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안 무산, 與 책임 입 다문 공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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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공영방송의 '정쟁·갈등하는 국회’ 프레임은 무엇을 남길까

여야가 지난 2일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50% 인상’ 명기에 대한 여당 내부의 반발 탓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에 대해 대국민 사과 성명을 냈다. 그러나 지난 6일 공영방송의 메인뉴스에선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에 대한 책임 부분과 관련해 두루뭉수리 한 보도 태도를 보였다.

‘여야대표 합의→靑 반대→친박(親朴) 주축 여당 수정론’ 과정 없는 보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실무기구에선 지난 2일 국민의 노후빈곤 해소를 위해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은퇴 전 버는 소득 대비 은퇴 후 연금수령액의 비율)을 50%로 인상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발생하는 재정절감분의 20%를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제도 개선에 활용하는 내용득 합의했다. 이어 같은 날 여야 대표는 공무원연금 실무기구의 합의를 존중하고 이에 따른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는 곧바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공적연금 강화 내용이 포함된 데 대해 반발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조정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하는 문제”라고 반대하고 나서면서 여권의 기류도 친박(親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50% 명기’ 반대론과 함께 변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열린 지난 6일 저녁 한때, 공무원연금 실무기구 합의문을 공적 연금 사회적 기구 구성을 위한 국회 규칙의 부칙에 별첨하는 방식의 잠정 합의를 도출했지만, 이 안 역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치며 거부됐다.

▲ 5월 6일 KBS <뉴스9> ⓒKBS 화면캡쳐

결국 이날 본회의에선 여당은 자당 소속 의원 158인만 참여한 가운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팀에 수사검사로 참여해 경찰의 사건 은폐와 축소를 방조했다는 의혹 속 자진사퇴 요구를 받아왔던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만을 일방 처리했다. 박상옥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이날 새누리당 출신의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한 것으로, 국회의장의 공직후보자 임명동의안 직권상정은 2012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여당의 힘으로 야당과의 합의를 뒤집어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는 무산하고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일방 처리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공영방송의 메인뉴스에선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무산시킨 여당의 합의 번복에 책임 문제를 구체적으로 전하지 않았다. KBS <뉴스9>의 경우 이날 두 차례 관련 소식을 전했는데, 첫 번째로 전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난항…소득대체율 기싸움’이란 제목의 리포트에서 이렇게 보도했다.

“쟁점은 공무원연금이 아니라 함께 합의됐던 국민연금입니다. 국민연금 강화를 논의할 사회적 기구를 국회에 설치하는데, 이 기구의 목표에 소득대체율 50%를 명시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입니다. 새누리당은 국민 동의 없이 못 박을 수 없다는 주장을 계속했고, 새정치연합은 대타협의 핵심 중 핵심이라며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중략) 조금 전부터 새누리당은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해서 다른 법안들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대타협정신을 어겼다며 반발해서 본회의에 불참한 상황입니다. 결국 이번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정국은 더 경색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뉴스 후반에 전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4월 국회 폐회’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선 “공무원 연금 개혁안의 오늘(5월 6일)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새누리당은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재개해 다른 법안들을 처리하려 했지만 새정치연합의 강력 반발 속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다시 열지 않아 이번 4월 임시국회는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국회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 문턱까지 넘었던 연말정산 환급 법안의 본회의 처리도 함께 무산됐다”고 전했다.

이날 KBS <뉴스9>만 보면 당초 여야 대표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무산시킨 주체가 여당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다. 여야가 이 문제를 놓고 협상을 계속 했지만 입장 차이가 있어 처리를 못했고, 이 과정에서 여당은 다른 법안의 처리를 위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였지만 야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이유로 다른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는 듯 보일 뿐이다.

