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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모티브는 세월호 참사…상식 무너진 교육 문제”

[인터뷰] MBC ‘앵그리 맘’ 김반디 작가 최영주 기자l승인2015.05.20 08: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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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몸에 멍이 들고 피투성이가 된 손을 한 채 쓰러진 딸. 그런 딸을 구하기 위해 엄마는 정부와 법에 호소했지만 딸을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엄마가 직접 나섰다. 고등학생으로 위장,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딸의 학교로 들어갔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다양한 은유를 통해 약자에 대한 강자의 폭력을 이야기한다. 지난 7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 맘>(연출 최병길, 극본 김반디)의 이야기다.

학교폭력에서 시작해 권력과 사회의 부조리를 대담하게 지적할 수 있었던 것은 ‘세월호 참사’ 때문이었다. 지난 15일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작가는 지난해 4월 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 뉴스를 매일같이 보면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이라 생각해 학교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 맘>(연출 최병길, 극본 김반디). ⓒMBC

“세월호 참사 보며 분노, 그렇게 드라마 집필 시작”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거의 매일 뉴스를 보게 됐어요. 제가 원래 뉴스를 즐겨보지 않는데 보게 되더라고요.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이라고 생각했어요. 유독 세월호 참사가 비극적이고 가슴 아픈 건 ‘가만히 있으라’ 한다고 정말 가만히 있었던 아이들, 나 하나 살면 된다고 생각한 선원들, 지시가 내려오지 않는다고 구조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던 해경. 이 모든 게 교육에서부터 시작된 문제라고 봤어요.”

제목인 <앵그리 맘> 역시 세월호 이후 등장한 신조어 ‘앵그리 맘(Angry mom)’에서 가져왔다. ‘앵그리 맘’은 한국 교육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강렬한 열망을 가지고 부조리한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대응한 엄마들을 일컫는다. 이 같은 단어가 ‘엄마가 화났다’, 화난 엄마 조강자(김희선 분)가 학교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로 간다는 드라마의 콘셉트와 맞아 떨어졌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김 작가는 마음이 무거웠다. 만약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외치고 약자가 위험에 처하면 당연이 도와야 한다는 ‘상식’과 ‘기본’이 지켜졌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참사다. ‘교육’이 문제라 생각했고 ‘학교’를 생각하게 됐다.

그때부터 극본을 쓰기 시작해 ‘2014 MBC 드라마 극본공모’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게 됐다. 다큐멘터리 구성작가 출신 김 작가는 지난 2007년 KBS <드라마 스페셜-당신이 머무는 자리>로 첫 작품을 선보인 바 있지만, 장편물로서는 ‘첫 작품’이다.

▲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 맘>(연출 최병길, 극본 김반디). ⓒ화면캡처

시작은 날라리 출신 엄마가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학교로 들어가 학교폭력을 해결한다는 판타지 같은 설정. 그러나 한 회 한 회 거듭하며 무너진 국가시스템, 부정부패, 정경유착, 갑을관계, 정치인의 두 얼굴, ‘기레기(기자+쓰레기)’라 불리는 언론의 그림자 등을 적나라하게 지적한다. 대한민국의 축소판이 드라마 속 명성고등학교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민낯이 드러났듯이 드라마 속에서는 명성고 별관 붕괴 사고를 통해 사학재벌은 물론 정치인의 민낯이 드러난다. 이처럼 ‘세월호’를 연상케 하는 후반부의 이야기 전개로 <앵그리 맘>은 특히 많은 주목을 받았다. 김 작가는 “세월호 1년이 지난 후에 드라마를 보며 또 한 번 그때의 감정을 느껴야 하는데, 뉴스나 다큐멘터리도 아닌 드라마에서 이래도 되나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를 연상케 하는 ‘전형식 게이트’도 드라마에 등장한다. 이처럼 많은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 참고한 것은 ‘뉴스’다. “뉴스를 안 좋아하고 잘 보지 않는다”고 말하는 작가도 알 정도로 보통의 모든 사람들이 다 듣고, 알고 있는 ‘뉴스’ 말이다.

