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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놓고 말해요] KBS PD들의 수다

지난 1월 KBS 대개편을 준비했던 PD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개편 철도 아닌데 시행했던 1월 대개편. 그들에겐 정신없이 달려온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편을 했지만 무언가 찜찜한?!  그래서 KBS PD협회는 개편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과정에서 나타났던 오류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시니어 그룹과 평PD 등 9명이 참석했다. 자유로운 대화를 위해 익명을 전제로 모인 자리이기도 하다.  다음은 3월 17일자 ‘KBS PD협회보에’ 게재된 내용임을 먼저 밝힌다. <편집자>  

▲ 자료사진 ⓒpixabay

[참석자]

시니어 PD (간부 포함) : 화통P (기획제작국) / 달관P (교양국) / 점잖P (라디오국) / 의욕P (라디오국)
평PD (5년차 ~ 13년차)  :시크P (기획제작국) / 깐깐P (기획제작국) / 똘똘P (교양국) /젠틀P (드라마국) / 핫P (라디오국)

깐깐P : 1월 대개편이지만 국 사정에 따라 몇몇 프로그램은 3월 중순 첫 방송을 목표로 막판 준비 중인데, 개편 과제가 무엇?

점잖P : 라디오는 6개 메인 채널 중에서 1라디오하고 2FM 개편을 위주로 했어. 다른 방송사 사람들이라도 잘나가던 MC들을 영입해서 라인업을 좀 세게 바꿨고. 예산 지원도 좀 많이 받았어.

의욕P : 예전에 1라디오가 24시간 시사 거점 프로그램으로 갖고 있던 채널파워가 있었거든. 그런데 길환영 사장 체제에서 전체적으로 연성화 되었잖아. 콘셉트도 생활밀착형 종합채널로 바뀌었고.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데 공감했고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란 모토로 개편작업을 했어. 제목도 <KBS 공감토론>이라고 2, 3년 전의 향수를 자아낼 수 있게 짓고, 패널도 가능하면 그 당시 분들을 기용하고.

화통P: 그렇지. 예전에 <열린토론>이 참 유명했지.

점잖P : 응. 일단 지금까지 청취자들의 피드백은 좋아. 하지만 우려도 커.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거든. 종편에서 떼 토크, 극강 극우인사를 불러서 그냥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벌이는 토크에 한 2-3년간 시청자들이 너무 길들어 있다 보니 KBS가 예전에 했던, 그나마 품격이 있고 상식적인 라디오 토론이 다시 먹힐 수 있을지….좀 더 지켜봐야 해.

깐깐P: 교양국은 어때? 공모전에 프로그램 많이 뽑혔잖아.

똘똘P : 맞아. 이번에 교양국에서 프로그램 여러 개 띄웠어. 없는 사람 긁어모아서 개편하는 바람에 새 프로그램에 투입된 PD도, 기존 프로그램 하는 PD도 너무 바빠져서 교양국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

화통P : 정말 개편 준비 열심히 하고 있구나.

똘똘P: 이번 개편에서 가장 긍정적으로 보는 건 교양국에 편집방 빈 데가 없어졌다는 거. 예전에 입사했을 때 잠깐 경험하고 바로 없어져 버린 문화지. 한동안 오후 6시만 되도 편집실이 텅텅 비어있었는데, 지금은 편집한다고 자정까지 온갖 방들이 꽉 차있어. 확실히 다시 일하는 분위기가 되었어. 건강하고 다이내믹 에너지가 좋긴 한데 그래서 엄청나게 피곤한 것도 있어.

젠틀P : 농촌드라마 <산 너머 남촌>이 폐지되었어. ‘공영방송의 책무를 져버리는 행위다’라는 예상된 그런 몇몇 네티즌들의 반응이 있었지만 그렇게 세진 않았고, 드라마 개편 메인 이슈는 무엇보다 금요일 드라마 신설이지.

달관P : 저번에 했던 <스파이> 재밌더라

▲ KBS 금요드라마<스파이> ⓒKBS
젠틀P : 그건 애초에 ‘금요드라마’로 기획됐던 거야. 작년 모든 드라마 PD들에게 트라우마를 준 tvN <미생>. 그것 때문에 여하튼 금요일 시간대도 우리가 전략적으로 한번 해 볼 만하겠다 싶어서 야심 차게 기획한 거다. 연출자 박현석 PD가 이스라엘에서 드라마 원작까지 사 와서 준비했고. 그런데 그게 단막 시간대 옮기는 문제랑 섞여서 조금 복잡해지게 되었어. 사실 그동안 우리가 단막극도 ‘너무 시간대가 늦으니까 금요일 밤 11시나 12시로 당겨달라 했거든.

