다. 그간의 근황은?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담담하다. 부모님도 따로 제게 별 말씀을 하지는 않으셨다. 물론 해고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이없고 황당하긴 했다. 전에도 짬날 때면 캐리커처를 그렸고, 선배들이 보고 싶어서 그렸던 건데 이걸로 해고할 줄은 예상 못했다. 혹시라도 또 '해사행위'라고 할까 싶어서, 문제 될 요소는 최소화해서 그린 거였거든.

다만 저는 어쨌든 제 생활이나 정서적인 것만 잘 감당하면 되는데, 동료들이나 MBC 선배들, 노조가 '무력하다'는 식의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 견디기 힘들다. 최근엔 '미안하다'고 모르는 사번에게서도 문자가 온다. 그럼 저는 또 '아니다 제가 미안하다'고 하면서 서로 미안해하는 거다. 막막해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사실 저는 제일 어렵다."

- '오늘의 유머'에 자사의 세월호 보도를 반성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어떤 심정이었나.
"MBC가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하는 것, 당시 비판받은 세월호 기사들이 어떤 구조에 의해서 나오는 것인지를 말하고 싶었다. 파업 당시 MBC 구성원들이 정말 치열하게 싸웠다는 걸, 또 지금도 치욕스러운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사실 지금 MBC구성원들에게는, 회사야 어떻게 되든 자존심 세워서 싸우는 게 오히려 편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을 삼키면서, 외부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알면서도 참고 있는 게 지금 상황이다. 다만 모두 그러고 있으면 밖에서는 무력하다고만 보지 않겠나. 처자식이 있고 커리어가 있는 선배들보다는, 잃을 것 적은 제가 낫다고 생각했다."

- 당시 MBC를 '엠XX'이라 표현했는데, 현재의 MBC에 대한 평가는.
"MBC를 놓고 돌아가는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이젠 화도 안 난다. 그냥 기가 막히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혹여 제 무효소송이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현 경영진의 임기가 끝난 이후가 될 거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일들을 현재 경영진이 하고 있다고 본다.

세월호 보도 때 문제가 많이 됐지만, 팽목항과 안산에서 참담한 심정으로 고생하며 취재한 기자들도 분명 있었다. 예능국 선배들도 스스로를 자조하면서도, 작금의 상황에 답답해하면서도 어떻게든 방송을 통해 웃음을 만들어낸다. (…) 저는 아직도 MBC 구성원의 대다수가 '마봉춘'이라고 본다. 다만 일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걸 쥐고 있을 뿐이다.

  ▲ '해사(害社)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MBC 예능국 소속 권성민PD.  ⓒ 권우성  
▲ '해사(害社)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MBC 예능국 소속 권성민PD. ⓒ 권우성
- 해고무효소송을 준비한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MBC로 돌아가려는 이유는 뭔가?

"어찌 됐든 공영방송은 살아있어야 하지 않나. 그걸 위해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 특히 제가 돌아가고 싶은 첫 번째 이유는 '사람'이다. 예능국 선후배들, 동료들과 다시 한 번 같이 일하고 싶다. 제가 만화에 썼던, 예능국이 그립다는 얘기는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거든. 두 번째로는, 혹시 나중에 제가 직접 사직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해고가 '부당해고'임은 확실히 해놓고 가야 할 것 같아서다."

- 블로그에 "언론 기능을 상실한 방송사의 예능은 마약일 뿐"이라고 썼다. 본인이 생각하는 예능이란.
"사실 저는 예능이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수준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사회적 의미를 줘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다만 보도 기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예능이) 본질적인 부분을 가린 채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가면 안 되는 것 같다. 현재는 (MBC에) 그런 부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타까운 것이고.

입사 전에는 국제구호 문제에 꽂혀 있었다. 친한 교회 친구들이 모두 음악이나 연기 등 예체능 계열이라서 뮤지컬·거리공연을 통해 기금 모금을 했는데 그게 무척 즐거웠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덧씌우지 않으면서, 또 현장에 있는 소외된 이들의 존엄성도 지킬 수 있는 방송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그게 제가 대학 때부터 꿨던 궁극적인 꿈이다."

- 손목에 찬 'MBC 프리덤' 팔찌는 어떤 의미인지.
"2012년 당시 저희 파업이 미완의 상태에서 끝났지 않았나. 당시 일명 '시용기자(※試用: 시험적으로 써봄)'들도 들어왔던 상황에서, 노조가 '공식적인 파업은 이걸로 끝내지만 MBC 안에 들어가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는 약속의 의미로 만들었던 거다.

어쨌든 저는 언론인으로서, 또 MBC PD로서의 시간을 파업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그 때 고민했던 것들, 눈물 흘렸던 시간들을 잊지 말자는 다짐으로 거의 매일 차고 있다. 그런데 선배들 중에 이거 차고 다니는 사람 별로 없더라. 가죽이라서 냄새도 많이 난다(웃음). 언제 뺄 거냐고? 글쎄, 제가 MBC에서 퇴직하는 날까지는 차고 있지 않을까 싶다."

- 해고무효소송이 오래 걸릴 텐데 두렵지는 않나. 앞으로는 어떻게 지낼 계획인지.
"두려움 같은 건 없다. 일단 해직 결정이 난 지 며칠 안 됐으니까 우선 한 달 정도 쉬면서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아, 그리고 그 얘기 좀 해 달라. 이번 일 관련해서 마치 굉장히 유능한 사람이 해고된 것 같은 분위기가 있는데, 제가 그렇게 유능한 PD가 아니다. 저는 일개, 한낱 조연출일 뿐이다(웃음)."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서 제공합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유성애 기자  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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