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예능의 변주, ‘동상이몽’과 ‘마리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청률 하락 지상파 예능, 비상구 찾을 수 있을까

현재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를 보면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리얼 버라이어티와 서바이벌 열풍의 뒤를 이어 여전히 각광받고 있는 ‘관찰 예능’이 한 축. 또 다른 축은 평일 심야시간대에 몰려있는 토크 위주의 ‘장수 예능’이다. 하지만 관찰 예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황금시간대에 편성된 장수 예능은 시청률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 오래라 처방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예능의 주류로 자리 잡은 관찰 예능의 힘은 ‘자연스러움’이다. 재작년부터 열풍이 불기 시작한 관찰 예능은 기존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리얼리티’를 뽑아내기 위한 장치(즉, 게임이나 벌칙과 같은)들을 제거하고 온전히 ‘자연스러움’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대신 현장에선 수십 대의 카메라가 밤낮없이 돌아갔다.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연예인의 일상을 훔쳐보기도, 공유하면서 공감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MBC <일밤>, 종영), ‘슈퍼맨이 돌아왔다’(KBS2TV <해피선데이>), ‘진짜 사나이’(MBC <일밤>)를 비롯해 <오! 마이 베이비>(SBS), <자기야-백년손님>(SBS), <나 혼자 산다>(MBC) 등은 관찰 예능의 흥행 공식을 따라 탄생했거나 후발대로 나선 프로그램이다.

▲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 ⓒKBS

그러나 날이 갈수록 관찰 예능의 명암이 짙어지고 있다. 현재 사랑이와 삼둥이 등 아이들의 순수한 귀여움을 강조한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44주간 연속 시청률 1위 기록(지난 3일 닐슨코리아 집계 기준)하는 등 시청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예능 판도로 봤을 때 지나치게 편중된 현상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즉, 관찰 예능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홍수에 피로감을 느낀 시청자들에게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전달하기 위한 선택지였지만 이 또한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면서 식상함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특히 관찰 예능의 특성상 연출자들은 출연자의 상황에 방점을 두고 영상을 편집한다. ‘출연자와 거리두기’ 혹은 ‘관찰자로서의 역할’로 극적 효과를 만들기 어렵다. 관찰 예능이 숱하게 만들어지고 폐지 수순을 밟는 것도 결국 이 틀 안에서 캐릭터나 스토리를 제대로 뽑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찰 예능’ 범람 속에서 그나마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장수 예능들이 맥을 못 추는 것도 위기의 증상이다. 특히 지상파 3사의 간판 프로그램이자 5년 이상 방영된 장수 예능의 시청률은 약 4%대에 머문 지 오래다. 예컨대 4월 마지막 주를 기준으로 방영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4.4%, KBS<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4.8%,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5%, KBS <해피투게더> 4.7% 등을 기록했다. 황금시간대 편성임에도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는 건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SBS

이처럼 예능 위기 속에서 유재석과 김구라가 진행자로 나선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 요리 연구가 백종원, 강균성, 초아 등이 출연하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의 색다른 시도가 두드러진다. 관찰 예능과 장수 예능의 위기라는 두 갈래에서 ‘제3의 길’을 택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당초 파일럿으로 시작한 <동상이몽>은 지난 2일 5,5%을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관찰 예능 내에서 ‘연출 영역’을 적극적으로 넓힌 시도가 눈에 띈다. <동상이몽>은 관찰 예능의 형식을 비틀어 ‘시선의 차이’를 강조한다. 자칫 일방적인 고민 상담 프로그램으로 흘러가기 쉽지만 부모 자식이라도 서로의 속사정은 있기 마련이라는 점을 포착해 연출을 극대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사’자 들어가는 직업(판사, 검사, 의사 등)을 가지라는 잔소리꾼 아빠, 공부하지 않는 딸의 모습을 관찰 카메라 형식으로 보여주되 진행자 김구라가 “악마적 편집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온전히 아빠 입장, 온전히 딸의 입장만으로 영상을 편집한다. ‘같은 상황을 입장에 따라 다르게 보는 시선의 차이’를 절묘하게 보여주는 연출 장치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확연히 갈리는 입장차는 오히려 이야기의 물꼬를 틔우고, 스튜디오에 참석한 학부모와 청소년 패널들을 비롯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의 출연자 초아 ⓒMBC

<마리텔>은 지상파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즉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과감한 포맷으로 도전장을 냈다. ‘예능감 있는’ 출연자뿐 아니라 뉴페이스 ‘예능돌’들이 직접 PD 겸 연기자로 출연시키고, 인터넷 생방송을 펼치는 1인 방송 대결 구도로 연출과 기획력을 더했다. 무엇보다 ‘먹방’ 등 독특한 소재로 인기를 끌고 있는 ‘1인 인터넷 방송’의 흥행을 놓치지 않고 지상파 콘텐츠로 구성해, 흡수했다는 점에서 눈 여겨볼만 하다. 관찰 예능의 변주 혹은 아예 새로운 포맷으로 무장한 예능의 승부수. 관찰 예능 유행의 끝물, 그리고 장수 예능의 위기 속에서 비상구를 찾을 수 있을까.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