달관P : 그래, 독립영화도 아니고 일요일 새벽 12시 1시는 좀 너무해.

젠틀P : 시청률이 1%대데, 그래도 봐 주는 게 고마운 지경. 그런데 콘텐츠창의센터에서 단막과 금요드라마를 합쳐서 전격적으로 금요일 밤 9시 반, 게다가 2부작으로 하라고 하니 드라마국에서 난리가 난거지. 70분은 연출자랑 스태프들도 해봤고, 완성되지 않은 대본도 좀 있고 한데, 갑자기 100분에 알맹이 90분, 그걸 막 시작하라는 거야. 그렇다고 금요드라마 시간대가 드라마국만의 것도 아니야. 예능국도 뭔가를 준비하는 등 너무 열려있는 거지.

달관P : 그럼 단막극이 폐지된 건가? 항상 똑같은 레퍼토리 이긴 한데, 신인작가도 데뷔해야 하고…. PD 입봉도 해야 해서 그렇게 쉽게 없애면 안 되는 거 아냐? 지금 사람을 키워야 2~3년 후에 미니로 꽃피울 수도 있는 건데 말이야.

똘똘P : 하지만 당장 성과가 없지. 2~3년 후엔 자기들이 없고.

깐깐P : 한마디로 지금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이거지.

달관P : 제작 의욕을 잃게 하는 편성이냐 아니면 프로그램을 더 잘 만들고 싶게 하는 편성이냐...

젠틀P : 여하튼 온갖 난리 쳐서 금요드라마 겨우 15번 받아 놓긴 했는데 앞으로 입봉할 친구들이 문제다. 기존 PD들도 이렇게 바뀐 상황이 혼란스러워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 하는데 입봉자들 부담이야 말해 뭐해. 마음도 몸도 준비할 겨를이 없었지.

느닷없이 ‘훅~’ 들어온 개편

화통P : 드라마PD들이 자체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것을 차근히 준비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시점을 못 박고 개편이라며 ‘훅 밀고 들어온’ 모양새라는 거네. 실제 과정에서 어떤 디테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콘텐츠창의센터에서 제작진에게 “야, 정책상 이거저거 합치고 이거저거는 뺄 거야”라고 먼저 던져놓고 개편을 몰아붙이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점잖P :그러니까. 일정 부분 제작진을 설득하면서 책임도 나누어지겠다 하는 식으로 같이 가야 하는데, 딱 선 그어놓고 안 따르면 마치 이것이 변화를 반대하고 변화를 주저하는 PD들의 문제인 것처럼 몰아가는 시각도 있잖아.

▲ KBS 사내 기획안 공모를 알리는 포스터 ⓒKBS
깐깐P : 확 바꾼다는 건 굉장히 매력적이지. 그런데 뭘 확 바꿀 건지 우리 안에서 각국마다 생각이 있고 사정이 있을 텐데 그게 공유되었는지? 그리고 추진 과정에서 어느 정도 합의해 나갔는지?

핫P : 2FM의 경우 정말 모임이 많았어. 구성에 관한 소모임, DJ 섭외에 관한 소모임, 선곡방 향에 관한 소모임. 여기서 각각 회의자료 만들고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들까지 다 들어서 내용 정리해서 보고했고 그걸 토대로 또 개편 TF 팀에서 다시 회의해서 또 보고서를 만들고. 연초엔 회의한 기억밖에 없어.

시크P : 아니, 일 안 하고 개편에만 매달린 거야?

핫P : 거의 뭐 그런 셈. 근데 나도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솔직히 이전 개편까지는 밀실에서 안을 만들어 와서 ‘자~’ 하고 던져주는 그런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국장들끼리 뜻이 잘 맞아서 TF팀을 돌린 거고.

모든 PD : 우와~ 부럽다~

점잖P : 내친김에 라디오 자랑 하나 더 할까? 그동안 TV에 비하면 완전 ‘하꼬방 예산‘이었어. 두 시간 방송에 진행비 5500원, 절감한다고 80% 집행해서 700원을 또 깎고.

화통P : 그럼 하루 4800원?

점잖P : 진짜 출연자랑 커피 한잔 마실 값이라고 사장님한테 하소연도 많이 했어. 그런데 이번에 경쟁력을 갖추고 돈을 벌어야 하는 채널이라고 해서 10억원을 줬지 뭐야. 그 결과 스타DJ 라인업 도 나온 거다.

