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추적 60분’ 판결문을 통해 본 탐사 프로그램의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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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비양시적 접근, 방송의 자유 제한 우려 커”

“공적인 토의는 결코 억제되어서는 안되며 광범위하고 활발하게 전개되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지난 10일 서울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곽종훈)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KBS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편(이하 ‘천안함’편, 2010년 11월 17일 방송)에 내린 경고제재조치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제작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 KBS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편에 대한 제재조치처분취소 판결문 일부 캡쳐.
이번 판결은 방송 내용이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정성과 객관성, 균형성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고,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정부에 대한 감시·견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했다고 인정한 1심과 맥락을 같이 한다. 나아가 언론자유의 광범위한 보장, 그 중에서도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언론자유 보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방송심의 기준으로서 공정성, 균형성 및 객관성에 대해 “양적 균형의 문제로 파악한다면 양시양비론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며 “정량적으로 접근해 판단하는 것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방송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크므로 지양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방송법 제32조를 들어 심의에는 매체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경우 일반 보도와 달리 사회적 쟁점의 이념을 파헤치고자 하는 제작자의 주관적 관점이 개입됨이 불가피 하므로 방송제작자가 일정한 주관적 관점을 가지고 방송 내용을 구성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정성 또는 균형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익성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 제6조를 들어 “정부의 정책 및 활동에 관해 의혹을 품을 만한 충분하고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그 사항의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정부 등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의 수행을 그 사명의 하나로 하는 방송이 위 의혹사항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조사를 촉구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면 이는 방송이 ‘공익성 의무’를 충분히 이행한 것으로 보아야지 공정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한 방송심의의 헌법적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규율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방송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방송의 본질적 역할을 부당하게 위축시키고 공정한 여론의 장을 형성하는 것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지난 2010년 11월 17일 방송된 KBS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란은 끝났나’ 편. ⓒKBS
재판부는 특히 방통위의 구성이 정부여당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지적하며 “피고(방통위)는 특정 보도가 정부에 대하여 불공정 또는 불균형한 것으로 판단하고 그에 따른 제재조치를 취함에 있어서는 그 권한 행사에 극히 신중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하에서 공적인 토의는 우리 정부의 본질적 원칙이자 정치적 의무이며, 이러한 토의는 정부나 공직자에 대한 격렬하고 신랄하며 가끔은 불쾌할 정도의 날카로운 공격이 포함된다고 할지라도 결코 억제되어서는 안되며 가급적 광범위하고 활발하게 전개되도록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것이 공공적·사회적 의미를 가진 사안에 관하여 정부기관의 공식적 조사발표를 대상으로 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경우에는 이와 같은 언론자유의 보장 필요성이 더더욱 커진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천안함’편의 제작진인 강윤기 PD는 이번 판결에 대해 “‘언론 자유에 대한 광범위한 보장이 필요하다’는 굉장히 중요한 지적이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그 동안 있어온 정치심의 논란에 경종을 울리는 좋은 판결”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제작진인 심인보 기자(현 뉴스타파 기자)도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정말 기쁘고 뜻 깊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곧 천안함 사건 5주년”이라며 “그 동안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다시 취재되고 천안함 사건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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