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과 볼거리의 상관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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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원의 Musical Play!]

뮤지컬을 왜 보냐고 물으면 춤과 노래가 좋아서라는 대답이 많다. 하지만 뮤지컬의 재미가 이것만은 아니다. 시각적인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특수효과나 새로운 공간 연출을 통해 현장성과 판타지를 동시에 구현해내는 라이브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묘미다.

서구 극장가의 대형 뮤지컬들에는 이런 시각적 즐거움들이 많다. 예를 들어, 뮤지컬 ‘메리 포핀스’의 배우들은 객석의 관객들 머리 위로 날아올라 극장 꼭대기까지 사라지거나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탭댄스를 추고, ‘오페라의 유령’의 샹들리에는 반대로 극장 천장에서 관객들 머리로 곤두박질하는 스릴 넘치는 광경을 연출해낸다. 뮤지컬로 만들어진 ‘반지의 제왕’에서는 주인공이 반지를 끼면 정말 무대에서 사라져버린다.

지난해 막을 내린 ‘스파이더 맨’의 신기한 공중 유영도 빼놓을 수 없다. 2층 난간에서 뛰어내려 1층 무대로 사뿐히 내려앉는 모습을 보자면 영화의 특수효과 못지않은 기발한 볼거리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초창기에는 스턴트 배우가 10m 높이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가십거리가 됐는데, 이후 무대에서는 별 탈 없이 잘 날아다니고 있다(?)는 후문이다.

 

▲ 뮤지컬 <영웅>

국내에 소개된 작품들에서도 이런 사례들이 있다. 디큐브 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렸던 뮤지컬 ‘고스트’가 대표적이다. 우리에겐 ‘사랑과 영혼’이라는 제목으로 더 익숙한 영화가 원작인데, 억울한 죽음을 당한 주인공이 영혼이 되어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고 복수도 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원작 영화에서는 합성기법을 활용한 영상의 특수효과가 화제였다. 특히, 사고로 자신의 육체를 떠난 영혼이 다시 자신의 주검을 바라보는 장면은 꽤나 잘 알려진 이미지다. 물론 이 장면은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된다. 영상과 실사를 효과적으로 버무리고 배열해서 라이브로 경험시키는 일종의 무대가 보여주는 ‘마법’이다. 노래나 춤사위 못지않게 관객들을 흥분시키는 흥행 뮤지컬의 장치들이다.

요즘 우리나라 대형 창작뮤지컬들에서도 이런 유행이 번지고 있다. 우선 안중근 의사를 무대로 형상화한 뮤지컬 ‘영웅’이 있다. 히토 히로부미를 사살하는 안 의사의 모습은 하얼빈 기차역에서 더욱 극적으로 표현되는데, 제작진이 집중한 것은 달려온 기차가 무대 위에서 정차하는 기차역의 구현이었다. 여러 시도 끝에 결국 영상과 세트를 교묘히 조화시키는 첨단의 제작방식이 활용됐다. 즉, 영상으로 표현된 달리는 기차가 정차한 기차의 실물 세트로 교묘히 대체되는 영상효과를 고안한 것이다. 집중해서 무대를 바라보지 않으면 삽시간에 뒤바뀐 영상에서 세트로의 변환에 그저 놀라게 될 뿐이다. 극장의 공간적 제약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뿐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무대만의 이색적인 체험도 만끽하게 배려하는 셈이다.

지난해 큰 인기몰이를 했던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시체를 누더기처럼 기워 만들어낸 괴물의 존재는 거대한 기계 장치의 위압감에 담아 표현된다. 불꽃을 튀기며 끽끽거리는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세트를 보자면 실감나는 시각적 표현에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온다. 유리관 너머로 시체가 온 몸을 뒤틀며 전류가 흐르는 장면을 춤으로 승화시킬 때면 기괴한 감동에 싸이기도 한다. 거대한 세트의 존재는 흥행을 하고도 지방으로 순회공연의 무대를 옮길 수 없는 작품의 약점이 되기도 했지만, 다시 올려질 앙콜 공연에 대한 기대를 오히려 극대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오직 제작사인 충무아트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 창작 뮤지컬 작품 고유의 볼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화려한 볼거리는 그 가치는 알아도 시도하기 힘든 우리 뮤지컬들의 ‘취약점’이다. 장기 상연을 기본으로 하는 서구의 상업 공연가와 달리 한 두 달 남짓한 공연만으로는 감히 엄두도 내기 힘든 높은 비용 탓이다.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는 화려한 볼거리를 원하지만, 한정된 공연기간과 매출만으로는 언감생심 ‘그림의 떡’이라 입맛만 다시게 된다. 물론 완성도 높은 창작 뮤지컬을 위해 과감한 투자와 인식의 전환이 뒤따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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