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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문 1답] 고찬수 KBS 플랫폼개발사업부 PD

“드라마의 미래”. “새로운 형태의 파워 콘텐츠”. 웹드라마를 일컫는 말들이다. 다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웹드라마가 ‘방송콘텐츠 시장의 미래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 중에서는 KBS가 처음으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KBS는 지난 9일 다음카카오와 웹드라마 육성사업 제휴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웹드라마 <연애탐정 셜록K>와 <프린스의 왕자> 제작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웹드라마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KBS는 왜 웹드라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을까. KBS가 참여하게 된 웹드라마 시장에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까. KBS에서 웹드라마를 총괄 기획·제작하고 있는 고찬수 PD와 1문 1답을 나눴다.
 
지속가능한 웹드라마 시장 만들기
 
▲ KBS 웹드라마 홈페이지 ⓒKBS 웹드라마 페이지 캡쳐
-지상파 중에서는 KBS가 가장 먼저 웹드라마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추진 배경은?
“처음부터 웹드라마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원래는 온라인과 모바일에 중점을 둔 전용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구상을 하다가 웹드라마 사업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온라인과 모바일 전용콘텐츠를 기획·제작·유통하는 비즈니스의 첫 번째 사업이 웹드라마라고 보면 될 듯하다. 최근 웹드라마가 점점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이걸 먼저 해보자고 생각했다. ”
 
-현재 웹드라마 시장 상황은?
“그 동안 제작되어 온 대부분의 웹드라마는 제작비가 100% 광고주 협찬이었다. 제작비 자체는 기존 TV에서 방영되던 드라마에 비하면 굉장히 낮다. 웹드라마 하나 당 평균 1억 5천에서 최대 3억 정도가 들어갔다고 알고 있는데, 단막극 제작비 수준이다. 다만 협찬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와 수익성이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사실 기존의 웹드라마들은 포털사이트에 거의 공짜로 노출이 되어왔고 iptv 등에서도 저가에 팔렸다. 수익모델을 찾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수익성이 없다보니 협찬을 통해 당장 몇 편을 제작하는 건 가능하지만, 웹드라마 시장이 지속가능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래서 KBS가 나서서 웹드라마 협의체를 구성해 수익구조 문제를 해결해보자고 마음먹었다. ”
 
-웹드라마 협의체란?
“웹드라마 제작 경험이 있거나 웹드라마에 관심이 있는 외주제작사들과 함께 구성한 것이다. 외주제작사 참여 방식의 조직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KBS 혼자서 웹드라마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1~2편 정도를 보여주기 식으로 제작하고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많다. 수익모델도 없고 협찬을 끌어와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KBS가 웹드라마 플랫폼을 만들고 여러 외주제작사와 함께 수익모델을 같이 연구·개발하면서 웹드라마를 제작하자는 계획이다. 현재 약 10여개 회사와 함께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제작사와 작업하게 되길 바라고 있다. ”
 
-1월에 만들어진 KBS 웹드라마 전용 홈페이지에 이미 여러 작품이 올라와 있던데.
“그렇다. KBS 사이트에 웹드라마 전용 페이지를 따로 만들었다. 하지만 거기 올라와있는 작품들은 KBS가 함께 제작한 작품들은 아니고, 웹드라마 협의체에 참여하는 회사들이 기존에 만든 작품들을 올려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사업할거라는 걸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KBS가 외주제작사와 협의체를 만들어서 이런 방식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소”하고 선험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 중 <후유증>, <썸남썸녀>라는 웹드라마는 최근 KBS 1TV <독립영화관>에도 방영이 됐다.
“원래는 앞으로 만들어질 웹드라마를 전부 <독립영화관>에 방영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기존에 이미 만들어진 작품 중에서 몇 편을 실험적으로 방영해본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독립영화관>에 웹드라마가 방영되진 않을 것 같다. <독립영화관> 프로그램의 취지와 웹드라마가 안 맞는다는 내부 의견에 따라 없던 일이 됐다. 지금 추진 중인 웹드라마들은 제작이 완료되면 <독립영화관> 대신 2TV에서 주말 심야에 방영하게 될 예정이다. ”
 
-웹드라마는 웹과 모바일에 중점을 둔 콘텐츠다. 그런데도 굳이 TV에서도 방영하려는 이유는?
“TV 방영 여부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KBS에서 방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IPTV나 해외에 판매할 때 수익성이 달라진다. ‘KBS 웹드라마’라는 이름을 걸면 브랜드가치가 생기니까 수익이 올라갈 것이다. ”
 
