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불법 광고영업, 비용은 소비자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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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언론·시민단체 'MBN X파일' 진단과 대응방안 토론회

“MBN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약탈적 광고영업의 궁극적 피해자는 소비자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최근 MBN 미디어렙사의 영업일지가 공개됐다. 뉴스보도에서 특정 업체와 제품을 홍보하거나, 돈을 받고 만든 프로그램을 또 다시 돈을 받아 재방송 하거나, 기자들을 영업에 동원하는 등의 행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영업일지로, 언론계 안팎에선 일련의 실태에 대해 “추악한”, “약탈적”이라는 표현을 주저 않고 붙이고 있다.

그러나 관리·감독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실태 파악 중”(4월 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최성준 방통위원장)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8개 언론·시민단체는 20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8개 언론·시민단체 주최로 20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종편 광고영업 추악상 드러낸 MBN X파일 진단과 대응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PD저널

MBN 광고 영업일지 내용만으로도 방송법·공정거래법·미디어렙 위반

이날 토론회의 주제발표를 맡은 신태섭 동의대 교수(민언련 정책위원)는 “MBN 영업일지는 가장 천박한 자본주의 언론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노골적인 반(反)저널리즘이자 명백한 불법”이라며 방송법과 공정거래법,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이하 미디어렙법) 등의 위반 문제를 지적했다.

신 교수는 MBN 영업일지에 나타난 불법과 탈법의 유형을 △뉴스보도에서 업체나 제품을 불법 홍보하거나 광고수주 압력 행사 △뉴스 외 프로그램에서 제품을 불법 홍보 △조폭식 갹출 또는 뇌물로 의심되는 불법 협찬증빙 △기자의 불법 영업 광고 등으로 분류했다.

뉴스 외 프로그램에서의 불법 제품 홍보의 경우와 관련해 MBN 영업일지엔 특히 눈에 띄는 사례가 있다. MBN은 2014년 12월 3일 ㅎ사의 o 건강기능식품 관련 아이템을 2015년 1월 4일 <천기누설>에서 다루기로 하고 3000만원의 PPL(간접광고) 비용을 받았는데, 해당 방송에선 건강기능식품의 재료의 효능만을 소개했다. 광고를 집행한 ㅎ사의 제품은 전혀 노출하지 않은 것이다.

신 교수는 “의문을 풀어줄 단서는 2015년 1월 20일자 업무일지에 있었는데 ‘1월초 방송됐던 ㅇ건의 경우 홈쇼핑에서 목표치의 150% 판매를 달성했다고 함’이라고 적혀 있었다”며 “민언련 모니터 결과 해당 방송은 1월 4일 저녁 9시 40분 시작했는데, 잠시 후인 10시 35분 한 홈쇼핑에서 ㅎ사에서 출시한 ㅇ제품을 판매했고 MBN <천기누설>이 오늘 해당 건강기능식품의 재료의 효능을 집중보도 했다는 고지를 대대적으로 계속 내보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방송 프로그램을 특정 사업자의 홍보물로 전락시켜 부당 이득을 편취한 사례로, 이는 시청자에 대한 기만행위이자, 방송법과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MBN 영업일지에는 그간 괴담처럼 떠돌았던 ‘협찬증빙’에 대한 기록도 존재했다. 협찬증빙이란 실제 기업이 협찬하지 않았음에도 방송에선 협찬을 한 것처럼 허위로 증거를 만들고 기업으로부터 협찬금을 수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신 교수는 “이런 비용은 결국 대기업이 방송에 대해 뒤를 잘 봐달라며 몸 보신용으로 주는 뇌물이거나, 방송이 조폭식으로 뜯어가는 보호비인 것인가”라고 따져 물으며 “기업이 실제로 협찬을 했는지 여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 후 보관하고 있는 실제 방송 당시의 프로그램을 모니터링 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기자의 불법 광고영업과 관련해 “명백히 반저널리즘적인 직업윤리 위반”이라며 “이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훼손됐음을 의미하며, 경제권력 감시라는 기자 본연의 사명을 돈과 바꾼 것으로, MBN은 저널리즘 기관으로서의 방송의 책무를 규정한 방송법과 방송 제작·편성과 광고영업 분리를 규정한 미디어렙법을 위반했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이어 “기자를 영업으로 내몬 회사에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 영업으로 MBN 주머니에 들어간 마케팅 비용, 결국 소비자 부담

김준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위원장도 방통위의 조사를 통해 일련의 현행법 위반 의혹에 대한 책임을 MBN에 물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서 하는 행위, 즉 매체의 파워를 이용해 광고주에 대해 이익을 얻어내는 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충분히 문제가 된다고 본다”며 “누구든 신고가 가능한 만큼 시민단체에서 신고를 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종편의 광고 판매를 자회사인 미디어렙에서 맡아서 할 수 있도록 하는) 1사 1렙 체제이다 보니 방송사와 미디어렙이 한 편이 되고 있고, 광고주에 대해 ‘하지 말아야 할 규정’은 없기 때문에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며 “처벌 규제를 강화하고 현재의 1사 1렙이 타당한 제도인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서던일리노이대에서 ‘삼성 미디어 제국’이라는 주제로 학위를 받은 김춘효 박사는 “MBN의 불법 광고영업에 대한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지불하는 것”이라며 “이 문제를 국민적 사기극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불법 광고영업을 한 언론사 경영진에 대한 책임은 물론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방통위 관계자들 또한 고발 대상”이라며 “이 문제가 비단 MBN만의 문제일 수 없는 만큼 종편 등 방송시장 전반에 대해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현 위원장도 “해당 영업일지를 작성한 MBN 영업1팀이 이 자료에 대해 원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종편 출범 이후 영업일지를 모두 제출하라고 방통위에선 요구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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