▲ 5월 6일 MBC <뉴스데스크> ⓒMBC 화면캡쳐

‘소득대체율 50%’ 왜 뒤늦게 문제인가 따져 묻는 손석희 앵커

MBC <뉴스데스크> 보도도 다르지 않다. <뉴스데스크>는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난항…’국민연금 개편‘ 이견 못 좁혀’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핵심쟁점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반영 여부로, 새누리당은 구체적 수치는 여론을 수렴해야 하는 만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 정도의 문구로 충분하다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소득대체율 인상 목표를 50%로 명시하자고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어진 ‘국민연금 연계에 협상 제자리…내년 총선 의식한 행보?’라는 제목의 리포트선 합의 파기의 당사자가 새정치민주연합인 듯 읽히는 보도를 했다. 내용은 이렇다. “오늘 아침,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연계한 국민연금 수급액 인상 수치를 못박지 않기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그러나 곧 상황은 돌변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명기하지 않으면 공무원연금개혁도 처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 파기라고 맞섰습니다.”

MBC <뉴스데스크>는 박 대통령이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조정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던 지난 4일 관련 보도에서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한 여야 반응을 전하며 야당에서 여당의 합의 번복을 지적하고 있음을 전한 바 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이 최종 확인된 지난 6일 관련 보도에선 당초 합의를 번복한 쪽이 여당이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았고, 이날 수차례 이어진 협상 속 여야 원내대표가 최종 도출했던 합의(공무원연금 실무기구 합의문을 공적 연금 사회적 기구 구성을 위한 국회 규칙의 부칙에 별첨하는 방식)를 거부한 쪽이 여당이라는 쪽도 명확하게 전달하지 않았다.

반면 JTBC <뉴스룸>은 여야 대표가 모여 합의한 소득대체율 50%가 왜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집중했다. <뉴스룸>은 이 소식을 현장중계를 통해 전했는데, 손석희 앵커는 “여야 대표단이 모여 사인까지 다 하지 않았나. 서로 얘기할 때 50% 얘기가 나왔으니 여태까지 보도가 나왔는데, 오늘 갑자기 잘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기자가 “50% 논의는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여야 대표 합의안 문구 자체에는 ‘대타협 기구에서, 또 사회적 기구에서 논의한 내용을 존중한다’ 이렇게 표기만 돼 있었기 때문에 명시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인 것”이라고 답하자, 손 앵커는 “해석이 왜 다른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여야 대표 합의) 당시 분명히 그 얘기가 나왔고 이후 청와대에서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있었고, 여기저기서 얘기가 나오니 여당이 오늘 한 발 빼 합의를 못하겠다고 나온 것인지, 여야 간 절충점을 다시 찾은 것인지”라며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무산의 과정과 책임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 5월 6일 JTBC <뉴스룸> ⓒJTBC 화면캡쳐

이어 손 앵커는 “(오늘) 절충점을 찾으려 했다는 작업은 어디까지 갔던 것인가”라고 질문했고, 이에 기자는 “50% 문구를 명시할 때 규칙에 넣느냐, 부칙에 넣느냐, 아니면 별지에 넣느냐를 놓고 절충안을 찾다 (여야가) 별지에 넣는 것으로 합의점을 찾았는데, 이 방안을 일부 친박계 의원이 최고위에서 반대를 하면서 무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현재 정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자는 주장에 대해 ‘미래세대 보험료 폭탄론’으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연금전문가들은 현 제도를 유지한다 하더라도 2060년이면 보험료율이 20%를 웃돌게 된다며 이번 기회에 현재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낮다는 사실에 대한 인정과 함께 국민연금이 어떤 기능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대원칙을 세울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의 뉴스에선 여야 대표의 당초 합의를 반대한 정부 주장의 합리성을 분석하는 모습은커녕 공무원연금 개혁안 무산을 놓고 여야를 싸잡아 비판하거나 합의 번복의 책임을 불분명하게 정리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 그리고 책임을 명확히 묻지도, 여야의 쟁점 사안에 대한 각각의 주장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지도 않은 채 두루뭉수리 하게 국회를 정쟁만 일삼는 혐오의 대상으로 남겨두는 보도는 시청자인 국민에게 정치에 대한 두루뭉수리 한 혐오만을 안길 뿐이다. 이것이 공영방송이 원하는 국민의 정치에 대한 태도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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