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사’를 통해 본 PD라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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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드라마 드라마] PD는 과연 ‘사’자 직업인가

▲ KBS ‘프로듀사’ ⓒKBS

지금 PD란 대중들에게 어떤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삼시세끼>와 <꽃보다 할배>의 나영석 PD는 연예인 못지않은 대중적인 관심을 끌어 모으는 존재다. <1박2일> 시절부터 미션을 지시하기 위해 등장했던 것이 이제는 그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만의 위치를 만들어냈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역시 마찬가지. 이 10년 팬덤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태호 PD는 ‘예능 위의 예능’을 만드는 존재로 자리매김해 있다.

최근 들어 PD들, 특히 예능 PD들은 그 친근한 프로그램의 형식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인물이 되었다. <남자의 자격>에 이어 <응답하라> 시리즈를 성공시킨 신원호 PD는 그 장르의 퓨전이 현 창의적 작업의 표본처럼 일컬어지는 예능 PD이고, <개그콘서트>의 중흥기를 만들고 <1박 2일>을 다시 살려낸 서수민 PD는 조직과 인력관리에 있어서 모범답안처럼 여겨지는 예능 PD다. 그러니 이렇게 예능 PD들이 주목받는 시대에 그들을 소재로 한 <프로듀사> 같은 드라마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이 드라마 역시 서수민 PD가 박지은 작가와 함께 기획해서 만들어낸 것이지 않은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 <프로듀사>가 그리는 예능 PD들의 세계는 우리가 방송과 매스컴을 통해 접해왔던 그런 화려함 따위가 아니다. 신입으로 들어온 백승찬(김수현)은 분위기 파악 못하고 이리저리 불려 다니며 지청구만 듣는 쓸모없는 미생 같은 존재이고, 어느 정도 연차가 되는 라준모(차태현)나 탁예진(공효진)은 겉으로 보면 각각 <1박2일> 시즌4와 <뮤직뱅크> PD로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시청률 하락으로 출연진 전원교체 통보를 하기 위해 고민에 빠지거나, 신디(아이유) 같은 잘 나가는 아이돌에게 때로는 고개를 숙여야 하는 그런 존재들이다.

▲ KBS ‘프로듀사’ ⓒKBS

이런 모습은 그들의 선배인 이름만(?) 김태호(박혁권) CP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언제 밀려날지 알 수 없어 국장 밑에서 철저히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그런 인물이다. 문제의 소지가 있을 일들은 철저히 피해가고 그저 하루하루를 조심스럽게 버텨내며 저녁 회식자리의 음식 같은 소소한 재미에만 관심을 두는 중견. 그들이 출연자들을 섭외하기 위해 하는 갖가지 일들이나, 일보다 더 중요해 보이는 회식 장소 선정에 골몰하는 모습 같은 것들은,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이들의 스펙이 그리 화려할 필요가 뭐가 있나 싶을 정도다. 그들은 아마도 언론고시를 통과해 들어온 직장이겠으나 실상은 일반 기업보다 더 폼 안 나는 일들을 하고 있다.

프로듀서를 굳이 ‘프로듀사’라 부르며 의사, 검사처럼 ‘사’자를 붙이는 백승찬의 아버지가 풍자적으로 그려지는 건, 그것이 적나라한 PD의 실상을 폭로하기 때문이다. 예능 PD는 ‘사’자를 가질 만큼 권력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어떤 면에서는 여느 보통의 직장보다 나을 게 없지만, 방송이라는 외형 때문에 ‘사’자 직업처럼 오인된다는 것. 물론 대중들 입장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낯설게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몇몇 스타 PD들은 실제로도 어떤 막강한 힘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PD들은 상상과 달리 보통의 직장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 <프로듀사>가 웃음의 코드로 깨려는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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