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무죄 판결에 “사측, 법원 판단 수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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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시민단체, 사측에 해고자 복직 촉구

법원이 지난 2012년 MBC노조의 170일 파업으로 인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정영하 전 노조위원장과 집행부 4명(강지웅·이용마·장재훈·김민식)에 대한 2심에서 무죄를 판결하면서 ‘공정방송’이 MBC구성원들의 근로조건임이 또다시 확인됐다. 언론・시민단체는 MBC 사측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 해고자를 복직시키고 MBC정상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부장판사 김상준)는 7일 오후 2시 서관 제312호 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2012년 MBC노조가 진행한 170일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하며 정영하 전 위원장 등 집행부 5인에 대한 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건물로비에 낙서를 하고 현판을 훼손한 혐의(재물손괴)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방송의 자유의 주체이자 공정방송의 의무자가 사측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노사 양측이 그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방송 제작 등에 있어서 공정방송 의무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한 관경이 조성됐는지 여부 등이 근로조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 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부장판사 김상준)가 7일 지난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영하 전 노조위원장 등 노조집행부 5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노조집행부 5명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영하 전 위원장과 장재훈 전 정책교섭국장, 김민식 전 편제부문 부위원장, 이용마 전 노조 홍보국장, 강지웅 전 노조 사무처장. ⓒPD저널

판결이 나자 MBC는 지난 7일 공식입장을 내고 “MBC는 2012년 170일간의 파업에 따른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유감의 입장을 밝힌다”며 “이번 판결에 대한 상고 여부는 검찰이 결정하게 될 것이며 MBC는 사법기관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 MBC는 이후 진행되는 노조의 파업에 대한 소송과 관련해서도 적극 대응함으로써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MBC노조의 170일 파업이 정당했고, ‘방송의 공정성’이 MBC구성원들의 중요한 근로조건임이 확인됐지만 MBC는 대법원의 판결까지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MBC 안팎에서는 사측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해직자들을 복직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서울 여의도 MBC 로비 앞. 170일간의 파업은 무수한 기록을 남겼다. ⓒPD저널

MBC노조 “사측, 과오를 뉘우치고 MBC 정상화에 나선다면 기꺼이 동참할 것”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조능희, 이하 MBC본부)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회사는 법원과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MBC본부는 “이제 입이 아플 정도다. 판결문의 문구마저 다 외울 정도다. 해고무효확인, 업무방해, 195억 손해배상소송. 다섯 번에 걸친 법원의 판결은 한결같다. 2012년 파업의 주된 목적은 ‘방송의 공정성 확보’”라며 “입만 열면 사측이 부르짖던 ‘정치파업’이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었음이 거듭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MBC본부는 2심 재판부가 “우리사회의 평균적인 시청자라 할 수 있는 1심 배심원단이 만장일치에 가까운 6:1 절대다수 의견으로 업무방해 무죄판결을 내린 것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으며 존중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을 상기시키며 사측의 결단을 촉구했다.

MBC본부는 “그렇다면 이제는 따져볼 때다. 우리가 정당하다면, MBC의 공영성을 훼손하며 사익 추구에만 골몰하는 극소수의 경영진들, 당신들은 부당하고, 또, 위법하다. 이것은 우리 조합만의 판단이 아니라 사법부와, 나아가 MBC의 진정한 주인인 시청자, 즉, 국민들의 판단”이라며 “(사측은) 법원의 일관된 판결을 순순히 인정하고 파업 이후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지고 있는 MBC를 원상 복귀시켜라”라고 촉구했다.

이어 MBC본부는 “진심으로 과오를 뉘우치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MBC 정상화에 나선다면 구성원들은 화합의 장에 기꺼이 동참할 것”이라며 “그걸 할 수 없다면 물러나라”고 강조했다.

▲ MBC 구성원들이 지난 2012년 5월 8일 파업 100일을 맞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100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언론노조

언론노조 “언론인의 소중한 가치를 재확인한 판결”

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도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을 반기며 “지난 2012년 MBC ‘공정방송 지키기’ 파업과 관련해 지난달 29일 해고무효소송 2심 승소, 오늘 업무방해 2심 ‘무죄’까지 모두 승리했다. 더 이상 ‘불법 파업’ 이라고 입에 올리지 마라”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정당한 파업이었음을 아니 파업을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공정보도란 언론의 사명을 저버린 행위였음이 또 확인됐다. 힘든 시기였지만 재판을 통해 우리 언론인은 소중한 가치 하나를 재확인했다”며 “공정보도는 언론인들의 권리이자 의무임을 사법부는 일깨워주었고 지켜줬다”고 판결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어 언론노조는 “언론 자유는 더 위축됐고, 언론의 제1원칙이 되어야할 공정성과 공공성은 자본과 권력에 난도질당하고 있다. 그런 현실 속에 언론인에게는 ‘침묵과 굴종’이란 가면마저 덧씌워지고 있다. 아니 부끄럽게도 스스로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하지만 오늘 확인되었듯 우리에게는 ‘공정보도’란 나아가야 할 길이 있고, 나아가야 할 의무가 있다. 시청자와 국민을 위해 권력과 자본과 싸워 나가자”고 강조했다.

▲ 2012년 MBC 170일 파업 당시 해고된 MBC 언론인 5명이 지난 6월 27일 법원으로부터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고 지난해 7월 7일 서울 성암로에 위치한 MBC 신사옥으로 출근을 시도했지만 사측의 출입문 봉쇄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박성제 전 기자, 이용마 전 홍보국장, 정영하 전 MBC본부장, 강지웅 전 사무처장, 이상호 전 기자.(사진 좌측부터) ⓒ언론노조

언론연대 “MBC, 해고자 복직시키고 불공정방송 사과해야 해”

언론개혁시민연대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MBC 노조가 또 이겼다. 사법부의 판단은 오늘도 변함이 없었다. MBC는 더 이상 ‘불법파업’을 입에 담지 말아야 한다. ‘불법파업’이 아니라 ‘위법경영’”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재판부는 단지 MBC 파업의 정당성만 확인한 것이 아니다. MBC 경영진이 벌였던 노조탄압, 불공정방송행위가 위법이라고 규정했다. 판결은 노조는 ‘정당’하고, 사측이 ‘위법’하다는 것”이라며 “오늘 판결로 사법부의 판단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더 재판을 한다 한들 결과가 달라질리 없다. MBC사측은 해사행위를 중단하고, 이제 그만 재판결과에 승복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언론연대는 “우리는 MBC에 요구한다. 부당하게 쫓겨난 해고자들을 즉각 제자리로 돌려놔라. 불공정방송에 대해 시청자에게 사과하라. 공정방송을 훼손한 김재철 부역자 등 위법행위자들은 모두 물러나라”며 “정치권에도 촉구한다. 국회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공정방송을 훼손하는 방송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하고, 노사동수편성위원회의 설치를 의무화하여 제작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연대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MB정권부터 자행해온 언론장악을 중단하고 국민에게 석고대죄 해야 한다”며 “충고한다. 지금이라도 뉘우치고 잘못을 바로 잡기 바란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스스로 바로 잡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심판을 거스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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