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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현 전 홍보수석 케이블협회 회장 내정…IPTV협회·위성방송 수장은 이미 靑 출신 인사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이하 케이블방송협회) 차기 회장에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내정됐다. 케이블방송협회는 지난 17일 신임 회장 공모에 응한 4인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하고 윤 전 수석을 차기 회장에 선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아직 이사회(3월 19일)와 총회(3월 26일) 등이 남긴 했지만 말 그대로 ‘절차’일 뿐, 사실상 윤 전 수석은 차기 회장으로 확정된 상황이다.

이로써 유료방송 3대 기구인 케이블방송협회와 IPTV방송협회(이종원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의 수장을 모두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맡는 유례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임기 내내 지상파 방송 장악 논란에 휩싸였던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는 민간 영역인 유료방송 장악 논란까지 피할 수 없게 됐다.

▲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지난 17일 회장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고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차기 회장에 내정했다.사진은 윤두현 내정자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내고 있던 지난 1월 2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적쇄신안을 발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 ⓒ뉴스1
사실 윤 전 수석의 케이블방송협회 회장 낙점설은 지난 17일 면접 이전부터 있었다. 지난해 YTN플러스 사장으로 있다가 청와대로 직행한 윤 전 수석은 8개월만인 지난 2월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그런데 윤 전 수석 퇴임 직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을 접촉하며 윤 전 수석을 차기 케이블방송협회 회장으로 선출하라고 압박했다는 얘기가 방송가 주변에 퍼지며 낙하산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케이블방송협회가 지난 10일부터 사흘 동안 회장 후보 공모 절차를 진행하고 17일 면접을 통해 윤 전 수석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하지만 서류 접수부터 면접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회장을 공모하면서 이력서 한 통만을 제출서류로 정해 ‘요식 행위’라는 논란이 일었고, 회장 공모에 지원한 5인 중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은 면접일 하루 전 불참을 결정했다. 양휘부 현 케이블방송협회 회장도 면접 참여와 불참 사이에서 갈등하다 면접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수석을 회장에 낙점하기 위한, 결국 ‘짜고 치는 고스톱’에 불과한 공모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총선 앞두고 선거방송 가능한 유료방송 업계 장악 시작?

일련의 논란 끝에 윤 전 수석이 케이블방송협회 차기 회장에 내정됨에 따라 유료방송 3대 기관의 수장들이 청와대 출신 인사들로 채워지는, 전례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됐다. IPTV방송협회와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 회장은 이미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홍보수석실 비서관에 내정됐음에도 출근을 미루다 사흘 만에 사퇴한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의 이종원 현 IPTV방송협회 회장은 2013년 5월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현 IPTV방송협회) 회장으로 선출됐고 지난해 10월 재임됐다. 이남기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은 SBS홀딩스 사장으로 재직하다 박근혜 정부 초대 홍보수석으로 발탁돼 청와대로 직행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중 발생한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으로 3개월 만에 낙마한 후 지난해 3월 KT스카이라이프 사장에 선임됐다.

▲ (왼쪽부터)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종원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를 두고 방송계 주변에선 논란 속에 청와대 직행을 선택했다 단기간에 낙마한 이들을 챙겨주기 위해 정권에서 민간 영역인 유료방송 업계에 입김을 행사한 결과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종합편성채널까지 가세하며 몸집이 커진 유료방송 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청와대의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역대 정부에서도 정권에 우호적인 인물들이 (유료방송 업계에) 내려온 일은 있었지만, 이렇게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정부까지 움직여 낙점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방송사 출신들이 청와대 홍보수석실로 차출됐다가 다시 유료방송으로 오는, 정권이 방송장악의 공고화를 위해 인프라를 공유하는 상황까지 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총장은 “총선을 앞두고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선거 분위기로 넘어갈 텐데, 청와대 출신 인사가 선거방송이 가능한 케이블 방송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기관의 수장을 맡는 작금의 상황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며 “총선 국면에서 그렇지 않아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만들기 위해 해당 역할을 할 인물들을 내려 보낸 게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방송을 담당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18일 공동 명의의 성명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인터넷진흥원 원장으로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출신의 백기승씨를 임명하고,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에 곽성문 전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해 ‘청피아’, ‘정피아’ 등 자기 사람 챙기기의 본색을 드러낸 데 이어, 이번엔 케이블방송협회에까지 청피아 인사를 자행하며 공공기관, 공기업, 민간영역을 아우르는 낙하산 인사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이남기 전 홍보수석이, IPTV 방송협회는 이종원 전 홍보기획비서관이 대표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권이 케이블방송협회에까지 전 홍보수석을 내리 꽂으며 사실상 유료방송 업계를 장악했다. 민간단체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방송을 장악해 사심을 채우려는 청와대의 갑(甲)질 횡포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며 낙하산 인사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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