핫P : 그래. 돈 가져온 건 좋은 거지. 김성주 데려오고 박명수도 데려오고. 하지만 라디오국 한 켠에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있었다는 거 살짝 말할게. 다른 국 분들이 너무 배 아파하니까... ^^ 사실 일선의 젊은 PD들은 “라디오스타를 키워야 한다. 우리가 언제까지 TV에서 인기 있는 사람을 데려올 거냐” “라디오에서 인재를 발굴해보자”하고 여러 명을 후보로 추천해드렸었는데 위에서 “얘들이 도대체 누구냐.....?”

깐깐P : TV도 그런 분위기 있어. 모험을 싫어해.

의욕P : 성과가 단계적으로 나와야 하니까 그런 거지.

핫P : 무명이니까 제작비도 아낄 수 있지 않나 식으로 간곡히 청한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안타까웠어.

시크P : 기획제작국 PD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시사 프로그램의 부활이었어. 데일리 시사프로그램을 새로 만들든 아니면 지금 하고 있는 시사프로그램에 새롭게 힘을 주던. 어쨌든 시사 장르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았는데, 이번 개편에서 사실 (회사가) 은근슬쩍 뭉개고 있어. ‘언제라도, 봄 개편 때나 그 이후라도 할 수도 있다’라고 말만 하지 오리무중이야.

의욕P : TV는 제안공모 거쳐서 편성하지 않나?

깐깐P : 기회제작국에서 공모안 거친 건 <명견만리> 하나야. 제안공모 당선되고도 진행 안 된 게 있고, 국 자체로 CP가 책임지고 팀 꾸려 파일럿까지 한 프로그램이 편성 안 된 것도 있고. 전체적으로 기획제작국 결정이 너무 늦어져서 우리 국 개편 프로그램은 3월 중순에야 나와.

▲ KBS ‘명견만리’ ⓒKBS
화통P : 늦어진 것도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개편 프로그램이 PD 제작진의 열망이 모여서 나온 건 아니라는 거. 기획제작국에서 겪은 일 얘기하나 해 줄까? 사장께서 아마 개편을 앞두고 많은 사람을 만났던가 봐 외부 인사들을. 물론 정말 넓은 마음으로 아이디어를 수집한 거라면 크게 관계없긴 한데, 그 아이디어가 별안간 제작진 앞에 툭 떨어지더라. 그게 아마 작년 이사회 개편보고 일주일 전이었다지. “세 시간짜리 정도로 세상 돌아가는 걸 쭉 훑어볼 수 있는 토크 프로그램을 하는 게 어떠냐”라는 자못 디테일한 워딩과 함께. 그나마 받아들일 만한 데가 기획제작국밖엔 없었기 때문인지 국장이나 간부들이 어디서 이걸 요리하나 한 바퀴 돌리고, 결국 그걸 받은 게 <세계는 지금>. 제작진들이 난색을 보였지만 결국 90분으로 확대 편성되었어. <글로벌정보쇼-세계인>으로.

시크P: ‘프로그램이 어떠해야 한다’라는 기본적인 프레임은 다 정해진 채 제작진에게 하달되 는 식이었더군. 어쨌든 이왕 하기로 한 거 지금은 그 프로그램이 잘 나가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만 태생 자체가 문제 있는 것은 PD들이 뭉쳐서 용납하지 않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PD들, 개편을 하였나? 개편을 ‘당’하였나?

똘똘P : 이번에 교양국은 그렇게 높은 데서 내리꽂는 느낌은 별로 없고 각 CP들 책임에 따라 결정되는 거 같아. 내가 볼 때 기제국은 간부들이 안 바뀌어서 그런 거 같은데?

시크P : 아마 그럴지도. 포스트 길환영 체제인데 제도나 분위기는 그대로- 이게 이른바 사장을 몰아내고 한 첫 개편인데 하여간 느낌은 ‘아, PD출신의 사장, 더구나 교양 기획제작국 출신이란 이런 거구나’. 톡 까놓고 이야기해서 본인이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간섭으로 보이는 언행을 자주 하시는 것 같다. 다만 옛날 사장들처럼 직접 지시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창의센터라는 전대미문의 조직을 만들어 놓고 의중을 전하는 게 다를 뿐. 세련된 방식이나 역시나 왜곡된 구조지.

깐깐P : 왜, 직접 언급하기도 하셔. 스팟 하나하나까지 세심히 돌보신다는 소문이 있던데.

핫P : 그러고 보면 라디오는 그냥 좀 방관하고 있다는 느낌이네.

화통P : 잘 몰라서?

시크P : 잘 모르는 게 다행인 거야.