-외주제작사 없이 KBS가 제작한 웹드라마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간서치열전>이 있다. 하지만 사실 <간서치열전>은 원래 단막극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웹드라마를 위해 만든 작품이 아니라 KBS 2TV <드라마스페셜>의 작품을 단막극 홍보차원에서 웹드라마 버전으로 만든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웹드라마를 방송으로도 내보내려는 목적과는 정반대라고 볼 수 있다. 사실 TV에 방영되는 방송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자연스럽게 기존 TV 드라마를 우선으로 하고 웹드라마는 그것을 마케팅 하는 용도로 쓰게 되기 쉽다. 웹드라마는 당장 구체적인 수익모델이 없고 트렌디한 느낌만 갖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추진하려고 하는 웹드라마 사업은 그 반대다. 온라인·모바일 콘텐츠가 중심이다. ”
 
무궁무진한 웹드라마의 세계
 
▲ KBS 웹드라마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웹드라마 <후유증>. <후유증>은 KBS 1TV <독립영화관>에서도 방영되었다. ⓒKBS 웹드라마 페이지 캡쳐
-웹드라마 사업 추진에 대한 KBS 드라마국의 반응은?
“젊은 PD들은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꽤 있다고 들었다. 사실 웹드라마 사업은 기존 KBS 드라마와는 별개의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관심이 있는 드라마 PD나 시트콤 등에 경험이 있는 예능 PD들도 참여하게 된다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각에서는 웹드라마 제작에 대한 내부 역량을 키우자는 이야기도 있다. ”
 
-지금까지 웹드라마는 대부분 포털을 중심으로 서비스 됐다. 앞으로 포털과의 갈등은 없을까?
“갈등보다는 함께 웹드라마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도록 협력하길 원하고 있다. 그 동안 웹드라마에 수익모델이 없어 제작사들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함께 지속가능한 제작환경을 만들어가자는데 취지를 함께 하길 바라고 있다. ”
 
-웹드라마 협의체를 구성해 외주제작사들과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저작권이나 수익 배분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저작권과 수익은 제작비를 끌어오는 만큼 나눠 가질 예정이다. 다만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그 동안 대부분의 웹드라마는 협찬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KBS는 그렇게 제작비를 끌어오는 것에 경험이 없는 상태다. 그래서 아무래도 KBS보다는 제작사가 더 많은 권리를 갖는 구조가 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지상파 드라마와는 성격이 다르다. KBS는 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뿐, 나머지는 외주에서 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KBS는 ‘웹드라마 시장에 진출한다’라는 생각보다는 ‘웹드라마의 수익모델을 제작사와 함께 찾아보는 파트너가 되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KBS의 웹드라마’라기 보다는 제작사들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들에 KBS의 브랜드를 활용해 값어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간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의 새로운 수익모델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굉장한 성장하고 있는데, 그 중 한국 드라마 콘텐츠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웹드라마는 앞으로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올해 안에 많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앞으로 웹드라마가 더 많은 관심과 인기를 얻으면 새로운 수익모델은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라고 본다.”
 
-웹드라마는 방송과는 달리 PPL이 자유롭다. 현재 대부분의 제작비를 광고주들에게 협찬 받고 있는 상황인데, 웹드라마가 활성화되면 여기에도 규제가 생기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것 같다. 현재는 수익률이 없다보니 PPL이나 협찬 말고는 제작비를 가져올 곳이 없고 광고주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수익구조가 개선되고 인기를 얻으면 규제가 생겨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수익과 협찬이 균형을 이루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정상적이고 지속가능한 드라마 제작이 가능하다. 그 동안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협찬을 구해야만 제작이 가능하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수익구조가 안정이 된 상태에서는 오히려 규제가 생기는 게 콘텐츠 질 차원에서는 좋은 일이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
 
-새로운 수익모델 외에 얻을 수 있는 다른 장점이 있다면?
“웹드라마는 소재 다양성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 방송에서는 다루기 힘든 소재들도 웹드라마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웹툰, 웹소설 등 새로운 콘텐츠가 무궁무진 생산, 소비되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웹드라마의 소재 역시 무궁무진하다. TV에서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KBS 웹드라마, 기존 편견 깰 것
 
▲ 지난 9일 KBS 신관에서 열린 웹드라마 <프린스의 왕자> 기자간담회에서 감독 및 배우들이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9일 두 편의 웹드라마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아직 캐스팅이 완료된 건 아니지만 톱스타도 물망에 올랐는데, 새로운 분야인 만큼 배우들 입장에서는 출연이 고민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캐스팅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아무래도 새로운 분야다 보니 선뜻 도전하기에는 부담을 조금 느끼는 것 같다. 웹드라마는 기존 드라마에 비해 제작비도 적고, 아직은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정도도 크지 않아서 인기 배우를 캐스팅할 때 어려움이 조금 있었다. 대중들 사이에 ‘웹드라마는 TV에 방영되는 드라마보다는 퀄리티가 조금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그런 편견을 깰 만한 블록버스터급 웹드라마도 몇 편 시도해 볼 생각도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연애탐정 셜록K>, <프린스의 왕자> 제작을 조만간 시작해 오는 3월 말이나 4월초쯤에 KBS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다음 등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1년 안에 10편을 제작하는 게 목표다. 많은 기대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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