“드라마 속 사건들이 특정 뉴스를 연상케도 하지만 사실 부패한 정치인, 기업가, 정치 권력의 비리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에요. ‘전형식 게이트’도 ‘성완종 리스트’를 말한다기 보다 너무나 만연해 있는 문제를 말하는 거죠. 저는 뉴스를 잘 안 보는 사람인데, 그런 나도 아는 이야기라서 쓴 건데 사람들이 그걸 놀랍게 봐주셔서 놀랐어요.”

▲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 맘>(연출 최병길, 극본 김반디). ⓒ화면캡처

“인간관계 속 강자와 약자 문제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드라마가 보다 직접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권력의 비리보다는 학교를 비롯한 사회의 모든 인간관계 속에 만연해 있는 강자와 약자의 논리다. 홍상복(박영규 분)이 말하는 ‘그 분’도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상식과 기본의 반대 지점에 있는 부정과 비리, 즉 상징적인 악의 우두머리다.

“관계의 문제를 계속 말하고 싶었어요. 강자와 약자의 관계 말이에요. 작게는 친구 관계부터 크게는 사회에서 약자는 강자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죠. 부당하다고 느끼면서도 시키는 대로 하죠. 그러나 사람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세월호는 하나의 뉴스였고 거기서 은유를 많이 따왔어요. 부당한 것에 대해, 그리고 자기보다 센 사람에게 반기를 들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드라마 속에서 반복되는 대사가 있다. “시키는 대로 해”, “가만히 있어”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단순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은유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의 모습에 대한 은유다.

진이경(윤예주 분)은 고복동(지수 분)도 불쌍한 아이일지 모른다며 “우리도 그렇잖아. 어른들이 시키면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고 어쩔 땐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어른들 하자는 대로 따라하고”라고 말한다. 안동칠(김희원 분)은 “시키는 대로 해. 결정은 저기서 해”라고 하는가 하면 고복동도 “위에서 시키면 모든 해야만 하는 게 그 사람이고 나야”라고 말한다.

▲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 맘>(연출 최병길, 극본 김반디). ⓒ화면캡처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오아란(김유정 분)이다. 오아란은 진이경에게 “어른들이 시켜도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는 거야”라고 하는가 하면 고복동에게는 “틀렸어. 이경이가 죽은 건 진짜를 봐서가 아니라 위에서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모든 다 했기 때문이야. 이경이는 그걸 후회했어. 너도 시키는 대로 다하면 후회할 거야”라고 말한다. 오아란은 우리나라 교육과 사회 시스템에 저항하는 인물인 것이다.

인터뷰 내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길을 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김 작가의 말처럼 드라마 속 인물들은 학교와 사회, 권력이 덧입힌 자신의 틀을 조금씩 깨고 나와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강자와 약자의 관계는 작게는 인간관계부터 시작해 사회로 뻗쳐나가듯 고복동-안동칠-홍상복-강수찬(박근형 분) 등의 관계도 그러하다. 그 속에서 틀을 깨고 나오는 사람들, 도정우 선생(김태훈 분)에게 대항하다 죽음을 맞은 진이경, “살고 싶다”며 안동칠의 집을 나온 고복동, 사학재벌과 정치인의 비리가 담긴 명성고 비밀금고를 세상에 알린 안동칠이 바로 그런 인물이다.

박노아 선생(지현우 분)이 드라마에서 윤동주 시인의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를 여러 번 낭독하며 학생들에게 ‘바람’의 의미를 묻는 것은 자기 잘못을 부끄러워 할 줄 모르는, 약자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는 강자들에 대한 일침이다.

“세월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자기 잘못을 부끄러워 할 줄 모르고 잘못을 남에게 전가하죠. 강자들은 약자에 대한 부끄러움이 아예 없는데, 잘못된 일에 대해 부끄러워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사용했어요. 연약하고 부는 바람에도 흔들릴 만큼 연약한 존재라도 부끄러워 할 줄 알고 자기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자기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고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 말하고 싶었어요.”