▲ KBS ‘다빈치노트’ⓒKBS
똘똘P : 지금 우리 개편에서 제일 문제는 콘텐츠창의센터인 거 같다. 콘텐츠항의센터의 독단적인 의사결정, 그 안에 계신 ‘어떤 분’ 또한 몹시 과신하는 느낌을 받아. 콘텐츠창의센터에서 밀고 있는 프로그램은 세게 밀어주고 나머지는 뭉개는 이런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오죽하면 ‘어떤 프로그램은 CP가 콘창센터장과 친분이 있어 좀 밀어줬다더라’라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야. 올 하반기에 승부를 봐야 하는 사장이 콘텐츠창의센터를 창구로 선택했고, 콘텐츠창의센터장은 본인의 캐릭터로 모든 걸 쥐고 흔들면서 그 판을 위해 개편을 끌고 가는 모양새. 잘 되면 좋은데 그런 징후는 안 보이고. 결국, 사장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되겠지.

시크P : 사장이 경영만 해야 하나? 큰 틀에서의 철학이나 소신을 임기 내에 구현할 수 있나 없나? 그렇다면 방송 어느 부분까지 말할 수 있는가? MC나 세트까지는 이야기해서 안 되나? 한국도 법이나 제도상으론 어느 정도 방송의 경영과 편성을 분리해 놓았지만 지금 대부분 PD들은 사장이 어느 정도 관여하는 걸 심정적으로 용인하고 있잖아. 원론적으로 말하면 우리 안에 합의가 아직 없는 거지.

깐깐P : 심지어 우리도 무심결에 ‘이건(의견엔) 사장도 찬성했다’면서 뭐 이것저것 주장 할 때 근거로 삼기도 하잖아. 역이용하는 거지. 백번 양보해서 사장이 뭔가를 언급했다 할지라도 그게 국민의 요구라든가 우리가 수행해야 할 공적 책무와 부합하기만 한다면 굳이 문제 삼을 필요는 없을 수도 있지. 하지만 지금 KBS가 개편을 계기로 다시 국민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그 부분에선 사실 갸우뚱 인거다.

시크P : 잠깐! 말씀 중에 사장이 말했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는데, 난 반대. 사장이 바뀌고 나서 솔직히 노골적인 정치색은 옛날보다 훨씬 옅어졌다는 데 동의. 그런데 사장 자체가 독단스러운 제왕이 되고, 그의 의중이 간부진을 통해 프로그램에 관철되는 순간 그게 아무리 선하고 옳은 것이라도 공영방송 시스템으로서는 패악이라고 봐.

위로부터의 개편, 과연 이대로 좋은가?

똘똘P : 그나마 주니어 PD에 속하는 내 입장에서 볼 때, 뭔가 젊은 PD들이 우리 세대를 향해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놓는 게 굉장히 쉽지 않은 구조라는 걸 느꼈다. 이를테면 <시간여행자 K>도 그렇고 <다빈치노트>도 그렇고 ‘높은 사람 누구누구가 이러저러하게 평가했어’라는 소문이 흘러나오는 순간, 이미 게임 끝이더라. 그런데 그들의 판단 기준이 항상 정답인가? 되게 고루한 면도 있다. 사실 교양국의 <다빈치 코드>같은 경우, 특정출연자 (홍석천)에 대해 위에서 계속 문제 제기가 들어왔다고 해. 수긍 못 한 제작진들은 그 압박을 부장이, 팀장이, 일선 PD들이 단계별로 최대한 견뎌냈다고는 해. 패널 지키려고. 하지만 결국은 패널 내리고 결국 프로그램도 내렸다지.

▲ KBS ‘시간 여행자 K’ⓒKBS
달관P : <시간 여행자K>도 그렇게 매일 두들겨 맞았다면서?

깐깐P : 그 팀 PD들이 너덜너덜해 지고 프로그램도 그냥 소멸했다는 후문. 보완하든 개선하든 팀에 기회를 줘야지, 요즈음은 무차별적으로 비판만 하는 분위기야. 대안도 없이. 제작진을 완전히 소외시키고 있어.

똘똘P : 홍석천 정도도 패널로 못 쓰는 게 과연 공영방송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가? 방송인으로서의 역량과 상관없이 그저 게이란 이유만으로? 김부선이 어떻다, 세트가 어떻다, 패널이 교양 프로그램에 맞네 안 맞네 독하게 폄하한다. 평가권한을 가진 자들의 기준이 너무 낡았다.

깐깐P : 편견 내지는 관습이지.

똘똘P : 뭐 사장도 평가는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냥 “저 기술팀 김모 팀장은 이렇게 말하더라” 정도 수준으로 들어 넘기면 되는데, 한마디만 하면 밑에서 “야야 내일 세트 고쳐” “출연자 빼” 이렇게 되면 안 되는 거다.

