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여고’ 키스장면 심의는 동성애 혐오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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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연대, 22일 방심위 규탄 논평…“소수자 존중·인권확대 흐름에 반하는 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심위)가 오는 23일 전체회의에서 ‘청소년 동성애 키스장면’을 방송한 JTBC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한 최종 심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중징계가 예상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2일 논평을 발표하고 “방심위가 징계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동성애’다. ‘동성애 키스신’ 징계는 심의를 빙자한 혐오 폭력”이라고 지적하며 전체회의에서 동성애에 대한 혐오발언이 나올 경우 이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 JTBC <선암여고 탐정단> 11회(2월 25일 방송) ⓒJTBC

일부 위원, 성소수자 차별 발언 논란…심의 중단 요구 이어져

<선암여고 탐정단>(2월 25일, 3월 4일 방송)은 탐정 놀이를 하면서 성장하는 5인의 여고생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로, 11회와 12회에서 연인 관계인 두 여고생의 키스 장면과 포옹 장면 등이 방송되며 심의에 오르게 됐다.

지난달 25일 열린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방심위원들은 제작진의 의견진술을 들은 끝에 해당 방송이 방송심의규정 제25조(윤리성) 1항과 제27조(품위유지) 5호, 제35조(성표현) 1·2항, 제43조(어린이 및 청소년의 정서함양) 1항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경고 3인, 주의 1인, 권고 1인 의견을 낸 바 있다.

당시 위원들은 성소수자에 대해 “다수와 다른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 생각한다”・“많은 국민들이 혐오감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나는 혐오감을 느꼈다”(함귀용 위원), “잘못하면 청소년들에게 그런 걸(동성애를) 권장하거나 조장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고 본다”(고대석 위원) 등의 발언으로 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성소수자 인권 단체 등에서는 “동성 간 성적표현을 유독 문제 삼는 방심위의 성소수자 차별적 이중 잣대와 더불어 방송 심의를 빌미로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쏟아낸 방심위원들을 규탄한다”며 심의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당초 해당 방송에 대한 제재수위도 지난 9일 전체회의에서 결정이 날 예정이었으나 23일로 연기되면서, 일각에서는 비판 여론에 부담감을 느낀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 성소수자 단체와 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지난 3월 31일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언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 간 성적표현을 유독 문제 삼는 방심위의 성소수자 차별적 이중잣대와 더불어 방송 심의를 빌미로 성소수자 혐오발언을 쏟아낸 방심위원들을 규탄한다”며 심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PD저널

“방심위의 동성애 혐오, 소수자 존중・인권확대 흐름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

언론연대는 지난 2013년 tvN 드라마 <몬스터>, 그리고 현재 SBS에서 방영중인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나온 ‘청소년 키스신’에 대해서는 ‘의견제시’를 결정했던 방심위가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예고한 것을 두고 이번 심의가 “폭력적 성격”을 띄고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방심위는 제27조(품위유지) 5호를 적용했는데, 해당 조항은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하는 표현”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여기에는 △막말 △욕설 △성기・음모의 노출 △생리작용 △과도한 외설적 표현 등이 해당된다. 언론연대는 “방심위는 여기에 동성애가 포함된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방심위는 동성애를 혐오한다’(호모포비아)는 자기고백에 다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언론연대는 “건전성 적용도 마찬가지다. 음란퇴폐 여부는 성표현의 수위와 관련된 것이지 ‘성적(性的)지향’과는 무관한 것”이라며 “키스가 음란한가? 동성간 키스가 음란하다면 이성간 키스도 음란이다. 동성간 키스만 중징계 대상이라면 그게 바로 ‘성적(性的)지향’에 따른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방심위의 동성애 혐오는 언론계가 경주해온 소수자 존중, 인권확대의 흐름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라며 “방심위의 중징계 시도는 언론현장에서 만든 이런 <가이드라인>과 <보도준칙>들이 모두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언론연대는 “지금 방송의 공익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한 징계가 아니라 방심위원에 대한 ‘인권교육’으로 보인다”며 “언론연대는 내일 방심위의 결정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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