▲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 맘>(연출 최병길, 극본 김반디). ⓒ화면캡처

“상식과 기본, 그리고 그 시작점인 ‘교육’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해요”

그리고 작가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연대’라고 말한다. 엄마가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학교 문제를 해결한다는 판타지적인 해법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법’이라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드라마는 마무리한다. 그러나 그 전에 보아야 할 것은 진이경의 엄마, 박노아 선생, 고복동, 홍상태를 비롯한 아이들과 엄마들이 한 목소리를 내며 함께 했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혼자는 못한다. 엄마 혼자 아무리 해도 할 수 없다”며 “연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앵그리 맘>이 조강자의 고등학생 위장, 한공주와 그 일행 캐릭터 등 다소 과장된 설정을 보여줬음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처럼 판타지 같은 현실의 문제를 녹여낸 현실 같은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드라마 말미 ‘전형식 리스트’가 ‘그 분’의 손에 들어간 장면을 통해서도 작가는 “어차피 권력의 비리가 뿌리 뽑힌다는 건 없다. 현실적으로 어딘가에 잠재돼 있고 항상 존재한다. 그러기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 맘>(연출 최병길, 극본 김반디). ⓒ화면캡처

현실 같은 암울한 마무리 같지만 드라마는 드라마답게 ‘희망’을 이야기한다. 홍상태가 ‘전형식 리스트’를 찾겠다고 한 것은 권력의 비리와 강자의 폭압이 계속 이어지더라도 이에 대항하고 맞서려는 약자 역시 계속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을 담은 것이다.

“봄이 있으면 또 겨울이 있겠죠. 세상 모든 봄 속에는 겨울이 있다잖아요”라는 박노아 선생의 말을 “그 말은, 모든 겨울 속에는 봄이 있다”고 받는 조강자의 말 역시 조금이라도 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한 작가의 마음이다.

“조강자는 긍정적으로 해석해요. 겨울 속에도 봄이 있다면서요. 약간의 거짓이라 할지라도 희망을 필요하다고 봐요. 드라마는 부족하게 끝났지만 부족함을 채울 수 있도록 <앵그리 맘>을 본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상식과 기본, 그리고 세월호 문제의 시작점인 상식과 기본, 그리고 그 시작점인 ‘교육’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해요.”

*인터뷰 뒷 이야기: <앵그리 맘> 속 이스터 에그(easter egg)를 찾아라!

<앵그리 맘>에는 드라마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이스터 에그, 즉 숨겨진 메시지가 하나 있다. 바로 ‘달걀’.

▲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 맘>(연출 최병길, 극본 김반디). ⓒ화면캡처

고복동이 조강자의 가게에 갔을 때 가게를 몰래 둘러보다가 달걀이 깨지는 장면, 조강자와 한공주 일행이 찜질방에서 엄마들에게 목소리를 내 줄 것을 말하는 상황에서 달걀이 깨지는 장면, 강수찬의 선거유세에 잠입한 조강자 일행이 강수찬과 도정우 선생의 관계를 알리는 전단지를 뿌리고 도망가는 상황에서 달걀 한 판이 깨지는 장면 등 드라마 전반에 걸쳐 달걀이 깨지는 장면이 거듭 등장한다. 마지막 회에서는 홍상복을 향해 던진 달걀 중 하나가 깨지지 않고 구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 맘>(연출 최병길, 극본 김반디). ⓒ화면캡처

왜 ‘달걀’일까? 그리고 왜 매번 달걀이 깨지는 장면을 보여주다가 마지막 회에서 깨지지 않는 한 알의 달걀이 나온 걸까?

작가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달걀 장면은 연출의 의도였어요. 판타지적인 희망을 나타내는 메타포라고 할 수 있어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이 있듯이 약자라고 했을 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달걀’이에요. <앵그리 맘>은 약자들의 이야기니까요. 중간 중간 달걀이 툭툭 깨졌는데 마지막 하나 깨지지 않는 달걀이 나오죠. 언젠가 한 번은 우리의 목소리가 통하는, 백번, 천 번 말하면 언젠가 한 번은 통하는 날이 오지 않겠어요?”(웃음)


최영주 기자  yj719@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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