의욕P : 중간 관리자들이 먼저 자기검열을 안 해야 한다. 만일 문제가 생길 거 같더라도 상식적으로 합리적으로 토론해서 절충할 수 있다. 뭐만 조금 어떻게 해도 ‘균형을 잃었네 어쩌네’ 그것도 방송 나가자마자 난리법석 하던 시대는 지났다. 나부터도 팀장이지만 국장 부장님 이렇게 사장님과 중간에 있는 밸트들이 좀 더….

깐깐P : 버팀목이 되어 줘야 한다?

의욕P : 그렇지. 지금까지는 하루를 못 참았거든. 하루를 참으면 그다음에 제작진들이 알아서 보완한다고. 담당 PD들이 싸우는 것도 한두 번이지, 나도 많이 싸워 봤지만, 맨날 싸우면 지친다고. 그럼 사실 중간관리자들이 잘해야 해.

시크P : 그런 자기반성 모드 좋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개편을 사장이 이렇게 주도해선 안 된다고 본다. 원래 제도 취지라면 편성에서 주도하는 게 맞다. 길환영 전 사장 나가는 분위기에서 당시 명분이었던 ‘제작자율성’이네 ‘평PD 협의회’네 등등이 한때 그냥 트렌드처럼 붐업됐다가 죽어버렸다. 계속 이렇게 되면 되게 패배주의가 심해질 거다. 사장이 주도한 개편에 대해 지금에서라도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본다.

화통P : 그치? 이번 개편은 사장이 주도한 거 맞지?

시크P : 본인 손으로 ‘확 바꾸겠다’고 하고 일사천리 진행된거쟎아.

깐깐P : 그렇지. 봄 가을이라는, 원래 개편 사이클을 완전히 무너뜨렸으니까. 낯설다.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프로그램.

핫P : “확 바꾼다”고 하니 사실 이번 개편에 내심 기대했던 게 많다. 라디오 인력 배치 상황이나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바로 그거다. 이를테면 시사나 음악 각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PD들이 포진해있으면 좋겠는데 6개월 단위로 프로그램이 바뀐다. 어린 기수는 그렇다 쳐도 윗 기수 선배들은 딱 ‘정치시사면 이 분’ ‘경제시사면 이 분’ 그런 게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전혀 없다. 완전히 새롭게 바뀐다고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라고까지 했는데, 표면적인 결별이었지 길게 보고 구조적인 고민까지 반영하지는 않아 아쉽다.

▲ KBS ‘작정하고 본방사수’ ⓒKBS
시크P : 그래도 뭐 라디오가 개편 제일 잘했구먼. 쭉 들어보니까.

핫P : 막 바쁘게 뭔가를 하긴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DJ만 바꿨다는 느낌이랄까. DJ를 교체하더라도 이 프로그램 청취층이 어떻다 하는 거 조사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건 ‘시간 없어, 거기 쓸 돈 없어’ 이런 식으로 넘어가 버리니까. 그런 조사도 안 하고 뭘 어떻게 바꾼단 건지.

깐깐P : 합의가 안됐는데 뭔가는 바꿔야 하고.

핫P : 근데 계속 소모임은 열리고 회의도 많고 이러니까 마치 합의한 것 같은 착각이 들더라고. 말려 든거지. 사실 마이너리티 리포트로는 라디오가 음악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 이 더 많았는데 모두가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오락 위주가 되더라. ‘합의를 통해 도출한 결과다’라는 것은 맞는데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라디오는 2-3개월로 판단할 수 없으니 좀 더 지켜 볼 밖에.

젠틀P : 드라마국 입장에선 이번은 그래도 기존에 비해 제법 존재감 있는 개편이다. 다만 그 게 드라마국 주도가 전혀 아닌 콘텐츠창의센터 주도였다. 계속 지켜볼 거다. 월화수목 미니처럼 성과 위주로 봐야 할 프로그램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프로그램까지 엄한 시간대에 보내버리고, 단막드라마 같은 것도 결과만 놓고 재단하고 줄여버리고 평가하고 이렇게 된다면 드라마 PD들도 협회 차원에서 문제제기 할 거다.

시크P : 이런 개편 처음 겪는다. 이렇게까지 위로부터의 소통(?)이 활발히 느껴진 적은 처음 이다. 프로그램을 내가 만들고는 있지만 뭔가 내 것 같지는 않은….

깐깐P : 내가 주도한 것도 아닌데 또 내가 책임은 져야하고. 이건 뭐 개편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닌... 올 봄, 완전히 개편 분위기랑 썸만 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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