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방송에 편성은 없다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이 법에 의하지 않고는 어떤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다’

‘방송사업자는 방송편성책임자를 선임하고 그 성명을 매일 1회 이상 공표하고 방송편성 책임자의 자율적인 방송편성을 보장해야한다’

이는 방송법 첫머리의 총칙에 나오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조항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런 방송법 조항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방송사에 있어서 편성업무가 기본 중의기본이며 따라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pd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성업무가 지방에 오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지방의 pd들도 편성업무가 중요하다는 것은 안다. 우리 회사의 사규에 나와 있는 편성 업무분장 예를 들어보면 tv, 라디오 프로그램 계획 편성 운행은 물론이고 △평가 및 국내외 방송정보 자료수집 연구분석 △각 프로그램 제작비 기준책정산출은 key사와의 편성운행 구정 연결 및 합의 △ 프로그램저작권 관리에 관한 사항 그 외에도 방송법 이후 엄청나게 늘어난 방송위원회 관련 자료 작성, 외주제작물 검수, 완제품 제작, 특집 프로그램 제작 등등이 있다.

그러나 위에 열거한 업무들은 대부분 책 속의 이론일 뿐 현실은 말을 꺼내기조차 민망하다.

타방송사는 파악을 하지 못했지만 19개 지방mbc 중에 편성 고유의(?) 업무를 하며 부(部)형태로나마 독립되어 있는 곳은 부산과 대구, 단 두 곳뿐이다.
|contsmark12|
|contsmark13|
그나마도 부서장 외 소속 pd는 1, 2명이 고작이고 그 외 대부분 지방사에서는 제작부서와 구분조차 없이 그저 서울편성 변경 확인하고 운행을 담당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시스템이다.
|contsmark14|
|contsmark15|
게다가 그 운행업무라는 것도 회사의 효율적인 인력운용(?)에 따라 막말로 아무나 한다. 이렇게 되다보니 지방에서는 운행 외 편성업무에 대한 최소한의 개념조차 가지기 힘들며 대부분의 지방 pd들도 편성이 운행표에 줄이나 긋는 업무쯤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contsmark16|
|contsmark17|
pd들의 인식이 이러할진대 타부서나 타 직종에 있는 사람들이 ‘지방방송에서 편성은 무슨… 잘라도 욕 안 먹는 프로그램에다 로컬 적당히 심고, 머리 비우고 그냥 운전만 하는데 뭐 그리 할 일이 있다고’라고 비아냥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contsmark18|
|contsmark19|
이런 지역방송편성의 위상이나 구성원들의 인식수준은 사규에 나와 있는 기구조직을 보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contsmark20|
|contsmark21|
대부분 지방사의 경우, 기구 조직표에 가장 먼저 나오는 주무부서는 경영이나 총무업무를 하는 부서일 것이다.(우리 회사도 경영관리국으로 되어있다)
|contsmark22|
주 업무와 지원업무를 하는 부서의 위상이 뒤바뀌고, 돈벌이가 우선시되며, 방송편성제작이라는 주 업무까지도 관리대상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이 아주 자연스럽게 규정되어있는, 이것이 바로 지방사의 현실이다.
|contsmark23|
|contsmark24|
프로그램을 편성하기 위한 가장 기초 자료인 시청률 조사조차 하지 않는 곳도 여전히 많다.
|contsmark25|
|contsmark26|
모두들 많게는 수십 억의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조사에 드는 비용 몇 푼을 아끼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방에서는 시청률 조사가 아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contsmark27|
|contsmark28|
시청률 조사는 프로그램별 시청 결과뿐 아니라 시간대별 특성과 시청자의 구성, 이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편성의 가장 기본적인 자료다. 그렇지 않아도 로컬 프로그램이 방송되면 칭찬보다는 항의가 많은 현실에서 이런 기초 자료도 없이 ‘보든지 말든지’ 식으로 편성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역민들을 위한 방송’이 아니다.
|contsmark29|
|contsmark30|
우리들은 지방사 발전을 가로막는 대부분의 이유를 지금까지 서울에 종속되어 있는 구조 탓으로 돌려왔다. 물론 지방사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이 그런 종속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contsmark31|
|contsmark32|
하지만 정말 그것뿐일까? 급변하는 방송환경 속에서 지방방송이 위기에 처했다고 매일 불평을 하면서도 정작 위기에 대처하고 지방방송을 제대로 세우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연구와 분석을 하는 누군가가, 또는 조직이 과연 지방사 내에 존재하고 있는가?
|contsmark33|
|contsmark34|
우리가 지방의 방송인, pd로써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편성’이라는 최소한의 시스템조차 마련하지도 요구하지도 않고 있으면서 나름대로 지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자위나 자만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다.
|contsmark35|
|contsmark36|
이영환대구 mbc 편성제작국
|contsmark37|
|contsmark38|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