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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한 토론프로는 싫다

최석순l승인2003.06.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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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일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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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15에서 일어나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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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1. 그러니까..... 패널은 들러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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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1일. ‘잡초정치인 제거론 논란’의 패널로 출연한 홍준표 의원이 이렇게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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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들이 오면, 우선 섭외를 담당한 작가들이 각각 찬반 대기실로 안내해서 토론 진행에 필요한 사항을 알려주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꼭 한번쯤은 이 질문이 튀어나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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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들러리구만”일요일, 그것도 밤 10시 가까이 되어 방송사까지 나와준 점잖은 저명인사들, 으레 있어온 다른 토론프로그램처럼 전문가들 위주의 토론이겠거니 생각하고 자료를 한아름 들고 온 이들에게, 이 사실을 납득시키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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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섭외를 하는 과정에서 몇 번이나 이 점에 대해 주지를 시키지만, 막상 자신들이 ‘토론의 한 장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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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2. 소나기같이 쏟아지는 100인의 배심원들의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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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 토론>은 피상적인 논리로만 무장된 전문가들끼리 논쟁을 벌이는 토론이 아니다. 모두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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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살생부 파문’ 때에는 살생부에 오른 홍준표 의원과 일등공신에 오른 천정배 의원이, ‘한총련 합법화 논란’ 때에는 한총련 의장과 박홍 前서강대총장이, ‘유시민의원의 복장파괴논란’때에는 유시민의원이 직접 출연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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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다각적인 공방 또한 이 토론의 묘미다. ‘기러기아빠의 선택’이 주제였을 때는 대입위주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외아들을 조기 유학시킨 기러기아빠에게 돈이 없어 중고생인 세 자녀를 하나도 학원에 보내지 못하는 빈민층아버지가 강력하게 항의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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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의 비율을 따져 보면 패널이 30∼40%, 배심원들의 목소리가 60∼70%를 차지한다. 그러니 패널이 들러리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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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3, 남의 얘기 듣기, 끊임없이 손들기, 그리고 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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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의 성격이 이렇다보니 진행자가 하는 말은 ‘이 주제에 대해 의견 있으신 분?’ 혹은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가 전부다. 철저하게 토론의 징검다리 역할만을 수행할 뿐, 출연자의 얘기에 단 한마디도 보태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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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서 제작진은 냉정해져야만 한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가능한 한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찬반양측의 목소리를 치우침 없이 듣기 위해서, pd는 계속해서 ‘끊으라’고 주문하고, 끊임없이 ‘다음 분?’을 외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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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에서 변화가 생겼다. 출연자들이 토론의 흐름을 따라잡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남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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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사람들이 손을 들기 시작하고 최근에는 mc가 다가가면, 배심원 대부분이 손을 높이 치켜드는 자못 ‘감동적인’ 광경들을 보게 된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 발언의 기회를 얻지 못한 일반 출연자들을 위해 마련한 장치가 바꾸는 로 ‘표결’이다. 이렇게 <100인 토론>은 다양한 장치와 포맷 속에서 전문가들이 아닌 보통사람들의 ‘토론한마당’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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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의 변, ‘변화무쌍한 80분간의 유쾌한 토론 만들기’ <100인 토론>에서 다루는 주제는 시의성은 물론, 일반인들이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안을 위주로 하는 만큼, 대립이 심각한 사안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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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제들을 토론에 익숙치 않은 일반인들을 상대로 진행하다 보니, 예측불허의 상황이 계속된다. 때문에 제작진은 일주일 내내 좌불안석이다. 토요일부터는 슬슬 ‘방송이 불가능한 거 아닌가’ 하는 불안이 엄습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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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방송이 시작되면, 끝나는 순간까지 귀와 눈과 머리를 그야말로 팽팽 돌려가며 돌발상황에 대처해야한다. 부조정실에서도 플로어에서도 끊임없는 돌발상황의 연속이다. 그러고 나면 새벽 1시가 가까운 시간. 모두가 파김치가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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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이 거듭되면서 출연자나 시청자들, 그리고 방송국내 선후배들로부터 새로운 형태의 토론 프로그램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그 말을 들을 때가 가장 기쁘다. 그리고 이젠 수 년 된 기존의 토론 프로그램들과 어깨를 같이 할 정도로 인지도도 높아지고 <100인 토론>만의 독특한 색깔을 내는데도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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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토론이란 열린사회로 가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장치이자 문화다. 하지만 토론문화에 관한 한 우리는 아직 인식에 있어서나 경험상 아쉬운 점이 많다. 노 대통령도 모든 의사결정과정에 ‘토론방식’을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지만, 자기 목소리만 높이는 기존의 토론문화 속에서는 시간낭비나 바람직한 의사결정의 방해요인으로 역작용할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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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현실 속에서,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토론문화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가고 싶은 것이 출발 6개월 째인 <100인 토론> 제작진 모두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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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순kbs 교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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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순  pdnet@pdne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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