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광고·협찬 의혹 MBN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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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의원 종편 협찬 계약서 공개, TV조선·채널A도 의혹

지난 3월 공개된 MBN 미디어렙 영업일지 속 광고·협찬 영업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TV조선과 채널A 등 다른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미디어렙들도 MBN과 유사한 형태의 영업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5일 종편들이 공공기관 등과 체결한 광고·협찬 계약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종편들이 협찬주의 만족을 위한 제작·편성을 한 정황이 나온다. 또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개입 정황과 함께 최대주주인 신문들이 협찬 계약을 위해 자회사인 종편을 활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일례로 MBN은 2014년 6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와 ‘한전의 홍보물 방영’을 목적으로 <위대한 이름 아프리칸>(가제)이라는 제목의 특집 다큐를 제작하기로 협찬 계약을 맺었다. MBN은 이 프로그램을 같은 해 11~12월 중 방송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4000만원(부가세 별도)의 협찬금을 한전으로부터 받기로 했다.

▲ MBN와 한국전력공사가 최초로 체결한 협찬계약서. ⓒ최민희 의원

그러나 MBN 미디어렙 영업일지에 따르면 MBN은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못했고 대신 보도프로그램인 <경제포커스>를 통해 한전을 부각시키기로 했다. 이를 통해 협찬금을 소진하기로 계약을 바꾼 것이다. 실제로 MBN <경제포커스>는 같은 해 12월 6일 공기업들의 해외 자원개발 실패 사례를 나열하다 성공사례로 한전을 소개하는 방송을 했다.

협찬이 보도 프로그램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례로, 이에 대해 최 의원은 “방송법 시행령에 의하면 ‘시사·보도, 논평 또는 시사토론 프로그램’은 협찬고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보도프로그램인 <경제포커스>가 협찬을 받고 방송에서 수차례 한전의 명칭을 고지한 만큼 이는 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경제포커스>의 해당 보도는 내용의 객관성 문제도 제기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협찬이 보도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다른 종편에서도 존재했다. 최 의원은 2014년 12월와 올해 1월 TV조선과 채널A가 각각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과 체결한 ‘가축질병 확산 방지관련 방송협찬 과업지시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두 종편은 농정원과 1000만원의 협찬계약을 맺고 충청도에 발생한 구제역과 관련한 내용을 보도하기로 했고, 실제로 농정원에서 섭외한 전문가를 출연시켜 앵커와 10분정도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보도를 앞세워 협찬을 요구한 사례도 있다. 최 의원은 2012년 12월 5일 TV조선이 한국수출입은행에 보낸 공문을 공개했다. 공문에는 당시 한국수출입은행장이었던 김용환 은행장을 TV조선에서 주최하는 ‘2013 한국의 영향력 있는 CEO’로 선정했고 특집기사에서 수상 내역을 소개해야 하니 2000만원(부가세 별도)의 협찬금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최 의원은 “실제로 TV조선은 2013년 2월 15일 CEO 선정기사를 보도하면서 33인 중 수출입은행장을 포함한 16인은 사진과 이름, 직책을 화면과 리포트로 소개했고 나머지 선정자는 이름만 밝히거나 아예 이름도 소개하지 않는 차별적 보도를 했다”며 “협찬 유무와 금액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이와 같은 차별적 보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채널A에서 협찬 프로그램 방송, 입금은 동아일보?

종편의 최대주주인 신문사가 종편 프로그램 편성을 말하며 협찬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다. 2013년 10월 12일 <동아일보>는 농정원과 1억 6500만원(부가세 포함)의 협찬계약서를 체결했다. 농정원을 위한 홍보콘텐츠를 <동아일보>의 자회사인 채널A에서 편당 15분짜리 프로그램 10편을 제작해 3개월 동안 방송하도록 하는 게 이 계약의 내용이다. 협찬금도 <동아일보>가 예금주인 계좌로 입금하도록 하고 있는데, <동아일보>는 2014년에도 농정원과 유사한 내용의 계약을 한 번 더 체결했다.

TV조선에도 유사한 사례가 존재했는데, 2012년 <조선일보>의 자회사인 조선영상비전은 국제교류재단과 ‘KF브라질 페스티벌 특집 기획시리즈 제작지원 협약서’를 작성했다. 국제교류재단과 조선영성비전이 체결한 이 협약은 국제교류재단에서 주최한 KF 브라질 페스티벌과 관련한 기획시리즈를 1억 2000만원을 받고 ‘<조선일보> 지면을 통해 1회 이상 게재, TV조선을 통해 1회 이상 방영’하고, ‘국제교류재단 이사장 및 관계자 인터뷰를 포함’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동아일보>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와 체결한 협찬계약서. ⓒ최민희 의원

또 조선영상비전은 2013년 국가보훈처와 ‘정전·유엔군 참전 60주년 계기 홍보협약’을 체결했는데, 이 역시 국가보훈처를 홍보하는 특집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TV조선에서 프라임타임에 편성하고, <조선일보>에 동일한 내용의 특집기사를 게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국가보훈처는 협찬금 1500만원을 조선영상비전에 지급했다.

최 의원은 “<조선일보> 자회사의 하나인 조선영상비전이 왜 TV조선에서 편성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협약서를 체결했는지 의문”이라며 “TV조선의 최대주주인 <조선일보>가 자회사들을 움직여 신문에 기사도 게재하도록 하고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도 하도록 한 것이라면 이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규정한 방송법 제4조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번에 공개한 자료와 관련해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공개한 것”이라며 “광고와 협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를 위해 “방송사 직접 판매나 다름없는 1사1렙 제도를 바꿔야 하고, 광고나 다름없음에도 법의 사각지대에서 온갖 불법과 탈법이 횡행하고 있는 협찬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 방안으로 최 의원은 “현금을 받는 협찬은 방송광고에 포함시키고 미디어렙 등이 방송광고 판매 현황 자료를 적어도 방통위에 투명하게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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